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석과 하선의 엉망이 되어 더욱 아름다웠던 첫 데이트
19일이라는 날짜를 보며 흐뭇해하는 유선은 그저 행복하기만 합니다. 힘겨운 상황에서도 어렵게 맞이한 결혼 22주 년은 유선에게는 그 어느 해보다도 의미 있으니 말이지요. 가족이 뿔뿔이 흩어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힘겹게 다시 재기에 나선 만큼 유선과 내상에게 22년째 되는 결혼기념일은 특별합니다.
내상 부부에게 결혼기념일이 무척이나 특별한 날이듯 지석과 하선에게도 공식적인 첫 데이트는 중요하고 소중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저 친한 이웃사촌에 직장 동료였던 그들이 서로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연인이 되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지석은 다시 한 번 하선이 자신의 여자 친구가 되었느냐가 묻기에 바쁠 정도입니다. 꿈이 하닌 현실임을 확인한 지석은 하선에게 첫 데이트를 제안합니다. 너무 들떠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는 이 낯선 풍경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법한 소중한 추억입니다.
결혼기념일 저녁을 행복하게 보낼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던 유선에게는 그날 저녁은 불행 그 자체였습니다. 자신의 생일도 길거리에서 보내더니 결혼기념일까지 잊고 다른 약속을 잡은 남편으로 인해 홀로 보낼 수밖에는 없게 되었으니 말이지요. 대단한 축하를 하기보다는 서로에게는 너무 소중한 이 날을 함께 보내고 싶은 소박함을 몰라주는 내상이 밉기만 한 유선입니다.
첫 데이트에 나서기 위해 머리를 매만지고 옷을 입었다 벗었다 하던 지석은 방문을 나섰다 다시 돌아와 옷을 바꿔 입을 정도로 하선과의 첫 데이트가 설레기만 합니다. 그렇게 하선을 기다리던 지석은 그녀가 자신 앞으로 다가오자 "안녕하세요"라는 말과 함께 인사를 드립니다. 이 어색하기만한 상황은 하선이 이야기를 하듯 음식점에서 "어서옵셔"라는 것이나 별반 차이가 없었습니다.
동료였을 때는 이런 저런 이야기로 편안한 주행이 되었었지만 연인이 되었다는 생각에 둘의 차 안은 어색하기만 합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준비한 웃긴 이야기라는 것이 하나 같이 민망한 수준들뿐입니다. 끝말잇기를 해도 아직은 어색하기만 한 '키스'라는 단어를 만들어내는 그들은 첫 데이트가 힘겹기만 합니다.
처음이라는 것에 무게를 둔 지석은 완벽한 첫 데이트를 위해 밤새 찾아본 음식점으로 하선을 데려가고 가볍게 식사를 하자던 그녀와는 달리, 처음이니 코스 요리를 하자고 합니다. 뭐든 최고로 대우하고 싶은 지석의 마음은 첫 데이트 코스부터 벽에 부딛치고 맙니다. 옷을 갈아입다 지갑을 집에 두고 온 지석은 자신이 최고급 요리를 먹이고는 하선에게 돈을 내라고 하는 상황이 못내 씁쓸하기만 합니다.
극장에서도 영화를 보며 너무 재미있어 웃다 이상한 소리를 낸 하선을 돕는다고 같은 소리를 계속 내던 지석. 음료수를 쏟아 놀라는 하선과 그런 그녀를 타박하는 다른 이들과 싸움이 붙어 "내 여자"를 외치는 지석의 입을 막고 극장을 빠져나온 하선. 둘에게는 이런 상황들 모두가 낯설고 힘들기만 합니다.
내상에게 화가 난 유선은 약속된 보조출연도 하기 싫지만 할 수 없이 현장으로 향합니다. 그곳에서도 내상과 함께 출연해 티격태격하던 부부는 드라마 촬영을 위해 준비된 주례사가 굳어진 마음을 풀어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한 사람 곁에 머물면서 평생 그 사람과 한 결 같이 사랑을 하기란 결코 쉽지가 않습니다.
어찌 보면 그건 기적 같은 일이라 할 수가 있지요. 누군가 그런 말을 하더군요.
결혼은 내 젊은 시절을 기억해주는 사람과 함께 늙어가는 기쁨이라고요.
결혼기념일 문제로 싸우기만 하던 그들에게 주례사는 특별한 감동으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결혼이라는 것. 그리고 사랑이라는 것이 주례사에 나와 있듯 쉽기도 하면서도 어렵게 힘들기도 한 일이니 말입니다. 자신의 젊은 시절을 기억해주는 사람과 함께 늙어간다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다는 점은 명언 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인 춤추는 장면을 찍으며 나온 '원더풀 투나잇'은 첫 아이를 낳았던 그 날 병실에서 나오던 음악이었습니다. 그 오래 전 함께 춤을 추자는 약속을 20년이 지나 지킬 수 있다며 환하게 웃는 내상과 유선의 모습은 젊은 시절의 추억을 함께 공유라며 살아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엉망이 되어버린 첫 데이트를 마치고 씁쓸한 마음에 홀로 포장마차에서 홀로 술을 마시던 지석은 하선과 우연히 마주치게 됩니다. 홀로 술 마시는 지석을 발견한 하선과 그런 그녀를 보고 반가운 지석. 점심 식사 값을 되돌려 준다는 지석과 그러지 말라는 하선의 다툼은 자연스럽게 110만 원을 떠올리게 합니다. 갑자기 찾아온 복통으로 남의 사무실을 망쳤던 그 기억들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행복합니다. 어색함을 날려버리는 웃음은 그들을 더욱 편안하게 해줍니다. 츄리닝 차림처럼 그렇게 편안하게 만났으면 좋겠다는 하선의 말처럼 그들에게는 서로 나누며 행복해 할 수 있는 추억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비록 지석과 하선이 내상과 유선이 만들어 놓은 추억들만큼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이렇게 조금씩 서로가 겪은 것들을 추억이라 이야기하며 꺼내 나눌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그들의 사랑이 깊어간다는 의미겠지요. 누구나 그렇게 사랑은 시작되지만 끝이 항상 같을 수 없기에 지석과 하선이 결혼을 하고 내상 부부처럼 20년이 넘게 함께 살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는 점만으로도 오늘 에피소드는 충분히 흥미로웠습니다.
지석과 하선의 미래에 행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첫 데이트를 하는 연인과 결혼 22년이 된 오래된 연인의 모습을 절묘함으로 함께 엮어낸 이번 에피소드 때문 일 것입니다. 주례사가 건넨 그 특별한 이야기들 역시 암울한 미래보다는 조금은 더 달콤함으로 다가오는 이유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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