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3. 15. 10:20

마더 15회-이혜영 우리읍내로 풀어낸 사의 찬미

마지막 순간까지 엄마였다. 평생 지독하게 원했던 엄마의 자리를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지 영신은 온몸으로 보여주었다. 비록 자신은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이었지만, 마음으로 낳은 아이들을 최선을 다해 키운 엄마. 그녀는 그렇게 자신의 딸이 마음으로 낳은 손녀 품에서 생을 마감했다. 


연어 같은 아이 윤복;

세상 모든 엄마들을 위한 찬가, 그 숭고하고 아름다운 삶에 대해 경애한다



집행유예를 받아 풀려나기는 했지만 수진은 윤복이를 만날 수 없게 되었다. 납치범이지만 그녀가 왜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법은 감안해서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범죄 자체가 사라질 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게 멀어질 수밖에 없는 수진은 애써 감내해야만 했다. 


수진은 이해할 수도 있지만, 어린 윤복이는 이런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다. 엄마가 감옥에 가지 않고 풀려났다는 소식을 들은 후 매일 엄마 집에 전화를 했다. 어렵게 통화가 된 후 윤복이는 왜 엄마는 자신을 찾아오지 않느냐고 묻는다. 다시 한 번 자신을 유괴해 달라는 어린 아이의 마음을 듣고 수진이 서럽게 우는 것은 당연했다. 


매일 엄마는 기다리며 가방을 싸는 아이. 엄마를 위해 최선을 다해 아이들과 어울렸고, 항상 웃었다. 그래야만 엄마를 다시 만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엄마가 오지 못하면 내가 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엄마를 보러 가는 것이 왜 잘못된 일인지 윤복이는 알 수 없다. 


영신의 병세는 점점 심해져 갔다. 자신이 점점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영신은 더는 무의미한 치료를 받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 마지막을 집에서 편하게 보내고 싶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하고 싶은 영신과 달리, 이진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자매들 중 가장 감성적인 이진은 포기할 수 없었다. 이성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감정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 전부인 어머니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는 누구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집으로 온 영신은 마지막 준비를 서두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막내 현진은 화분 속에 감춰진 오래된 비밀 상자를 발견하게 된다. 그 안에는 오래된 영상과 입양 신고서가 담겨 있었다. 둘째인 이진 역시 입양아라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었다. 어린 수진은 자신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동정받지 않도록 이진이는 엄마가 낳은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렇게 이진과 현진은 영신이 낳은 아이가 되었다. 


막내인 현진 역시 영신의 친딸은 아니었다. 현진은 영신 가족을 헌신적으로 돕는 매니저 재범의 아이였다. 홀로 키울 수 없는 처지를 생각해 영신이 가족으로 받아 가족이 완성된 것이었다. 영신의 세 딸은 모두 입양된 아이들이었다. 이 사실을 접하고 인정할 수 없는 이진은 화가 났다. 


자신이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장점이 영신의 친딸이라는 것이었는데 그 모든 것이 무너져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진도 이제 두 아이의 엄마다. 엄마가 되어 아이들을 보며 자신을 돌아본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큰 사랑을 받으며 살았는지 깨닫게 되었다. 


마지막이 얼마 남지 않은 영신은 수진의 친모인 홍희를 초대했다. 자신이 죽으면 자연스럽게 만나게 될 그들. 자신이 죽기 전에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런 영신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홍희는 수진의 어린 시절 사진과 배냇저고리를 전했다. 


영신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수진의 갓난아기 사진과 배냇저고리를 안고 우는 영신은 서러움도 후회도 즐거움도 아닌 미묘한 눈물을 쏟아냈다. 그 순간 수진은 영신의 진짜 딸이 되었으니 말이다. 홍희는 영신의 머리카락을 다듬어주고, 영신 가족은 그렇게 함께 식사를 하며 마지막 만찬을 즐겼다. 


힘들고 어렵고 그리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던 시간들을 다 보내고, 저녁 식사 자리에 모두 모인 그들은 행복했다. 서로의 오해를 풀고, 그렇게 가족이 되어버린 그들은 피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진짜 가족이었다. 셋이라 좋았다는 가족들과 재범이 아버지 같았다며 고마워하는 그들은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조금만 더 있어 달라는 수진의 안타까움에 엄마는 짐을 다 쌌다며 이제는 자신을 놔 달라는 영신. 후회 없이 멋진 삶을 살았다는 영신이 마지막으로 후회스러운 일은 모진 말로 윤복이를 밀어냈던 일이라고 했다. 수진의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영신은 윤복이를 밀어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큰 실수였는지 뒤늦게 깨달았다.  


그들의 저녁 시간이 끝난 후 찾아온 손님은 윤복이었다. 어린 아이가 혼자 기차를 타고 기억을 더듬어 엄마를 찾아왔다. 그 사실이 너무 신기하고 기쁘면서도 안타까운 수진은 오열 할 수밖에 없었다. 법이 갈라 놓은 이들 관계 속에서 수진이 할 수 있는 일은 윤복이를 다시 아동 보호소로 돌려 보내는 것 외에는 없었다. 


다음 주부터는 '그룹 홈'에서 살아야 한다는 윤복. 그러면 이모에게 엄마라고 불러야 한다며 두려워하는 윤복이에게 그럴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수진은 아프다. 자신처럼 윤복이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에 "엄마도 다른 아이가 생길 수 있어요"라는 말은 가슴을 저미게 했다. 


함께 살지 못하고 그저 함께 있는 것처럼 느끼는 것은 거짓말이라는 윤복이.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 시키려 노력하는 수진은 그 모든 것이 아프기만 하다. 엄마를 간절하게 원하는 어린 아이의 눈물. 그런 아이를 밀어내야만 하는 수진의 마음이 어떨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니 말이다. 


작은 소리에 잠에서 깬 윤복이는 할머니 방으로 향한다. 바닥에 앉아있는 영신에게 다가간 윤복이. 그런 아이를 보며 귀신 아니냐며 반가워하는 영신은 행복했다. 마지막 순간 커다란 돌덩이처럼 가슴 한 곳을 짓누르고 있던 그 고통스러운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으니 말이다.


"안녕 세상이여. 안녕 우리읍내도 잘 있어. 엄마 아빠 안녕히 계세요. 째깍 거리는 시계도 해바라기도 잘 있어. 맛있는 음식도 커피도 새 옷도 따뜻한 목욕탕도 잠자고 깨는 것도, 너무나 아름다운 그 진가를 몰랐던 세상이여. 안녕"


어린 윤복이를 품고 영신은 자신의 삶을 반추했다. 9살 때부터 연극을 했다는 영신은 어머니가 없이 홀로 무대에 선 날을 기억하고 있었다. 19살 그 두려움 마음이 지금과 같다고 했다. 연극 <우리읍내>의 에밀리를 생각하며 윤복이에게 그 대사를 읽어 달라는 영신은 그렇게 세상과 이별을 했다. 


연극 속 대사를 읊조리며 영신은 마지막으로 "엄마"를 부르고 세상과 마지막 작별을 했다. 윤복이는 그런 할머니에게 마트로시카 인형 하나가 가져다 주었다. 8살 때부터 10살 때까지 우리 엄마라며 전한 그 인형을 손에 쥔 채 세상과 이별을 했다. 


어린 윤복이를 품은 채 숨을 거둔 영신은 그렇게 가족과 영원한 이별을 했다. 압권이라는 말로 표현이 될지 모르겠다. 이혜영이 표현한 이 과정은 그녀가 아니라면 그 누구도 소화할 수 없는 장엄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을 준비는 과정은 연기 교과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영신이라는 인물의 마지막을 이토록 완벽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7년 만에 복귀한 이혜영은 과거 강렬한 모습보다 많이 힘을 빼고 더욱 노련한 연기를 선보였다. 이런 배우가 긴 공백을 가졌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정도로 말이다. 


'엄마'라는 가치를 어떻게 표현해야 가장 현명할까? 그건 답이 없을 것이다. 드라마 <마더>는 우연하게 시작된 버림받은 아이를 데리고 도주한 같은 상처를 입은 한 여성의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모든 것을 다 품어준 '대지의 신'과 같은 존재인 엄마. 엄마이기를 포기했던 그녀가 스스로 엄마가 되면서 발생하는 수많은 사건들은 그렇게 우리에게 '엄마'란 무엇인가 다시 생각하게 하고 있다. 


마지막 한 회를 남긴 <마더>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윤복이에게는 오직 엄마는 수진 하나다. 수진 역시 엄마를 떠나 보낸 후 윤복이에 대한 애정이 더욱 커졌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유괴범이었던 수진이 윤복이를 입양하는 것은 어려움이 크다. 과연 이들은 가족이 될 수 있을까? 마지막 회를 간절하게 기다리는 이유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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