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 주의 이야기를 남긴 '폭싹 속았수다'는 여전히 강렬한 이야기의 힘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작가가 얼마나 공을 들이고 능력이 탁월한지 매회 등장하는 이야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 회차는 다시 태풍이 불듯 험난하고 힘겨운 시간들을 견뎌내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애순의 촉으로 연탄가스에 중독되었던 금명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애순은 딸이 자신을 살렸다고 했습니다. 금명마저 잃었다면 애순의 삶도 끝이었을 겁니다. 그만큼 자식이란 부모에게 목숨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병원에 두 남자가 존재합니다. 금명의 남자친구인 영범과 다급하게 업고 뛰었던 하숙집 딸과 연애 중인 충섭입니다. 이 복선 상황에서 작가는 금명의 미래 남편이 누굴지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금명 보호자가 충섭이라는 점은 두고 보면 복선으로 다가옵니다.
은명에게 다가온 사랑도 혼란스럽기만 했습니다. 더욱 장난꾸러기 세 이모들이 툭 던진 한마디는 절망이었습니다. 은명 엄마가 현숙 아버지와 바로 그 자리에서 선봤던 사이라는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죠. 연애는 하지 않았지만 결혼을 할 뻔했다는 말은 둘의 사랑은 절대 이뤄질 수 없다는 금기처럼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93년 은명은 군대에 갔고, 충섭 역시 입대했습니다. 두 사람이 같이 입대한 사실은 우연으로 붙여 놓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의미 부여가 된 움직임이라 볼 수밖에 없죠. 은명은 사랑의 도피를 위해 군대를 선택했고, 충섭 역시 자세한 서사가 나오지 않았지만 그의 행동을 보면 사랑의 도피에 가깝습니다.
충섭이 금명을 이성적인 감정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장면들은 무척이나 적지만 존재합니다. 충섭 어머니로 인해 만들어진 둘 만의 시간 속에서 세상에서 가장 큰 트리라는 말은 아무것도 아닌 거 같지만, 금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드러난 대사였습니다.
금명이 영범을 자신이 사는 곳으로 데려가며 자신이 이곳에 사는 이유가 세상에서 가장 큰 트리를 볼 수 있기 때문이라 했습니다. 물론 돈이 없어 그곳을 선택했지만, 그런 핑계라도 필요했습니다. 이 말을 들었던 충섭이 금명에게 그 이야기를 한 것은 그의 감정선을 잘 보여준 것으로 보입니다.
더욱 갑작스럽게 입대를 해서 뒤늦게 소식을 들은 금명은 충섭이 작업하는 공간에서 자신의 초상화를 발견합니다. 그건 일종의 프러포즈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 마음이 과연 금명에게 전달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소심할 수밖에 없었던 충섭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죠.
서로 못 볼 것 많이 본 금명과 충섭의 3년은 둘 사이를 친구로 만들어줬습니다. '양금명 트리 같다. 어디에 있어도 반짝반짝 두근두근 한다'는 충섭의 말은 프러포즈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금명은 영범과 결혼을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저 흘려 들었겠지만 말이죠.
씁쓸한 이야기는 금명과 영범 가족의 상견례 과정에서 드러납니다. 어렵게 결혼을 결정하고 두 가족이 만나는 그날도 제주에서 온 금명 가족보다 영범 가족들이 더 늦게 도착했습니다. 금명의 오랜 꿈은 '앞가림'이었습니다. 항상 부모만 소환하는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금명에게 이 소망은 소소하지만 대단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딸은 자꾸 이상한 존댓말을 썼고, 엄마는 미안하단 말조차 하지 않은 사람에게 괜찮다는 말부터 했다"
금명과 애순이 서로의 그날 상황을 독백으로 처리한 부분은 서글프게 다가왔습니다. 경제적 차이로 기운 결혼은 그렇게 기운 쪽에서 알아서 굽신거리는 상황이 됩니다. 찌개를 푸는 금명은 어른들 몫을 다 담고 자신은 남은 국물만 따릅니다.
그런 금명의 모습을 보고 애순은 눈물이 쏟아질 뻔했습니다. '내 거울 같은 자식'이란 어린 시절 금명은 엄마의 그런 모습을 보며 자랐습니다. 이제 커서 자신이 엄마 애순이 했던 것처럼 자신의 몫은 없는 분배를 하고 있었습니다.
식사를 하다 예비 시아버지는 당연하다는 듯이 숭늉을 외칩니다. 바로 일어나 숭늉을 뜨려는 금명과 그건 잘하겠지란 비아냥거리는 예비 시어머니의 행동에 애순과 관식은 분하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신들 마음대로 한다면 결국 아픈 것은 딸 금명이란 사실을 그들은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너무 귀해서 내가 안 가르쳤습니다"라며 애순은 직접 숭늉을 따릅니다. 마치 자신의 딸을 종 부리듯 하는 그들을 향한 애순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분노였습니다. 집에서는 항상 대장이었지만, 그 집에서는 쫄이 될 수밖에 없는 딸 금명을 보며 부모의 가슴은 무너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비 시어머니인 부용의 갑질과 행패는 지속적으로 이어졌습니다. 어차피 가족이 될 시모에게 잘 보이고 싶은 금명과 그런 생각을 하는 딸이 안쓰럽기만 한 애순은 한복집에서 다시 한번 씁쓸함을 맛봐야 했습니다. 애순이 좋아하는 분홍색에 꽃무늬가 들어간 한복을 고르자 부용은 단칼에 팥죽색으로 하라고 합니다.
이런 태도는 무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부용은 애순에게 "말하지 못하면 죽는 병"이 있다며 노골적으로 결혼을 취소시키자고 제안합니다. 자신의 아들 영범은 내 인생이자 걸작이라며, 금명이는 안 예쁘다며 싫다고 합니다.
애순은 이런 말도 안 되는 굴욕을 받고서도 참았습니다. 오직 딸의 선택을 위해서였죠. 하지만 부용은 선을 넘었습니다. 자신만이 아니라 부모를 욕하는 그를 더는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죠. 평생 가족을 위해 고생한 아버지 손을 한심한 노동자 취급하는 행동을 더는 참아낼 수는 없었습니다.
금명은 울며 이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이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 부모는 최대한 예의 있게 행동했지만, 부용은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자신은 화초 맞고 무지막지 온실에서 귀하게 컸다는 금명은 "우리 부모님 울어요"라는 말로 절대 결혼할 수 없는 이유를 정의했습니다.
부용은 서울대 법대에 들어간 아들 영범의 8할이 자기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부용에게 금명은 그건 영범이꺼라고 하죠. 가슴 짓누르던 돌 어디 내려놓는지 아냐고 묻고는 자식 가슴에 내려놓는 것이라 합니다. 그리고 이건 자식 인생 뺏어 사는 것이라는 금명은 그렇게 그들과의 관계를 청산했습니다.
물론 7년을 사귄 영범과 그렇게 쉽게 정리가 될 수는 없었습니다. 파혼한 후 이별을 하는데 1년이라는 시간이 걸릴 정도로 쉽지 않은 관계였습니다. 자신의 생일날 반지하 금명의 집에 와 기다리던 영범에게 이제 그만하자 합니다.
"20대의 날 아는 사람이 너라서 너무 다행이야"라는 말과 함께 안아주며 이별하는 금명 역시 눈물이 쏟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절대 쉽지 않은 이별지만, 결코 행복할 수 없는 함께라면 이런 이별이 최선일 수밖에 없습니다.
영범과 이별 후 금명의 상태는 엉망이었습니다. 엄마가 보내준 반찬들은 냉장고 안에서 썩고 얼어갔고, 친구에게 자신의 힘든 상황만 이야기하는 금명에게도 그 긴 연애 후 이별은 결코 쉬울 수 없었습니다. 영범에게 이후 삶은 행복했을까요?
부용의 얼굴 표정을 클로즈업하면서 영범 가족의 삶을 빠르게 그려나가는 과정은 흥미로웠습니다. 외롭고 초라하게 늙어가는 부영의 모습 속에 그들의 삶은 척박하고 초라할 뿐이었습니다. 12시가 다 되어서야 집에 돌아온 영범은 행복하냐 묻습니다.
부용은 아들에게 어떻게 자신을 이렇게 대할 수 있냐 합니다. 조건에 맞춘 결혼을 시켰지만,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위하지도 않았고 아들 역시 행복할리 없는 결혼이 지겨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피곤에 지친 영범은 결혼식 사진에서 유일하게 웃는 것은 엄마뿐이라며 자신의 망가진 인생을 한탄합니다.
영범은 결국 어느 한 편의 착한 사람이 되지 못하고, 모두에게 착한 사람을 선택해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었습니다. 관식이 애순에게는 착한 남편을 선택하며 비록 가난하고 힘든 삶이었지만 매 순간 행복을 느끼며 살아간 것과는 대조적이었습니다.
95년 전국적으로 종량제 봉투가 시행되던 그 해, 애순과 관식은 금명에게 줄 반찬들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자신의 집에 갑작스럽게 금명이 찾아오자 환하게 웃는 부모의 모습은 참 행복했습니다. "아가, 아가"라며 어쩔 줄 모르는 애순의 모습에서 엄마의 사랑이 뭔지 다시 깨닫게 했습니다.
애순과 관식은 매일매일 금명에게 다양한 음식들을 먹이기 시작했습니다. 파혼하고 속이 헛헛할 수밖에 없는 딸을 위로하는 방법이 그들에게는 맛있는 것을 잔뜩 먹이는 것이었습니다. 편하면서도 불편한 그 요새 안에서 금명은 겨울잠 자는 곰처럼 잘 잤습니다.
눈만 뜨면 먹는 생활을 하던 금명을 새벽에 깨우는 아버지 관식과 투정 부리다 나온 딸은 함께 바다로 향합니다. 파혼한 딸을 위로하기 위해 바다로 나선 관식은 그 자리에서도 딸이 최고 다라는 말만 합니다. 그런 아버지를 두고 금명은 자신은 정주영과도 안 바꾼다고 합니다.
재벌 아버지보다 노동자 손을 한 아버지 관식이 금명에게는 최고이기 때문입니다. 해가 떠오르는 장면을 물끄러미 보는 관식과 그런 아버지를 보는 금명은 비로소 다시 깨닫습니다. 자신의 해는 아빠 관식이란 사실을 말이죠.
부녀가 새벽에 바다 데이트를 하고 오는 모습을 본 선장 상길은 부러워서 질투가 났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금명에게 시비도 걸지만, 아빠 손을 잡고 다정하게 가는 금명을 보며 부럽기만 했습니다. 상길은 자신도 관식 가족처럼 하고 싶었지만, 평생 그렇지 못한 그의 말들은 가족의 거부 사태를 불러올 뿐이었습니다.
삼식이가 된 상길에게 영란은 저녁에 뭐 먹을 거냐 묻습니다. 마치 자신의 존재감이 여전한 것 같아 우쭐하지만, 영란은 저녁 밖에서 먹고 왔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영란이 참고 살았던 것은 나이 들고 힘이 떨어지는 상길에게 제대로 한방 먹이기 위함이었습니다.
은명이 군대에 간 후 현숙은 열심히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면회도 가보고 하지만 만나주지도 않는 은명이 원통하기도 했습니다. 절대 은명은 안 된다는 아빠에게 면회가도 만나주지도 않는단 말로 정리하지만, 그의 책상에는 다시 면회 갈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서랍을 열다 보내지 않은 금명 결혼 청첩장이 쏟아지자 당황했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자신이 파혼한지 알 거라는 말에 애순은 그럴 줄 알고 청첩장도 돌리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애순은 내 딸이 상 차리는 사람이 아니라 상 엎어버리는 사람이 되기 바랐습니다.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하나의 인격체로서 대접받으며 살기 바란 엄마 애순은 금명을 그렇게 키웠습니다. 그리고 금명은 엄마의 바람처럼 부당한 결혼을 박차고 나왔습니다. 부모도 자식의 시선을 느끼며 삽니다. 착한 눈으로 바라보는 자식 앞에서 나쁜 짓을 할 수는 없는 일이죠.
과일을 고르며 숫자를 가르치던 애순은 하나 정도 더 담으려 했지만, 어린 금명은 열한 개라며 지적합니다. 그런 착한 딸의 눈망울을 보면서 애순은 잘 살아야 한다고 다짐해 왔습니다. 자식들도 부모의 눈치를 보며 살지만, 부모들 역시 자식들의 눈치를 보며 살아갑니다.
금명이의 소소한 일상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는 엄마 애순은 놀라는 금명에게 '비밀친구'인데 당연하다 했습니다. 엄마와 딸만이 누릴 수 있는 그 교감은 금명을 따뜻하게 해 줬습니다. 자식들 위해 치사하게 살 수 없었다는 애순은 금명의 손을 잡으며 "새로 난 꽃잎 같다"라고 합니다.
엄마에게 딸의 모든 것은 그런 느낌일 겁니다. 너무 소중하고 특별한 존재이니 말이죠. 그렇다고 자식을 소유물로 보는 영범의 엄마와는 달랐습니다. 딸 금명을 끔찍하게 여기지만 그를 소유하려 하지 않는 애순은 진짜 엄마였습니다.
평생 자신과 동생을 위해 희생한 엄마에게 시라도 쓰라고 하자, 애순은 가계부가 곧 시집이라 합니다. 문학소녀에게 가계부는 시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다시 서울로 올라간 금명은 엄마 아빠에게 작은 선물을 했습니다. 바다에서 생활하는 아빠에게는 로션을 엄마에게는 시를 쓸 수 있는 노트였습니다.
너무 작은 선물이지만 부모들은 행복했습니다. 눈물이 날 정도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세상 불공평한 사이가 바로 부모자식 관계라는 사실을 확신하게 합니다. 서울로 올라와 잔뜩 싸준 엄마표 음식을 위해 냉장고를 정리하는 금명은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집에서 완벽 충전하고 돌아왔으니 말이죠.
춘옥은 치매를 앓고 있어 누구도 알아보지 못합니다. 하지만 춘옥이 알아보는 유일한 존재는 손녀딸인 애순이었습니다. 춘옥을 찾은 애순을 보자 할머니는 웃었습니다. 자신을 알아보냐고 묻자 "한규 딸"이라 합니다. 너무 일찍 보낸 큰아들의 유일한 혈육인 애순을 할머니는 결코 잊을 수 없었습니다.
비록 할머니는 아들의 딸로 기억하지만, 애순을 자신의 큰아들처럼 아끼고 사랑했습니다. 할머니 춘옥은 다시 애순에게 "왜 뭐가 고달퍼"라고 합니다. 그런 엄마의 말에 작은 아들은 또 배라도 사주게라며 핀잔을 주지만 그 역시 어머니를 소중하게 여기는 아들이었습니다. 비록 철없는 아들이었지만 말이죠.
환하게 웃는 할머니 이빨이 많이 빠진 것을 본 애순은 자신이 곧 적금 탈 것이 있다며, 이빨 해주겠다고 합니다. 애순의 그 말에 춘옥은 흔들리던 이를 빼주던 당시를 떠올립니다. 치과도 거의 없던 시절 영구치가 아닌 어린아이들의 흔들리는 이는 직접 실로 묶어 빼던 시절이었습니다.
불안해 울던 어린 애순 곁에는 함께 이를 뽑겠다며 스스로 실로 묶고 두려워 눈물범벅이 된 관식이 있었습니다. 얼마나 아픈지 알게 오빠가 먼저 뽑으라는 애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관식은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둘을 보며 흐뭇하게 웃으며 바로 이를 뽑아버린 춘옥은 행복했습니다.
애순은 이제 자기 집에 가서 살자고 합니다. 하지만 춘옥은 가지 않겠다고 하죠. 춘옥이 애순의 집에 가지 않으려 한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자신과 같은 삶을 사는 손녀딸을 너무 잘 아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식 먼저 보낸 엄마 마음을 최소한 춘옥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니 속 내가 다 안다"는 말에 애순은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들을 먼저 보낸 엄마의 마음은 춘옥과 애순만 알 수 있는 감정이니 말이죠. 애순이 간 후 춘옥은 아들 한무에게 "내 새끼한테 혼날 일 밖에 없다"라고 합니다.
유일한 혈육인 애순을 제대로 키우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춘옥을 힘들게 했으니 말이죠.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이는 부모의 사랑은 삶의 마지막까지 가슴을 짓눌러왔습니다. 춘옥은 며느리인 광례가 영정사진을 찍으러 가자, 함께 자신도 사진을 찍었습니다.
입술연지를 바르며 곱게 단장하고 사진을 찍은 춘옥. 그런 시어머니에게 광례는 당신의 삶은 소풍이었나요? 아니면 고행이었나요?라고 묻습니다. 춘옥은 환하게 웃으며 소풍이라 합니다. "내 자식들 다 만나고 가는 기가 막힌 소풍이었지"라는 춘옥에게 삶은 가족이 전부였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묫자리에 할머니를 모신 애순과 관식은 삶을 되돌아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관식의 어머니와 할머니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자식을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주는 그들은 부모였으니 말이죠.
96년 1월 은명이 제대했습니다. 집에 돌아온 은명을 보고 애순과 관식은 행복했습니다. 멈칫하는 모습에 경례라도 하는 것 아니냐며 잔뜩 기대한 그들에게 등장한 것은 다시 현숙이었습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지 당황스러운 애순은 그저 "현숙"이구나라며 헤어지지 않았고 만났는지 궁금해했습니다.
이 상황에 현숙은 배를 만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애순은 놀라서 왜 배를 만지냐며 안 된다고 외치고, 관식은 본능적으로 은명을 때릴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찾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최전방 언 땅에서도 새 생명은 탄생합니다. 그렇게 질긴 악연으로 연결된 부 씨 집안과 염 씨 집안은 가족이 되었습니다.
영원할 것 같은 세 이모도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나이 많은 충수 이모는 세상을 떠났고, 둘만 남은 이모들은 그렇게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마치 동화 같은 드라마에서 요정처럼 애순과 그의 가족들을 도왔던 이모들의 변화는 더욱 강렬하게 삶의 변화를 느끼게 만듭니다.
어제와 같은 일상을 보내는 금명은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합니다. 공교롭게도 그 버스에서 내린 이는 제대한 충섭이었습니다. 충섭은 내린 후 버스에 금명이 탔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달리는 버스를 멈추기 위해 사력을 다합니다.
두들겨도 멈추지 않는 버스를 향해 달려가는데 공교롭게도 '서태지와 아이들' 팬들도 뛰기 시작합니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타들이 탄 차량을 향해 달려가는 한 무리의 팬들 사이에 껴버린 충섭의 모습은 기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 이 상황이 만들어진 것일까요? 그저 당시 시대상과 재미있는 장면을 만들기 위함일까요? 물론 그것도 있지만, 메타포가 존재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관식은 애순의 열렬한 팬입니다. 그 위대함은 결혼 후에도 여전히 애순만을 사랑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의 찐 팬입니다.
충섭을 '서태지와 아이들'의 열광적인 팬들과 한 무리로 엮어 놓은 것은 그 역시 금명의 팬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충섭이 금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언급했듯, 그는 금영의 팬입니다. 이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작가는 팬들과 충섭을 연결시킨 것이죠.
마지막 쳅터만 남겨 놓은 '폭싹 속았수다'는 매 회차들이 특별하기만 합니다. 그들의 삶을 통해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도 위대함으로 다가옵니다. 재벌도 아니고, 대단히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이들이 아닌 평범한 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것도 강렬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비록 금명은 부모님처럼 동화 같은 삶을 살 수는 없지만, 그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동화를 쓰고 있습니다. 가족이란 무엇이고, 부모와 자식이란 어떤 의미일까? 하는 궁금증들을 작가는 섬세하게 그려냈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보며 가족의 가치를 다시 깨닫게 해주는 이 드라마는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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