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플러스가 제대로 탄력을 받기 시작한 듯합니다. 2024년 첫 한국 작품은 '킬러들의 쇼핑몰'입니다. 지난 17일 첫 1, 2회가 공개된 이 작품은 충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킬러들을 다룬다는 점에서 드라마적 상상력에 자신을 맡기며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 것도 반갑습니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드라마는 저격수에 의해 공격당하는 한 여성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집안에 갇힌 채 의문의 공격을 당하는 여성은 정지안(김혜준)입니다. 이미 사망해 버린 삼촌 정진만(이동욱)으로 인해 집안에서 온갖 공격을 받으며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중이죠.
마을 주변에서 사격 훈련이 있다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 총격전은 잘 보여줍니다. 삼촌과 함께 지내던 그 집에 어떤 비밀이 있을 것이라고 지안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자신이 기억하는 삼촌의 모습은 엉뚱하기는 하지만, 이런 총기 사격과 관련이 없어 보였으니 말이죠.
진만의 죽음을 알게 된 것은 경찰서에서였습니다. 피를 흘린 남성에 의해 경찰서까지 온 지안은 사실 성추행범을 잡은 죄밖에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현행범상 성추행은 별개로 폭행은 따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가족 연락을 요청했고, 그렇게 건 삼촌 전화는 낯선 남자에 의해 사망했다는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삼촌이 사는 지역 형사에 의해 사망 소식을 들은 지안은 언뜻 1년 전이 떠올랐습니다. 대학생이 되어 독립한 자신의 집에 안전망을 설치하고, 강력한 캐비닛을 준비해 방탄이 된다며 엉뚱한 소리를 하던 삼촌은 학번을 외우라고 요구했습니다.
'22019074' 학번을 군번줄과 비교해 언급한 삼촌의 이 말이 복선이 되어 중요한 열쇠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해 보이죠. 어찌되었든 마지막으로 본 삼촌이 자신에게 한 이 말이 유언이 되어버렸습니다. 삼촌이 있는 병원으로 향하는 길에 동창이라는 남자를 만나고, 그렇게 시체 확인을 하던 지안은 '머더헬프'라는 영문 문신을 보고 의아했습니다.
삼촌이 그런 문신을 했는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당황했지만 눈물은 나지 않은 지안은 그럴 수밖에 없는 사연을 가진 인물이기도 하죠. 삼촌 집에서 넋 놓고 있는 지안에게 다가온 것은 정민(박지빈)이었습니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알던 거의 유일한 친구였습니다.
정민은 삼촌이 시골에서 농촌일을 돕는 쇼핑몰을 한다며 일을 도와달라 했다고 합니다. 참고로 정민은 컴공과라 삼촌 일을 도울 수 있다고 하죠. 정민은 정말 진만의 정체를 전혀 몰랐던 것일까요? 그리고 그 쇼핑몰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었던 것일까요? 이 질문은 이후 이야기 전개에서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장례식장에는 마을 사람들만이 아니라 낯선 이들의 방문도 이어졌습니다. 그들이 누군지 지안은 당시에는 몰랐습니다. 삼촌 회사 사람들이라는 말에도 별다른 감정 변화가 없었던 지안이지만, 홀로 집에 돌아온 후에 처음으로 서럽게 울었습니다.
자신에게 남겨진 유일한 혈육이 바로 삼촌이었기 때문이죠. 삼촌은 어느날 갑자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언제나 막내가 돌아오기 학수고대했던 할머니는 7년 8개월 만이라고 했습니다. 자신이 찜한 삼겹살을 뺏어먹는 삼촌이 밉기도 했지만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만난 삼촌이니 말이죠.
삼촌일을 도왔다는 정민은 직접 사망한 장소인 화장실 청소를 하다 찾았다는 휴대폰을 건넵니다. 과연 사용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오래된 휴대폰에 이상한 문자가 들어옵니다. 7천만 원 입금에 이어, 187억이라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입금 내역은 지안을 당황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삼촌이 만든 쇼핑몰의 정체를 찾던 와중에 숨겨진 파일을 통해 다크웹에 존재하는 '머더헬프'라는 사이트를 확인합니다. 그곳은 일상의 쇼핑몰이 아닌, 킬러들을 위한 쇼핑몰이었습니다. 각종 총기류만 아니라 범죄에 관련한 모든 것을 파는 곳이었습니다.
자신의 삼촌이 그런 인물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지안이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단기기억상실증을 겪었기 때문이죠. 삼촌이 집으로 돌아온 후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할머니가 갑작스럽게 사망하고, 부모님도 돌아가셨습니다.
이런 상황에 삼촌인 진만은 늙은 사자를 잡아먹는 하이에나떼들을 보며 중요한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강해져야 한다며 약한 놈들이 짖는다고 합니다.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린 지안이 알 수는 없었죠. 진만은 어머니 죽음이 수상했습니다.
형은 암에 걸린 어머니라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며 부검 요구를 거절했습니다. 지안과 집에 있으라는 말에 장례식장을 나왔지만, 불안했던 진만은 다시 형과 형수에게 가죠. 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진만이 집으로 간 직후 장례식장을 찾은 성조(서현우)의 등장은 곧 죽음과 같은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시작과 함께 지안을 노리며 저격하던 자가 바로 성조였습니다. 자신이 가족을 만나러오자 죽음이 뒤따른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진만은 알고 있었습니다. 삼촌은 혼자 집에 있는 지안에게 수수께끼를 내서 맞추는 사람에게만 문을 열어주라 했습니다.
친구가 온다고 했지만 강제로 문을 열려는 이상한 남자에게 지안은 "말은 말인데 타지 못하는 말은?"이란 질문을 하지만 답이 없습니다.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온 남자에 놀랐지만, 혼다는 휴대폰 문자를 통해 "양말"이라는 정답과 함께 누군가 오는 것을 보고 숨어 있으라 합니다.
소란스러움에 슬쩍 문을 열어 지안이 본 것은 삼촌 친구의 손을 자르려는 남자의 모습이었습니다. 장례식장에서 지안이 부모를 제거한 성조가 집까지 찾은 것이었죠. 그런 살인마를 피해 도주하던 지안은 높은 집에서 뛰어내리고 차에 부딪치는 일까지 당합니다.
그것도 모자라 병원까지 찾은 살인마에 의해 쫓기는 신세가 된 지안이 숨어든 곳은 시체안치소였고, 그렇게 냉장고 안에 들어갔는데, 그곳에 안치된 시체는 바로 엄마였습니다. 위기의 지안을 구한 진만은 그렇게 예청으로 이사했고, 문제의 집에서 살기 시작했습니다.
단기기억상실로 인해 실어증까지 걸린 지안은 말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전학온 학교에서 왕따를 당할 수밖에 없었죠. 괴롭힘을 당하던 어린 지안에게 손을 건넨 이가 바로 정민이었습니다. 맞서 싸우기도 했지만, 남자아이 셋을 지안이 이겨낼 수는 없었습니다.
학교 창고 안에 갇힌 지안은 다시 악몽을 꾸게 되죠. 괴물같은 하이에나가 삼촌 친구 팔을 물고 다가오는 동일한 악몽이었습니다. 이 극한의 공포는 결국 실어증을 이겨내게 만드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정진만"을 외치는 지안으로 인해 갇힌 장소를 찾은 삼촌. 그렇게 둘은 가족이 되었습니다.
왜 진만과 지안에게 살인자들이 집착했는지 그 이유는 '머더헬프' 사용법에 잘 나와 있었습니다. 4가지 코드로 분류해 다양한 무기들을 판매하던 그곳에 '그린코드'가 존재했습니다. 정진만과 정지안에게만 적용되는 이 코드는 절대 공격할 수 없게 되어 있었습니다.
코드를 받은 자들이라면 이들이 공격을 당하면 목숨 걸고 그린코드를 지켜야 하는 것이 원칙이었습니다. 킬러 성조가 왜 진만을 제거하려 혈안이 되었는지 아직 그 이유는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물론 쇼핑몰을 차지하려는 욕망이 커서 일 수도 있지만, 그 이전의 근원적 문제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 선생이라 불리는 자는 마치 새벽 노동을 하러 가기 위해 모인 자들 앞에 등장해 팔뚝에 심어놓은 코드를 꺼내 태워버립니다. 그곳에 모인 자들은 일용직 노동자가 아닌 진만의 쇼핑몰을 이용한 코드를 받은 킬러들이었습니다.
진만의 죽음 소식에 이들은 지안만 죽이면 쇼핑몰은 자신들 차지라는 성조의 부추김에 동원된 자들입니다. 엄청난 부를 차지할 수 있는 이 작전에 킬러들은 흡족해했습니다. 그렇게 진만이 살던 마을에 잠입한 킬러들과 지안의 대결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총을 단 드론들의 공격을 받던 지안이 새총을 이용해 제거하는 장면은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처음으로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며 반격을 시작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물론 초반 저격수 상조의 저격에 맞서 삼촌이 소파 밑에 숨겨놓은 저격총으로 저격하는 장면은 이후에 벌어지는 반전의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시작과 함께 화끈한 총격전으로 시작한 이 드라마는 강지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원작 소설을 읽지 않아 얼마나 변주를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출연 배우들의 면면과 첫 1, 2회에서 보여준 이야기 전개는 충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렸던 소녀가 삼촌을 포함한 가족의 복수를 위해 킬러들과 맞서 싸운다는 설정 자체가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삼촌이 남겨놓은 거대한 쇼핑몰을 지키기 위한 지안의 모습도 흥미롭게 펼쳐질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첫 이야기를 통해 진만과 지안의 관계와 서사를 적절하게 잘 엮어 풀어냈습니다. 그러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공격과 방어 과정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며 몰입도를 극대화시키기도 했습니다. 이동욱과 김혜준이라는 조합에 다양한 배우들의 열연은 이 드라마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어떤 서사와 재미를 담아낼지 다음 이야기들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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