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 23. 13:06

감자별 2013QR3 60회-고경표의 하버드 발음이 중요한 이유

120회를 기획된 <감자별 2013QR3> 반환점을 돌기 시작했습니다. 통상적으로 이 정도면 본격적인 이야기를 넘어 심화 단계에 접어들어야 했지만, 여전히 이 시트콤은 초반에 머문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하지만 이런 불안감을 불식시키는 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민혁이 조카들에게 한 마지막 발언이었습니다. 

 

하버드라는 발음이 주는 의미;

스스로 자신을 되찾겠다는 민혁의 다짐이 반가운 이유

 

 

 

뇌수술을 받은 민혁이 깨어나기는 했지만 그의 기억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머릿속에 있던 파편을 꺼내는 것은 성공했지만,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지 못한 민혁은 침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이 일곱 살 기억 속에만 갇혀있는 다면 결코 진아와 연인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는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민혁의 머리에서 빼낸 파편은 바로 오이사가 그렇게 찾던 USB 칩이었습니다. 바닥으로 떨어지며 충격으로 머리에 박힌 것으로 추정되는 이 USB에는 오이사의 음모가 모두 담겨져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를 가진 것이었습니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찾으려 노력했던 그 USB가 다른 곳이 아닌 민혁의 머릿속에 있었다는 사실이 당황스러울 뿐이었습니다.

 

랩의 라임처럼 민혁의 뇌수술과 함께 오늘 에피소드는 보영과 수영의 머리채 잡는 이야기였습니다. 자매이지만 열 살 이상 차이가 나는 이들이 함께 머리채를 잡으며 다툴 이유는 없었습니다. 업어 키웠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수영과 나이차이가 많았던 보영이 머리채 트라우마를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이었습니다. 부모를 대신해 어린 수영이를 업고 있던 보영은 간식을 달라는 동생을 달래느라 힘들었습니다.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언니가 미웠던 어린 수영은 머리를 잡았고 이런 행위는 곧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학습으로 이어졌습니다. 보영은 수동네 집안에서 가장 존재감이 큰 인물입니다. 물론 수동네의 최고는 엄마인 유정의 몫이지만, 모전여전이라고 어머니처럼 강력한 보영은 자신의 가정에서도 엄마와 다름없는 강력한 포스의 집의 지배자로 군림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런 그녀가 수영에게 머리채를 잡혔다는 사실이 믿을 수 없는 남편 도상은 신기하기만 합니다.

 

업힌 상황에서 잡았던 언니의 머리채가 큰 효과를 발휘하자 자신이 원하는 것만 생기면 언니 머리채를 잡는 게 습관이 되었습니다. 유학을 가겠다는 수영과 이를 부정하는 보영의 싸움 역시 수영의 머리채 잡기 신공으로 결정 났습니다. 집에서 잡았던 머리를 공항에까지 이어갈 정도로 수영의 집요함에 천하의 보영도 두 손 두 발을 모두 놓을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당하기만 하던 보영이 머리채 트라우마를 벗어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장율 문제로 다투던 자매는 수영이 아르바이트하는 곱창집에서 새롭게 정립되었습니다. 언니에 맞서 아르바이트를 계속하겠다는 수영의 긴 머리를 낚아챈 보영은 과거 자신을 괴롭히던 머리채 잡기를 통해 수영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길거리와 차 안에서 결코 놓지 않는 보영의 모습은 과거 수영과 너무 닮아 있었습니다.

 

민혁이 수술 후에도 정상을 찾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가족들은 실망할 그를 위해 무조건 웃자고 다짐합니다. 심각한 이야기를 하거나 서로 다투는 상황에서도 민혁만 등장하면 무조건 웃는 가족들의 모습에서 가족애가 무엇인지 잘 드러나기도 했지만, 민혁은 그게 더 부담이었습니다. 수술을 했음에도 기억이 돌아오지 않는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민혁은 진아에게 이런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기도 하지만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의사는 수술 경과를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하지만, 마음이 급한 민혁에게 그런 시간들인 너무나 더디게 흘러갈 뿐이니 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민혁의 선택은 흥미로웠습니다. 수술을 통해 자신의 기억을 되찾을 수 없다면, 이제 일곱 살인 기억에서 스스로 성장해가겠다는 다짐을 했으니 말입니다. 의술로 되찾을 수 없는 일이라면 자신의 노력으로 되찾겠다는 그의 의지는 그래서 반가웠습니다.

 

답답한 상황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던 <감자별 2013QR3>는 민혁의 이런 다짐을 통해 급격하게 변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어냈습니다. 민혁 스스로 성장을 하겠다는 이야기는 비록 더디고 힘들기는 하겠지만 자신의 의지로 자신을 되찾겠다는 다짐이었고, 이를 통해 진아를 차지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했습니다. 어린 조카들이 하버드 대학을 나왔느냐는 질문에 그런 기억조차 없던 민혁이 그의 잘난 척 발음을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모습은 그의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신호였습니다.

 

오이사를 움직이는 모종의 조직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그 세력이 누구인지는 명확하지 않고 왜 그런지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감자별의 접근과 오이사의 반란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연결 고리는 이후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이유가 될 것입니다. 그 원인이 명확하게 무엇인지 아직은 알 수는 없지만, 오이사의 뒤에 있는 세력과 감자별과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면 이 시트콤의 제목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민혁이 비록 수술로 자신을 되찾지 못했지만, 스스로 자아를 되찾기 위해 노력한다는 사실은 반갑습니다. 그리고 그 조그마한 성격의 변화를 눈치 챈 엄마 유정의 관찰력이 과연 어떻게 될지 기대됩니다. 오이사와 함께 엉뚱한 상황극에만 빠져드는 그들과 수동네 가족들의 진검승부가 과연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집니다. 지금과 비교해 보다 강력한 이야기를 담아낼 수밖에 없는 <감자별 2013QR3>는 이제 시작입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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