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욱 피디의 시트콤인 <감자별 2013QR3>가 여전히 큰 힘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케이블이라는 한계가 존재하지만, 최근에는 내용만 좋다면 케이블과 지상파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는 더는 중요한 문제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런점에서 김병욱표 시트콤은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시트콤의 상징 김병욱;
김병욱의 시트콤이 위험하다, 그 위험의 근원은 어디에 있는걸까?
감자별이라는 행성이 지구에 근접하며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감자별 2013QR3>는 분명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시트콤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여전히 재미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소소한 재미와 회를 거듭할수록 시트콤 특유의 몰입도를 만들어준다는 점에서도 <감자별 2013QR3>은 분명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59회에 등장한 에피소드 역시 흥미로웠습니다. 노송과 노보영, 그리고 나진아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이어졌습니다. 90을 넘긴 노송이 결혼을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기겁한 가족들의 이야기와 그런 상황에 숨겨진 반전이 재미있게 이어졌습니다. 90이 넘었지만 아들인 노수동보다 더욱 혈기 왕성한 노송은 여전히 이성에 대한 관심이 높기만 합니다.
그런 그가 연하의 여성과 결혼을 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수동과 유정은 당황합니다. 뒤늦게 어머니와 시어미니를 모셔야 하는 상황은 몸서리처질 정도로 싫었습니다. 수동은 머리띠까지 하고 아버지를 압박하며 결혼을 막는데 열중합니다. 뭐 그렇다고 식탐이 많은 수동이 식사를 거르며 하는 항의는 아니었습니다. 먹을 것 다 먹으며 자신의 원하는 것만 얻으려 하는 수동은 원래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수동과 유정의 반박과 상관없이 노송의 고민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자식들이 걱정을 하듯 누군가 자신을 따르고 항간에 결혼을 한다는 이야기가 들렸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런 결혼은 길자를 보는 순간 모두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딱히 결혼을 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지만, 주변 분위기와 며느리가 자신에게 하는 행동으로 인해 혹하는 마음에 결혼을 할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길자가 노인정에 들어서는 순간 빛이 나는 그녀로 인해 모든 것은 그녀에게만 집중되게 되었습니다.
며느리나 비슷한 나이의 길자에게 마음이 빼앗긴 자신이 한심하다고 생각하는 노송은 그저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습니다. 이런 노송과 달리, 수영과 진아는 자존심을 건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진아의 엄마인 길자에게 여러 가지 지적을 하는 수영에게 반박을 하는 진아는 그렇게 앙숙이 되었습니다. 우연하게 접한 발씨름은 그들에게 더욱 강렬한 승부욕을 발동시켰습니다.
승부욕이라면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수영이 진아에게 가족들이 모두 보는 상황에서 진 것은 끔찍한 사고였습니다. 절대 져서는 안 되는 상황에서 그것도 자신에게 반박했던 진아에게 졌다는 사실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굴욕이었습니다. 진아 역시 엄마에게 함부로 하던 보영에게는 질 수는 없다는 다짐을 했고 그렇게 이긴 것이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대결은 그게 끝이 아니었고, 그렇게 다시 주어진 대결을 위해 둘은 지독한 트레이닝을 시작합니다.
보영의 자존심을 세워주기 위해 남편인 도상은 길자에게 고기 선물을 하고, 유정은 월급 이야기를 꺼냅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진아에게 읍소를 하면서 보영에게 져주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결전의 날 더욱 힘을 낸 진아는 보영을 한동안 일어설 수도 없을 정도로 부끄러운 패배로 몰아넣었습니다. 승부에서 질 수는 있지만 져줄 수는 없다는 진아의 말처럼 그녀는 온갖 상황들에게 굴하지 않고 정정당당한 승부에서 이겨냈습니다.
에피소드 자체를 보면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시트콤 특유의 과장이 섞여있고, 김병욱 특유의 풍자들의 들어가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만족하며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감자별 2013QR3>에 중요한 것이 빠진 듯한 느낌입니다. 과연 김병욱은 이 시트콤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지구의 위성이 되어버린 감자별이 과연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감자별로 인해 민혁이 일곱 살 기억에 머물고 준혁을 찾게 되는 등 변화가 있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 감자별의 역할을 다했다고 하기에는 아쉽기만 합니다. 이후 감자별의 역할이 미약해지면서 과연 감자별이 무엇인지 혼란스럽게 한다는 점은 아쉽기만 합니다. 그 감자별을 통해 보다 흥미로운 전개를 기대했던 많은 이들에게 이는 배신과도 같은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김병욱의 시트콤들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것은 독특한 방식의 이야기 전개와 살아있는 캐릭터들, 그리고 이런 캐릭터들이 충돌하면서 다양한 재미를 담아줬다는데 시청자들은 만족해했습니다. 사랑을 만들고 풀어가는 과정에서도 능숙했던 김병욱표 시트콤이었지만, 이번에는 그런 러브 스토리 역시 밋밋하게 다가올 뿐입니다. 진아를 사이에 둔 형제의 사랑이 진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밋밋하기만 하고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민혁은 일곱 살 기억에 갇힌 채 허우적거리기만 합니다.
민혁의 일곱 살 기억이 이후 이야기의 극적인 반전을 위한 준비라는 점에서 당연하게 다가오기는 하지만, 현재까지의 흐름은 더디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아쉽기만 합니다. 과연 이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좀처럼 알 수 없는 이 밋밋함은 시청자들을 열광으로 이끌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민혁이 진아와의 사랑을 위해 위험할 수도 있는 뇌수술을 받을 예정이고, 이런 상황이 곧 새로운 전개로 이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어 보입니다. 여전히 무의미한 존재로 전락한 감자별이 어떤 역할을 할지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민혁의 변화와 숨겨져 있던 감자별의 비밀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된다면 <감자별 2013QR3>는 보다 흥미로운 시트콤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미스터리만을 원하지는 않지만, 외계 행성이 지구의 위성이 된 상황에서도 이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전개는 곧 현재의 위기를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결과적으로 제목이기도 한 감자별이 제대로 극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만 이야기를 보다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제는 감자별이 전면에 나설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김병욱표 시트콤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는 감자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에서 이제는 감자별의 이면이 들어날 시기가 되었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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