이 작품은 한국 장르 드라마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 가는 드라마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습니다. 그만큼 이야기와 연기 모두 완벽함을 선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8회로 짧은 분량이 오히려 아쉽게 다가올 정도로 이야기는 풍성하고 매력적입니다.
이번 회차에서는 '정의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질문들이 충돌했습니다. 지용과 헌이 자신들의 가치관을 두고 충돌하는 과정에서 과연 '정의'란 무엇일지 다시 한번 생각할 수밖에 없게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비질란테' 5~6회는 이야기의 정수를 보여준 회차라고 보입니다.
양가적 인물인 미려는 기자인 대석과 함께 불법서버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그 불법서버를 찾자마자 위기는 바로 찾아왔죠. 침입자를 감지하고 살인마가 등장했고, 미려 앞에서 잔인하게 대석이 공격을 당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살인마 방씨의 등장은 남은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통상 이런 살인마는 허무하게 정리되고는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그만큼 방씨를 마지막까지 사용하겠다는 의미일 겁니다. 미려가 위험을 무릅쓰고 찾은 그곳은 코인 채굴장이었습니다. 세울미래자원 김삼두 회장이 운영하는 곳이었고, 이는 김 회장의 돈줄이 되는 곳이었습니다. 그런 곳을 건드렸다는 것은 죽음과 가까워졌다는 의미입니다.
조헌의 상사인 엄재협은 김삼두를 비호하는 존재입니다. 조헌이 강직한 경찰이자 정의로움을 추구하지만, 그의 상사인 엄재협은 범죄자와 손을 잡은 비리 경찰일 뿐입니다. 조직에 대한 가치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헌으로서는 자신의 상사인 엄재협에게 대항도 하지 않습니다. 그런 강직함이 오히려 비겁함으로 다가옵니다.
엄재협이 비호하는 김 회장을 헌은 추적합니다. 방씨를 잡기 위해 짤순이와 땅벌을 이용하기도 하는 헌은 우선 중요한 곳을 찾아 나섰죠. 땅벌은 기겁해 경찰을 불러 함께 가라고 요청할 정도로 그곳은 섬뜩한 장소였습니다.
조직원들이 가득한 그곳에서는 시체를 분해하고 버리기 위해 준비하는 중이었습니다. 홀로 등장한 조헌이 경찰이라 해도 이들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살인이 일상이 된 그들에게 경찰 정도는 우습게 다가왔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헌은 이런 자들을 때려잡는 괴물 형사였습니다.
그곳은 김삼두가 교도소에서 나오자마자 들린 곳이자 배신자들을 돼지먹이로 준 살인공장이었습니다. 그 잔인한 현장을 직접 본 헌의 생각은 어땠을까요? 그가 생각하는 공권력의 정의가 과연 맞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을 거라 봅니다.
이번 회차에서 핵심은 지용과 헌이 마주해 서로의 가치관에 대해 언급하는 대목이었습니다. 정의로울 것이라 믿었던 법이 가해자에게 한없이 관대하고 피해자는 신경도 쓰지 않을 때를 생각해 봤냐는 말에 헌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상대에 따라 말과 판결을 바꾸고 피해자를 지켜주지 않을 때 스스로를 지킬 권리가 있다고 여길 뿐이라는 지용의 말이 틀린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지용은 헌에게 이런 경우 어떻게 할 수 있을 거냐고 되묻습니다. 이는 중요한 화두이자 '비질란테'가 무엇인지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잘 드러냅니다.
"선처를 받고도 뉘우치지 않으며, 풀려나서 또 같은 잘못을 하는 인간이 있다고 할때, 그 한 명의 인권을 박탈함으로써 더 많은 선량한 사람들의 삶을 구원할 수 있다면 그건 옳은 행동입니까 그른 행동입니까?"
지용의 질문에 헌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행동이 잘못되었다며, 이는 괴물이 될 수밖에 없다는 헌의 발언도 그리지는 않습니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이 엉망이 되어 괴물이 만들어졌다면, 그건 누구의 책임일까요? 그런 괴물을 잡는 것이 과연 잘못인지 묻게 되는 지용의 말에 시청자는 호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지용이 제도권 안에 들어와 범인 잡는데 집중하기 바라는 헌의 주장도 잘못은 아닙니다. 모두가 공권력을 부정하고 사적 보복에 집착한다면 공멸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둘의 충돌은 같은 목적을 가졌지만 방향이 다른 이들의 충돌이었습니다.
지용을 범죄자가 아닌 반역자라고 이야기하는 헌에게 지용은 엄재협을 잡으면 함께 하겠다고 합니다. 지용이 너무 마음에 들었지만, 그렇게 놔둘 수는 없는 헌은 정말 죽이려 했는지 모르지만 공권력에 반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헌의 신념을 무너트리는 것일 뿐이었습니다.
'악마를 죽이는 악마가 되는 것'이 지용의 소명이라는 말은 강렬함으로 다가왔습니다. 들쥐 엄재협을 선배가 잡지 못한다면 자신이 '불법이 거악을 잡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합니다. 엄재협은 김삼두의 사업에 방해가 되는 헌을 '비질란테 팀'에서 제외합니다.
그런 재협은 지용이 있는 경찰학교로 옮겨갑니다. 이 과정은 결국 지용이 엄재협을 잡게 된다는 의미로 다가올 듯합니다. 지용과 헌의 대결은 당연히 후자의 승리였습니다. 지용이 헌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으니 말이죠. 그런 지용을 병원에 옮긴 강옥은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며 기념사진까지 찍고 갈 정도로 지용에 빠져 있습니다.
강옥의 도움으로 미려는 '브이뉴스'라는 1인 미디어 방송을 진행하죠. 그리고 보다 적극적으로 김 회장과 엄재협을 압박하죠. 이런 보도는 당연히 그들을 분노하게 하고 미려를 공격하는 빌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미려가 강옥의 지원을 받듯, 지용과 강옥 역시 비질란테와 짭질란테의 관계를 털어내고 함께 하게 됩니다.
지용은 김 회장의 돈을 관리하는 신종운 목사를 찾아가 처단합니다. 목사라는 허울을 쓰고 악랄하게 돈을 번 김 회장의 돈을 관리해주는 자에게 비질란테의 처단은 속 시원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종교인마저 잔인한 살인마의 뒤를 봐주고 있는 현실에 분노하지 않는 자가 더 이상하기 때문입니다.
절대 누구에게도 당할 것 같지 않던 헌도 위기는 찾아왔습니다. 방송 중인 미려를 찾아간 헌은 방송을 강제로 종료시켜 버립니다. 그곳에서 신 목사 파일 출처를 묻는 헌은 반말을 한다고 하자, 안된다는 미려의 모습은 재미있게 다가왔습니다.
헌이 상대에게 반말을 하겠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게 하니 말입니다. 비질란테를 부추기는 미려에게 당장 멈추라 하지만 그가 그 정도로 꺾일 인물은 아니죠. 비질란테를 계속 도울 것이라는 미려는 다음부터 반말하지 말라며 오히려 헌에게 반말을 하는 패기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돌아가던 길에 방씨와 쇠돌이의 공격을 받기 시작합니다. 헌과 덩치와 힘이 비슷한 쇠돌이와 상대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여기에 칼잡이인 방씨의 공격은 치명적으로 다가왔죠. 빠른 헌의 다리를 찔러 속도를 낮추고 집요하게 공격하는 상황은 헌으로서도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칼에 찔려 움직이지도 못하는 헌을 구한 것은 지용이었습니다. 방씨와 지용이 대결을 벌이는 과정은 그 자체로 흥미로웠습니다. 직접 대결을 하기도 전에 경찰 사이렌이 울리며 대결이 미뤄진 이들의 다음 이야기는 그래서 더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자신을 막는 헌은 그대로 방치하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헌이 죽게 되면 자신을 아는 가장 위협적인 적이 사라지게 되죠. 하지만 지용이 헌을 방치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비록 자신과 다른 길을 걷지만 본질적으로 서로 같다는 것을 지용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남은 두 번의 이야기는 폭발하듯 대결이 펼쳐질 수밖에 없습니다. 비질란테와 그와 한팀이 될 수밖에 없는 이들이 과연 악랄한 김회장과 그에 편승한 자들을 어떻게 처단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지용이 말했던 것처럼 불법이 거악을 잡는 모습을 보여줄지 남은 마지막 이야기들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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