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세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는 이를 '삼식이'라고 부릅니다. 이를 챙겨주는 아내의 입장에서 퇴직 후 집에서 삼시 세 끼를 모두 챙겨 먹는 남편을 조롱하는 의미로 '삼식이'라고 사용되기도 하죠. 하지만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삼식이 삼촌'은 삼시 세 끼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송강호 연기 인생 처음으로 시리즈에 출연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 '삼식이 삼촌'입니다. 한국 전쟁 이후 대한민국 현대사를 한 인물을 통해 들여다본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혹시 이 작품이 '꺼삐딴 리'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곳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어 보였습니다.
첫 방송은 1회에서 5회까지 한꺼번에 공개했습니다. 16부작이라는 점에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인물구성 등을 전부 보여준 회차였다는 점에서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연기 잘 하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는 점에서 드라마에 몰입하기도 좋았습니다.
박두칠 사장은 일명 삼식이(송강호)라고 불리는 인물입니다. 그가 박두칠이 아닌 '삼식이 삼촌'으로 불린 것은 자기 사람은 절대 밥을 굶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전쟁통에도 하루 세끼 모두 챙겨 먹일 정도로 절대 굶기지 않아 '삼식이'라고 불린다고 하죠.
삼식이의 삶은 어쩌면 대한민국 자체일지도 모릅니다. 독립하고 전쟁까지 터지며 한반도는 엉망이 되었습니다. 일제의 강제수탈로 사람과 땅, 그리고 그 위의 모든 것들이 엉망이 된 상황에서 전쟁은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전쟁통으로 모든 것을 잃은 삼식은 사업을 하는 강일식의 집에서 그를 보필하며 일했습니다. 단팥빵을 좋아하던 삼식이는 주인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었습니다. 그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업가 강일식을 위해 충성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승자독식의 시대에 강한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강일식은 상대편의 습격을 받았고, 그는 삼식에게 평생 단팥빵을 먹을 수 있게 해 주겠다며 제안을 합니다. 그건 일식을 공격했던 자를 제거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삼식의 나이는 열여섯이었습니다.
삼식은 서북출신 기업인 모임인 청우회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단팥빵집을 운영하는 삼식이 50년대 후반 대한민국 톱 20 기업인 모임의 일원이 된 것은 그의 능력 때문입니다. 삼식이를 통해야만 모든 일이 이뤄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는 쓰임새가 많은 존재입니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도와주고 그 상대를 이용해 또 다른 누군가의 소원을 들어주는 방식의 거래꾼이기도 합니다. 장안의 모든 것을 꽤뚫고 있는 그는 수많은 뇌물을 동원해 많은 이들을 정보원이자, 지인으로 만들어 소위 정보 장사로 그 자리까지 올라섰습니다.
그가 모시는(?) 강성민 의원(이규형)은 삼식이 모시던 강일식의 아들이기도 합니다. 강박에 시달리는 강 의원은 자유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청우회를 이끄는 안요섭(주진모) 회장의 지지를 받기 때문입니다.
사업하는 자들은 정치꾼들과 손을 잡고 많은 일들을 풀어냅니다. 그들이 준비하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재선에 나서는 대통령 상황과 절묘하게 연결해서 긴장감을 극대화시킨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이 시점이 바로 그 유명한 사사오입이 벌어진 선거이죠. 그리고 한심하고 악랄했던 독재자 대통령을 대신해 주인태(오광록)가 대선에 나서며 극을 더욱 흥미롭게 끌어가게 되죠. 주인태의 딸 주여진(진기주)이 사랑하는 이는 김산(변요한)입니다.
김산은 전쟁 후 엉망이 된 대한민국을 바꾸고 싶은 열정이 가득한 인재죠. 재건위원회에서 일을 하는 김산은 올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육사 출신으로 촉망받는 우등생입니다. 그런 그가 군인이 아닌 이 일을 택한 것은 국가 발전을 위해서 자신이 할 일이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죠.
'삼식이 삼촌'은 삼식이와 김산이 극을 이끕니다. 물론 적대적인 존재로 강성민 의원이 균형을 맞추지만, 적은 수시로 변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김산과 삼식이기 꿈꾸는 세상은 같습니다. 대한민국이 발전해 잘 사는 나라가 되기를 원합니다.
김산은 순수하게 부강한 국가를 만드는 것 자체가 핵심인 반면, 삼식이는 그렇게 잘 살아야 자신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현재까지의 모습이지만 말이죠. 주인태의 연설장에서 자유당 의원들 앞에서 명연설로 꼼짝 못 하게 만들었습니다. 현장에 있던 삼식은 김산을 보면서 확신을 가졌습니다.
장사를 하려면 정치가 중요하고, 이 둘을 모두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청우회는 자신의 편에 설 수 있는 유능한 정치인이 필요했습니다. 현재로서는 강성민 의원이 유일했습니다. 엄청난 자금을 지원하며 사업을 키워가는 그들에게 그는 불안요소였습니다.
이 상황에 삼식이가 찾은 인물이 바로 김산이죠. 가난하지만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한 김산은 미국 유학을 통해 배운 자본주의에 대한 가치를 전쟁으로 엉망이 된 대한민국 재건을 위해 필요하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장관은 대통령 재선에만 집착할 뿐 국가의 부흥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접근한 이가 삼식입니다. 그저 그런 존재라고 생각했지만, 쌀을 보내고 조카를 위한 과자를 사주는 삼식이의 행태가 싫지만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자신의 월급으로는 감히 할 수 없는 일들을 삼식은 가족들에게 해주고 있습니다.
형은 전쟁으로 사망하고, 아버지는 병들어 누워 있습니다. 형수와 조카를 책임져야 하는 김산으로서는 현실과 이상사이에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삼식이 원하는 것은 개혁당 주인태가 아닌 민주당으로 오라고 요구합니다.
이것 만이 아니라 약혼한 여진과도 헤어져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안요섭과 만난 자리에서 김산은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드러냈죠. 그렇게 어그러질 것 같던 상황은 삼식으로 인해 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적 자산을 통해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온 삼식으로서는 김산을 궁지로 몰아 자신의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삼식이 강성민 의원을 제거하려는 이유는 자신이 죽을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조폭의 힘을 빌려, 자신을 배신한 이를 제거한 강성민은 그런 조폭을 죽이라 지시합니다. 자신의 약점을 알고 있는 자들이 살아있는 것 자체가 불안한 강 의원의 행태는 삼식이 다음 제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강 의원을 제거하기 위해 삼식이 꺼낸 카드는 '신의사'였습니다.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을 보신 분들은 초반 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신의사라는 명칭은 나오는데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죠. '신의사'는 단체 이름입니다.
강성민이 어린시절 태민과 어린아이들을 모아놓고 '신의사'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어린 나이에 성민은 '신의사'를 통해 테러를 시작하는데 경악스럽게도, 그의 첫 제거 대상은 다른 누구도 아닌 아버지였습니다. 자신에 대한 폭력이 심했던 아버지에 대한 분노는 두려움이 근간이었습니다.
폭탄으로 아버지를 죽인 성민의 다음 대상자는 안요섭 회장의 아들 안민철 의원이었습니다. 자신에게 함부로 하던 안 의원 역시 폭행을 행사하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술에 취해 잠든 아버지를 죽이려던 성민을 제압한 것도 안 의원이었죠.
안 회장이 휠체어 신세를 지는 이유도 '신의사'가 벌인 테러였기 때문입니다. 이 테러로 안 회장은 큰 부상을 입었고, 큰 아들은 사망했습니다. 그 범인이 누군지도 몰랐던 안 회장은 뒤늦게 '신의사'를 결성한 자가 바로 강 의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분노하죠.
물론 어린시절 사진 속 성민과 태민의 모습으로 강 의원이 '신의사'라고 주장하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강 의원 역시 부정하는 상황에서 태민은 깡패를 스스로 제거하기 위해 나섰다 주인태까지 저격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역사의 소용돌이는 그렇게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이어지게 되고, 의도하지 않은 이 상황은 김산이 사랑했던 여진과도 헤어지고 삼식의 손을 잡는 결정적 이유로 작동하게 됩니다. 총격을 받은 유인태를 방문한 산은 여진의 돌아가라는 말에 더는 할 말이 없었습니다.
산이 꿈꾸는 원대한 계획을 비겁한 도주로 규정한 여진과 더는 함께 할 수는 없었습니다. 사랑하지만 생각은 차이는 어떤 결과를 낼지도 궁금합니다. 6회부터 이야기를 주도하는 시대배경은 군부독재입니다. 삼식이가 별을 달아준 장두식(유재명)이 혁명군의 일원이라는 사실은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김산과 삼식이의 원대한 계획인 '국가 재건 계획'은 군부독재에 의해 진행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삼식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격변기를 담아낸다는 점은 여전히 흥미롭습니다. 전쟁 후 혼란스러운 정세와 군부독재, 그리고 민주화 시대를 관통하는 삼식이가 어떻게 변해갈지 기대됩니다. 송강호의 압도적 연기만이 아니라 연기력 좋은 배우들의 호연은 '삼식이 삼촌'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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