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이 운영하는 OTT인 Tving에서 제작한 오리지널 드라마 '이재, 곧 죽습니다'는 흥미롭습니다. 되는 일 없이 살던 어느 날 극단적 선택을 한 주인공 이재가 죽음을 주관하는 신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철학적 고찰을 담고 있습니다.
삶과 죽음은 결국 철학적 고찰없이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죽음 뒤 삶의 가치가 얼마나 위대하고 대단한지 깨닫게 되는 과정을 경험한다는 점에서 고전적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최이재(서인국)의 삶은 어느 날 갑작스럽게 찾아온 죽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갑작스럽게 사망한 사람을 마주한 그는 망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중요한 면접을 앞두고 죽음을 목격한 이재는 망치고 말았죠. 꼭 합격할 것이라 자신했던 면접이었습니다.
이재에게는 너무 아름다운 여자친구 이지수(고윤정)가 있습니다. 소설가를 꿈꾸는 지수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이재는 취직해서 여자친구의 든든한 힘이 되어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매번 떨어지는 상황이 반복되자 자격지심까지 생기게 되었습니다.
좌절한 채 지수의 집앞으로 갔던 이재는 멋진 슈트를 입은 남자와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게 되죠. 고급 차에서 내려 웃으며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에 이재는 지수가 다른 남자를 만난다고 생각했습니다. 더욱 자신에게 돈을 건네는 지수의 행동이 불쾌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재수가 절망하게 된 것은 옥탑방마저 쫓겨나게 되었죠. 그런 절망 속에서 재수가 선택한 것은 죽음이었습니다. 지독할 정도로 엉망이 되어버린 삶 속에서 유일한 희망이었던 지수마저 떠났다는 생각은 재수를 단순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야기는 재수가 눈을 뜬 후 기묘한 여성 죽음(박소담)과 만나며 시작됩니다. 죽음을 우습게 생각한다며 분노한 죽음 12번의 삶과 죽음을 반복해야 하는 벌을 받게 됩니다. 곧 죽을 인생을 자신의 힘으로 이겨내 보라는 제안은 재벌가의 몸으로 부활하며 흥미를 느끼게 됩니다.
개인 전용기를 타고 있는 박진태(최시원)의 삶은 최이재 시절의 자신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특별했습니다. 이번 기회에 재벌의 삶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그런 꿈은 무의미했습니다. 호화로운 전용기에 사고가 발생하며 그가 꿈꾸던 재벌의 삶은 바로 마감되고 말았죠.
이 상황에서 어떻게 살 수 있냐고 죽음에게 반문하지만, 한심하다는 말밖에는 없었습니다. 잔인한 지옥불을 본 재수는 지옥보다는 죽음이 제안한 12번의 삶에 도전하는 것을 택했습니다. 총으로 머리를 맞아야만 하지만 이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익스트림 액티비티를 좋아하는 송재섭(성훈)이 되어 낙하산도 없이 뛰어내려 정해진 장소에 있는 그물막에 떨어지기만 하면 거액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재인 자신에게는 불가능하지만, 재섭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확신했지만,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생방송으로 중계되고, 엄청난 부를 가진 자의 지원까지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지만 그 삶은 너무 짧았습니다. 하늘에서 떨어져 머리가 터져 즉사한 삶은 허망하기까지 했고, 그리고 다음 삶은 학교폭력 피해자인 17살 고등학생 권혁수(김강훈)이었습니다.
홀어머니는 어렵게 살면서도 아들 혁수를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하지만 학교에 가는 것이 지독하게 고통스러운 것은 학폭 때문이었습니다. 학교 일진인 진상(유인수)에게 매일 괴롭힘을 당하는 혁수의 삶을 살게 된 이재는 복수에 나서기 시작하죠.
이 과정은 정교하게 이후 사건들과 긴밀하게 연결됩니다. 다른 삶이 이 사건과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이재는 자신의 어머니 생각에 혁수가 제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했지만, 결과는 죽음이었습니다. 다음 삶은 살인 청부업자인 이주훈(장승조)였습니다.
거대한 청부업을 운영하는 회장의 돈을 빼돌린 것은 한 여성 때문이었습니다. 그녀를 살리기 위해 무모한 도전에 나선 주훈은 오히려 그녀에 의해 살해당하고 말죠.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이 황당한 세상을 직접 경험하는 이재도 조금씩 성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욱 회장에게서 빼돌린 엄청난 돈이 어디에 있는지 자신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다음 삶이 기대될 정도였습니다.
다음 삶의 시작은 교도소였습니다. 격투기 선수 지망생이었던 조태상(이재욱)이 된 이재는 그곳에서 혁수를 죽인 진상과 마주하게 되죠. 사이코패스 살인마라고 자신을 위장하고 교도소에서 떵떵거리는 그의 실체를 알고 있는 태상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죠.
태상은 빚쟁이에게 쫓기는 어머니를 위해 악마의 제안을 받았습니다. 교통사고를 대신 냈다고 자백해주면 거액을 주겠다는 제안이었습니다. 어머니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고 싶던 태상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집행유예로 나올 수 있다는 제안을 믿었지만 실형 2년이 나와 분노했었습니다.
금수저의 제안을 받았지만 실형을 살고 있던 태상이 된 이재는 분노했고, 변호사에게 거액을 주지 않으면 나가서 다 불어버리겠다고 협박까지 했죠. 이런 그의 행동이 불안해지는 것은 이런 짓까지 벌인 자라면 출소 후 태상이 안전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가정폭력을 당하는 아기 역할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는 학대를 다뤘습니다. 그리고 모델 장건우(이도현)의 삶을 살게 된 이재는 운명처럼 지수와 마주하게 됩니다. 건우의 형이 운영하는 카페 단골손님이 지수였기 때문입니다.
이재가 건우의 삶을 살면서 지수를 매일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지수가 소설가로 성공했다는 것을 알게 된 건우는 자신이 겪은 삶과 죽음이 반복되는 이야기를 들려주죠. 그렇게 점점 가까워지자 건우는 지수에게 내가 이재라고 밝힙니다.
소설이라고 언급한 그 모든 것이 실제라고 토로하는 상황에 죽음이 찾아왔습니다. 갑작스럽게 그들을 향해 들이닥친 차로 인해 즉사하고 말았습니다. 그 사고를 낸 자는 바로 박태우(김지훈)이었습니다. 이재가 면접을 봤던 회사의 대표이사이기도 했던 인물이죠.
그리고 격투기 지망생이었던 태상이 대신 감옥에 가게된 실제 사고 낸 자가 바로 태우였습니다. 사람이 죽었음에도 반성이나 후회는 존재하지 않는 태우는 사이코패스였습니다. 사망자를 보고 웃으며 즐거운 듯 행복해하는 태우는 인간이라고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재와 태우의 대결 구도가 구축되면서 다음 이야기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게 되었습니다. 죽었지만 열두 번의 기회를 부여받은 이재가 과연 악랄한 사이코패스 살인마 태우를 어떻게 잡아낼 수 있을지 기대하게 합니다. 더욱 지수까지 사망(?)하며 두 사람이 같은 제안을 받고 삶과 죽음을 오갈지도 궁금해집니다.
웹툰 원작을 각색해 내놓은 이 드라마의 재미는 특별출연하는 배우들을 보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배웅들과 함께 아직 공개되지 않은 이야기 속 인물들까지 생각해 보면 주인공으로 나온 서인국이나 박소담은 조연처럼 다가올 정도입니다.
개인적으로 서인국을 왜 주인공으로 선택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보는 것을 망설인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과거 연기와 달리, 이번 작품에서 보인 서인국의 연기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습니다. 오열하고 과한 가정 폭발까지 연기했지만, 그 모든 것이 과하게 다가와 몰입을 방해했습니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의 형식을 교묘하게 비틀어 다양한 사람의 죽음을 경험하게 하는 방식으로 차용했습니다. 이 과정이 이질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잘 만들었다고 보입니다. '뷰티 인사이드'와는 또 다른 방식과 재미를 선사하고 있으니 말이죠.
특별 출연한 배우들이 많다보니, 이야기는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이재와 태우의 대결 구도를 만들기 위해 연결고리가 잘 정리되어 흡입력도 좋았습니다. 더욱 지상파에서는 볼 수 없는 과격한 비속어가 그대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tvN에서 방송된다면 "삐"소리가 주를 이룰 정도로 말이죠.
실제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영상이 그대로 재현되기도 했습니다. 이 장면들 역시도 tvN에서 방송되면 많은 블러 처리가 필요해 보일 정도였습니다. 이런 비주얼 쇼크를 이용해 삶과 죽음을 밀도 있고 다루고 있는 이야기의 끝은 어떻게 될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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