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 19. 10:06

JTBC 뉴스룸-검은 수첩과 영광이의 수첩, 수첩 공주의 수첩 공화국 이야기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영장 청구가 기각 되었다. 롯데 신동빈 회장에 대해서도 영장 청구 기각을 했던 조의연 판사는 유독 재벌에 대한 영장 청구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듯하다. 그렇다고 박근혜의 범죄 사실이 사라졌다고 볼 수 없다. 자기 방어를 위해 삼성은 박근혜 정권의 강압이 존재했음을 명확하게 밝혔기 때문이다.  

검은 수첩과 하얀 수첩;

박근혜 최순실의 재단 사유화 민낯 속에 드러난 국정 농단, 국가가 아니었다



조의연 판사의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청구 기각은 어느 정도 예상도 되었다. 철저한 법리적 판단에만 집중한다고 하지만 이미 재벌가의 구속 영장은 기각되어왔다는 점에서 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왜 그럴 수밖에 없느냐는 결과적으로 재벌가에는 엄청난 수의 법 전문가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성에는 300명이 넘는 변호사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번 영장 청구 심사와 관련해 6명의 최정예 변호사들이 이 부회장을 변호했다. 특검보다 더 많은 법 전문가들이 이 부회장 하나를 지키기 위해 나선 상황에서 법리적 판단만 한다는 조 판사는 오히려 쉬운 상대였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호성과 안종범의 진술, 김기춘 조윤선 영장청구, 최씨 타운 조성, 박근혜와 최순실의 재단 사유화 등은 대한민국이 국가가 아니었음을 명확하게 증명해주는 대목이었다. 박근혜와 최순실의 정부 최측근이었던 정호성과 안종범의 법정 진술은 의미 있게 다가온다. 


검찰이나 특검에서 진술은 법정에서 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안종범은 헌재에서 정호성은 법정에서 혐의 사실을 인정했다. 이는 법적으로 효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검찰 조사에서 사실을 밝혔다고 하더라도 법정에서 이를 번복하면 법적인 처벌을 가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안종범은 수첩 속의 내용들에 대해 모두 박근혜의 지시에 따랐다고 인정했다. 정호성 역시 최순실과 2천 번이 넘게 통화를 하면서 수많은 청와대 문건들을 보낸 사실을 인정했다. 박근혜와 최순실은 철저하게 이 모든 사실을 부정하고 있지만, 최측근들의 증언과 증거들 속에는 이들이 국정을 농단 해왔다는 사실만 명확하게 드러났다. 


최순실이 박근혜와 이재용의 독대 전에 미리 받아봤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장시호의 증언에서 '독대 일정표'를 미리 봤고, 박근혜 독대 자리에 나설 문건도 최순실과 함께 준비했다는 사실까지 나온 상황에서도 구속 영장 청구가 기각된 것은 씁쓸하다. 재벌 총수를 법으로 대한민국에서 처벌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되기 때문이다. 


최순실에게 추가로 거액을 보낸 사실이 증거로 드러난 상황에서도 법리적으로 다툴 수밖에 없다며 구속 영장 청구를 기각 시킨 것은 심각함으로 다가온다. 박근혜 측에서는 이를 빌미로 뇌물죄를 벗어나는 계기로 삼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추가 수사를 앞두고 있는 재벌 총수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여전히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음을 이번 구속 영장 청구 기각은 잘 보여주고 있다. 특검이 시작되면서 부터 삼성을 정조준하고 박근혜와 삼성의 뇌물죄에 수사력을 집중했다는 점에서 영장 청구 기각은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뇌물 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 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이뤄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춰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조의연 판사가 이재용 부회장의 영장 청구를 기각한 이유다. 대가 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해 소명 정도와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 관계 등이 부족하다고 했다.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도 있다고 했다. 조 판사는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그리고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특검이 주장한 뇌물죄와 관련해서 조 판사는 아직 명확하게 뇌물로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이 부회장 측의 '피해자 프레임'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수백 억이 오간 것은 사실이지만 이 모든 것은 대통령의 강압에 의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는 이 부회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후 이어질 SK 회장 특별 사면 사건과 관련해서도 어떤 결정이 날지 모호해질 수도 있어 보인다. 

윤해연 작가의 책 '오늘 떠든 사람 누구야?'속 주인공인 이영광의 이야기와 블랙리스트를 연결시킨 수첩 공주 이야기는 앵커 브리핑을 통해 흥미롭게 이어졌다. '떠든 사람'을 적으라는 담임의 지시에 영광은 완장을 차게 되었다. 엄청난 권력을 쥔 영광이는 평소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아이들의 이름을 적었다. 


다른 아이들은 영광이 앞에서는 눈치를 보기에 급급했다. 그 완장의 힘은 모든 이들의 입을 다물게 하는 힘이었다. 실제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만 명에 가까운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규제하기 위해 정부에 의해 만들어진 문건이다. 실제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들에게 정부 지원이 끊겼다는 점에서 그저 문건만이 아닌 실제 실행되었음이 점점 드러나기 시작했다.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과 조윤선 당시 정무수석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주도적으로 나섰고, 대통령 역시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 명확하다. 물론 이 모든 것을 그들은 부정한다. 증거가 나와도 부정하는 그들이지만 드러난 증거와 사실 관계는 모두 그들을 향하고 있다. 


수첩에 대한 집착이 누구보다 강했던 박근혜. 이 정권에서는 얼마나 수첩에 잘 적는 지가 중요한 척도였다고 한다. 그렇게 적힌 수첩 속의 내용들은 결과적으로 부메랑이 되어 박 정권을 무너트린 결정적 증거가 되어버렸다. 스모킹 건은 수첩 공주의 그 수첩이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정말이지 긴 하루였다....하지만 기분은 좋았다"


영광이는 수많은 이름들을 적었지만 결국 떠든 사람은 없다고 결론지었다. 하루 종일 고민을 해야 했던 어린 영광이는 결국 이름을 적어내지 않았다. 그저 자신과 평소에 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복을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른들의 세계에서는 증오와 미움을 담은 검은 노트에 빼곡히 적은 이름들을 모두에 불이익을 주기에 여념이 없었다. 


아이보다 못한 어른들의 세계는 그렇게 잔인한 동화일 뿐이다. 조윤선 장관이 어버이연합을 동원해 '반세월호 집회'를 열도록 지시했다는 주장도 한겨레신문(2017년 1월 19일자 1면)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검은 수첩과 권력을 통해 부당한 권력 남용을 해왔던 그들의 구속 영장 청구가 기각된다면 검찰과 특검의 수사는 힘을 잃을 수밖에는 없어 보인다. 


재벌 총수가 구속이 된다고 해도 기업에 큰 영향은 없다. 오히려 총수의 구속이 보다 건강한 기업 운영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기업의 가치는 더욱 상승했었음은 '팩트 체크'를 통해 제대로 증명했다. 외신들은 재벌 개혁을 위한 기회라고 보고 있음은 중요하다. 정경유착을 끊을 수 있는 좋은 기회에서 잠시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은 아쉽다. 하지만 적폐 청산은 아직 시작도 못했다. 박근혜 탄핵 인용부터 시작해 본질적인 적폐 청사는 시작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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