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3. 8. 12:49

남자의 자격-가식 버린 그들의 열광이 아름답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마음껏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은 슬픔입니다. 문화를 나이, 직업, 성별 등 갖은 잣대로 즐길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다면 그것은 문화가 아니겠지요. 하물며 대중들이 즐기라는 대중문화를 나이로 기준을 세우는 것만큼 우매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33번째 미션-남자, 열광하라 


1. 소녀와 아저씨

평균 나이 40이 넘은 대한민국 버라이어티 출연진 중 최고령인 그들에게 '열광'하라는 주문은 자칫 힘겨움을 동반할 수도 있었습니다. 더욱 사회적인 편견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열광할 수 있다는 것은 '용기'였습니다. 

오직 배우 '수애'만을 좋아하는 김태원을 시작으로 자연스럽게 자신들이 좋아하는 연예인들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소녀시대를 좋아하는 그들은 '카라'를 좋아하는 윤형빈과 김봉창, 소녀시대 팬들인 나머지로 나뉜 그들은 그들의 공연장을 찾기로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딸 같은 혹은 조카 같은 걸 그룹 멤버들을 떠올리며 좋아하는 이들은 과거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했습니다. 누구보다 걸 그룹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이경규는 윤석과 정진과 함께 유리 쟁탈전에 뛰어들어 그동안 숨겨왔던 '열정'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민호를 보고 우울증을 고친 아주머니와 배용준의 드라마를 보며 병실에 누워 있다 식물인간에서 깨어나자마자 미용실을 찾은 아주머니의 사례를 들며 '열정의 기적'을 설파하기도 하는 그들은 본격적으로 열정에 도전합니다.  

우선 그들의 일정을 살피고 공연장에 가서 마음껏 즐기는 시간을 가지기로 합니다. 우선 태원이 오매불망하는 수애와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하는 친구 국진으로 인해 소속사 사장과 통화를 해서 만남을 약속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이 있고 그 대상을 위해 한없이 설레 일 수 있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런 자신의 즐거움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다는 것만큼 행복한건 없을지도 모릅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살아가야 하는 대한민국의 중년들이 마음껏 자신의 열정과 사랑을 모두 쏟아낼 수 있는 걸 그룹 공연장을 찾는 것은 용기를 동반한 자유의 시작이었습니다. 
  
2. 엄숙주의를 타파하고 열광하라

공연 일정부터 점검하고 본격적으로 당일 어떤 식으로 참여할 것인지 고민하는 그들은 관련 팬클럽에 회원으로 접속해 공유를 시도합니다. 김봉창은 카라 팬클럽에서 채팅을 시도하다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만, 자신은 이명박이라는 상대 팬으로 인해 인증을 거치는 수고도 해야 했습니다. 

소녀시대 팬들은 앙코르 공연을 보러, 카라 팬들은 신곡이 발표되는 뮤직뱅크를 찾기로 한 그들은 부푼 마음과 왠지 모를 낯선 쑥스러움을 토로합니다. 식사 전 공연장 분위기를 보고 온 경규옹은 자신의 딸보다 어린 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더욱 자신감이 없어집니다.

모두 쑥스러워 집에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나선 그들은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도 쉬운 세상이 아님을 이야기합니다. 어느 순간 자신의 나이와 사회적 지위에 의해 자신을 희생해야만 하는 자신을 목격하고 살아가야 했습니다. 그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솔직하게 말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세상에서 걸 그룹을 좋아하는 삼촌 팬들은 '변태'로 취급받기 일쑤였습니다. 

그런 엄숙주의에 빠진 세상에 그들의 도전은 스스로 좋아할 자유를 얻는 것과 같았습니다. 마음을 다잡고 찾아간 공연장 앞의 수많은 팬들을 바라보며 몸둘바 몰라 하던 <남격>팬들은 힘겹게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며 비로소 열광할 자유를 얻게 됩니다. 

열광적인 콘서트 장에서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았던 그들이 서서히 공연에 몰입하며, 가슴 속에 담아 두었던 '열정'을 조금씩 꺼내 놓기 시작했습니다. 사회적 동물로 살아가기 위해 몸에 베였던 형식과 허식을 털어 내고 좋아하는 마음을 숨김없이 털어 놓기 시작 하는 그들에게 그곳은 자유와 열정의 공간이었습니다.   

KBS 공개홀에서 열리는 '카라 공연'을 기다리는 봉창과 형빈은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라 그런지 줄서서 기다리는 어린 팬들과 쉽게 하나가 되어 즐거운 기다림을 경험합니다. 오랜 시간대기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소녀시대 공연을 보러간 형님들 보다는 행복한 두근거림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일곱 남자의 이번 도전은 '열광'이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열광할 수 있는 삶은 행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일이든 사랑이든 어느 하나에 열광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충실하게 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엄숙주의가 강하게 지배하는 대한민국의 중장년층은 소외 속에서 자신을 속이며 살아야만 합니다. 그렇다고 중장년층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들이 많은 것도 아닌 상황에서 스스로를 황폐화 시키는 사회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마저도 규제한다면 당황스러울 수밖에는 없는 법이지요.

그렇게 그들은 '열정'을 걸 그룹으로 잡은 것은 우리 사회의 엄숙주의가 강요하는 가식을 털어 버릴 수 있는 효과적인 장소였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즐거움을 타인에 대한 눈치 보기로 일관하며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나이와 사회적 지위를 버린 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은 삶의 활력소로 작용할 것입니다.

엄숙주의를 깨버리고 열광할 수 있는 그들에게 걸 그룹들은 자유를 상징하는 특별한 존재들이었습니다. 삶에 지치고 사회의 틀 속에서 자신을 가두고 살아야만 했던 우리가 각자가 가진 '열정'을 모두 쏟아 넣을 수 있는 그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축복일 것입니다.

마음의 늙음은 자신의 열정을 속이고 스스로 '열광'이라는 단어를 잊어버리기 시작하면서 부터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과연 나는 언제부터 자신을 속이고 타인을 의식하며 열광을 억누르고 살아왔는지 고민하게 한 <남자의 자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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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17
  1. Favicon of http://egoggan.com/story BlogIcon 홍천댁이윤영 2010.03.08 13:23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 못봤어요.. 앨리스보느라구... 재방은 꼭 봐야겠어요..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10.03.08 15:23 신고 address edit & del

      열정을 가지고 열광을 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이 즐겁게 다가왔던 거 같아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보셨나 보네요?^^;

      월요일입니다. 이번 한 주도 행복한 날들 되시기 바랄께요^^;;

  2. 친구세라 2010.03.08 14:35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 넘기다 뒷부분은 조금 보았는데
    지난번에 아이돌 관련해서 한번 하긴 했었지만
    열정이란 것에 대해 정말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되네요.
    30~40대 이상 뿐만아니라 20대에게도
    아이돌을 좋아한 다는 건 그걸 말한다는 건
    쉬운일은 아니더라구요
    아이돌은 10대의 전유물이란 의식이
    아직도 강한것 같아요.
    암튼 김태원씨가 수애뉘를 좋아한다니
    저도 애정하는 입장에서 좋네요
    과연 수애뉘를 만날 수 있을까요?
    다음주가 기대됩니다.

    또 다른 미션도 펼쳐지는 것 같던데 말이죠

    못본 부분도 챙겨봐야겠네요^^

    리뷰 잘 보고 갑니다.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열린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숨어있는 열정들을 깨우길 바라며

    제가 열광하는 것들 덕분에 하루하루 즐겁게 살고 있는

    한사람이 남기고 갑니다..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10.03.08 15:26 신고 address edit & del

      너무 엄숙한 사회를 강요하는 듯 하지요. 저 역시 그 엄숙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거 같아 아쉽기도 하지만.. 스스로 당당하게 즐기면 조금씩 변할 수 있겠지요.^^

      월요일입니다. 이번 한 주도 행복한 날들 되시기 바랄께요^^;;

  3. Favicon of http://name4510.tistory.com BlogIcon 명백한 2010.03.08 17:5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뭔가.. 색다롭다고 해야될까요?,,
    일박이일 처럼 약간 반복성있는 패턴이 아니여서 더욱 좋은거같아요^
    무한도전도 마찬가지로 일정한 패턴이 없어서 좋구요 ^^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10.03.09 06:36 신고 address edit & del

      그들만의 색깔을 찾았다는 것은 즐거운일이죠.^^ 노장들의 반란은 그렇게 색다른 재미로 찾아오는 듯합니다.^^;;

  4. bayfilms 2010.03.08 21:37 address edit & del reply

    어찌나 '공감'이 가던지...근데 '우리파니'가 안나와서 -_-...ㅋ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10.03.09 06:36 신고 address edit & del

      파니가 안보이더군요. 유리를 맹신하는 이들이 제법 많다는 생각을 다시 해보게 하던데요^^;;

  5. marlowe 2010.03.08 22:28 address edit & del reply

    1. 소녀와 아저씨 부분의 두번째 문단에서 카라의 팬으로 나온건 이봉창이 아니라 김봉창입니다. 김성민 이니까요 ^^
    여튼 글 잘보았습니다.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10.03.09 06:37 신고 address edit & del

      그렇죠. 이봉창이라니...오타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하겠습니다.^^;;

    • 아.. 이봉창 2010.03.09 08:53 address edit & del

      독립운동 할 기세ㅋ

  6. Favicon of http://mjsim0704.tistory.com BlogIcon 심리다독 2010.03.09 11:3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공감가는 글입니다.. ^^
    자이미님~ 저도 남자의 자격과 팬에 관해 쓴 글이 있는데 트랙백이 안걸려서 ㅠㅠ
    ㅋㅋ 여기다 링크 걸어도 될까요?
    앞으로도 좋은글 부탁드려요~ 저도 자주 놀러올게요~ ㅎㅎ
    http://wedigient.tistory.com/19

  7. 글쎄요 2010.03.09 12:40 address edit & del reply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열광이라는 의도는 좋았는데 정작 이경규씨나 다른 출연진도 방송이라 억지로 하는 걸로 보였고 구경꾼이었지 스스로도 한심하고 지루해 하는 것 같아서 그다지 즐기는걸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콘서트장에 간다고 그게 열광은 아니지요.

    오히려 걸그룹 열풍이다 명품이다 하는 식으로 미디어에서 세뇌시킬 정도로 떠들어대면 개나소나 억지로 유행에 따르려고 무리하는 우리 사회의 천박한 모습을 확인하는 것 같았습니다. 열광하면 유명한 동영상이 있었지요. 일본 아이돌 공연에 아저씨 관객들이 안무 그대로 따라하면서 떼창하는 모습인데 열광의 도가니 그 자체로 유명했습니다. 그때는 대부분의 남자들이 욕을 했는데 요즘은 어떨지 모르겠군요.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10.03.09 13:16 신고 address edit & del

      오늘이 마지막이아 아니기에 열광을 하러 가기는 했지만 쭈볏거리고 타인을 의식하는 모습이 우리의 모습이지요. 그런 모습에서 점점 공연에 열광해가는 과정이 <남격>이 보여주고 싶은 모습일거라 봅니다. 다음주 열광하는 모습이 담기기에 말씀처럼 유행에 휩쓸리기만 하는 방송을 위한 방송만은 아니라고 보여지네요.^^;;

  8. Favicon of https://nejame-story.tistory.com BlogIcon nejame 2010.03.09 16:3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이번에 못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