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이 반복되는 삶을 살아본다면 어떤 감정이 들까? 이런 궁금증을 누군가는 해봤을 겁니다. 모든 이들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지만, 살다가 죽음이란 무엇일까? 란 생각에 머무는 이들은 이 생사를 오가는 상황에 대한 궁금증을 가져봤을 법합니다.
이 드라마는 이런 의문을 풀어낸 이야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웹툰 원작의 형식에 감독이 추가한 내용을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한 이 작품은 기존 방송에서는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많았습니다. 자극적인 영상들은 상황 설명과 몰입을 극대화하는 장치라는 점에서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12번의 삶과 죽음을 경험하는 이재를 통해 우리에게 작가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삶은 소중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했습니다. 이는 결말을 통해 명확하게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참고 견디면 좋은 날은 분명 온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 했습니다.
앞선 회차에서 일곱 번의 생사를 오간 이재는 남은 다섯 번의 임무에 집착하기 시작했습니다. 빌드업되듯 그의 미션은 하나의 절대악과 맞서 싸워야만 하는 이유들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죽어가지만 이들은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재벌가 아들인 박태우(김지훈)란 희대의 살인마를 응징하기 위해 이재는 열두 번의 생과 사를 오갔는지도 모릅니다. 이재가 분개해 의지를 잃은 죽음의 요구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건우로 살다 연인인 지수에게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 순간 태우가 마약을 하고 차를 몰다 죽인 후였습니다.
자살 후 죽음과 만난 후 반항하듯 이런 벌을 수행하던 이재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지수의 죽음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살고 싶다는 욕망을 품게 된 결정적 이유가 지수라는 사실은 인간적이기는 합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죄스러움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연인에 대한 갈망과는 좀 다를 수밖에 없죠.
이 드라마는 온갖 종류의 장르가 망라되어 있습니다. 이는 다양한 취향을 다 맞춰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어수선하게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다행스럽게 혼잡스러운 느낌보다는 잘 어우러진 모습을 보여 시청에 문제는 없었습니다.
잔인한 살인마 규철(김재욱)에 빙의해 사이코패스 살인마 태우와 대립하는 상황은 흥미로웠습니다. 규철의 몸을 빌렸지만 모든 기억을 품고 있는 이재는 태우를 끈질기게 추적하고 그와 접점을 찾고 이를 통해 죽음의 경고에도 제거하려 했습니다.
사랑하는 지수를 죽인 태우를 그대로 놔둘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미 암 말기 판정을 받은 규철은 그대로 쓰러지고 역으로 태우에게 당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박태우를 죽도록 잡고 싶었던 이재에게 다시 기회는 찾아왔습니다.
형사인 안지형(오정세)의 몸으로 들어오며 이재는 본격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도 형사였던 지형은 후배에게도 눈치를 받는 존재입니다. 범인 잡는 것도 두려워하는 것은 그의 아버지가 범인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사망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남편과 같은 형사가 되었다는 사실에 쓰러질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다짐한 것이 결코 아버지처럼 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재가 지형의 몸에 들어오면 상황은 전혀 달라졌습니다. 이미 격투기 선수의 몸에도 살았던 이재는 지형을 환골탈태시켰죠.
그렇게 정의로운 형사로 많은 범죄자를 잡으며 조금씩 태우에게 다가서기 시작했습니다. 태우가 어떤 존재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지형은 규철의 살인공장을 세상에 알리고, 태우가 살해하는 CCTV 장면까지 확보하며 압박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드라마의 격정적 이야기의 핵심은 모두 지형과 태우의 대립 과정을 통해 보여줬습니다. 감독이 왜 오정세에게 오랜 시간 공을 들였는지, 그의 역할과 연기는 잘 보여준 셈입니다. 결과와 과정도 중요하지만 왜 이런 방식을 택했는지가 더 중요하게 다가오는 작품이었습니다.
죽음이 인재에게 열두 번의 생사를 오가도록 한 것은 마지막 선택된 인물 때문이었습니다. 인재가 마지막으로 살게 된 인물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어머니였습니다. 어머니가 되어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역지사지는 이 드라마의 핵심이자 주제이기도 했습니다.
어머니가 되어서야 비로소 보이는 자신을 통해 이재는 무엇을 생각했을까요? 절망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에 대한 후회이자 자책입니다. 이로 자신의 선택으로 어머니와 지수는 절망스러운 삶을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자책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 사랑했기 때문이죠.
열두 번의 생을 다시 살아보고 나서야 뼈저리게 느낀 삶의 소중함에 오열하는 이재를 통해 시청자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작가는 이를 통해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삶을 버리는 극단적 선택만은 하지 말라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코로나19보다 자살로 인한 사망자가 더 많다는 기사를 접했다. 일방적인 교훈을 전하기보다는 죽음과 자살을 소재로 한 드라마로 이야기를 꺼내보는 것이 요즘 시대에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잔인한 장면을 두고 고민했지만, 무엇보다 보는 분들이 최이재의 고통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으면 했다. 이를 통해 죽음의 공포를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도 하 하병훈 피디는 최이재의 영혼이 들어가는 12명 중 6명은 웹툰에 없는 캐릭터라 밝혔습니다. 웹툰과 많은 부분을 달리하며 자신의 생각을 더욱 구체화시키려 노력한 듯합니다. 원작에서 가져온 캐릭터들도 죽는 순간을 바꿔 극적 연결성을 높이려 했다고 합니다.
한 피디가 생각하는 이 드라마의 주제는 그의 인터뷰 내용에서 잘 드러납니다. 팬데믹으로 인한 죽음보다 자살로 인한 사망자가 더 많다는 기사를 접하며 이야기를 구상했습니다. 교조적으로 자살하지 말라고 요구하기보다는 삶과 죽음을 이야기해 자연스럽게 사고하도록 만들고 싶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서인국과 박소담을 중심으로 두고, 김지훈을 시작으로 최시원, 성훈, 김강훈, 장승조, 이재욱, 이도현, 김재욱, 오정세 등의 삶을 숏컷처럼 담아내 몰입도를 높였습니다. 열두 명의 삶이 당연하게도 다르다는 점에서 지루함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8회 분량의 이야기 속에 최소 열두 개의 이야기가 담겼다는 것은 빠르게 방향 전환을 하며,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고 풀어낼 수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최근 짧은 영상만 보는 이들에게 적합한 제작 방식이라는 점에서 현명한 선택이었습니다.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다양한 방식과 장르적 실험을 통해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냈습니다. 다양한 장르적 재미와 주제를 담은 이야기, 그리고 OTT이기에 가능한 자극적인 영상까지 '이재, 곧 죽습니다'는 충분히 흥미롭고 매력적이었습니다.
이런 흥미롭고 매력적인 장르적 실험은 기존 방송사에서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OTT의 중요성은 다시 강조될 수밖에 없습니다. 시대는 변해가고 이런 다양한 실험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시청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기존 방송사들의 변신을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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