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0. 5. 11:48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11회-망가져 만든 급호감 박하선과 비호감 안에 갇힌 안내상

등장인물들에 대한 개별적인 에피소드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김병욱식 시트콤은 시작되었습니다. 비록 과거 봤던 장면들을 기억나게 하는 자기복제 방식의 진행과정이 아쉽기는 하지만 시트콤이 주는 재미를 잘 살려 진행하는 '하이킥3'는 여전히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비호감만 강해지는 안내상 돌파구가 존재할까?




11회에서 중요하게 다가온 존재들은 안내상과 박하선이었습니다. 부도가 나며 빚쟁이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안내상은 바깥출입도 맘 놓고 할 수 없는 신세로 전락해있습니다. 폐경기를 맞아 부쩍 우울하기만 한 부인은 자신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채 외출을 합니다.

그렇게 홀로 남겨진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한정될 수밖에 없고 그런 한정된 일상 속에서 힘겨워 하는 것은 자연스럽기도 합니다. TV를 봐도 명상을 해보려 해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지겨움은 그에게는 고통일 수밖에는 없었으니 말입니다.

처남이 알려진 최강의 방법으로 시간을 보내기 시작한 그는 신세계를 만난 듯합니다. 홀로 집안에 남아 지루한 시간을 보내며 아내와 아이들을 못살게 굴던 이 비루해진 가장은 비로소 집에서 홀로 보내는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공하나 가지고도 하루 종일 행복한 일상. 모든 것을 잃은 그에게는 그것이 곧 천국이었지요.

상상이 만들어낸 이 놀이 방식에 푹 빠진 안내상은 저녁에 잠도 자지 못할 정도로 마음이 두근거립니다.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스스로를 망각하게 하는 이 마법의 게임은 결과적으로 안내상의 상황만 극단적으로 만들어낼 뿐이지요. 하루아침에 든든한 가장에서 가장 비루한 존재로 전락한 이 시대의 아버지가 그러하듯 그는 그 누구에게도 환영 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런 그들의 대부분은 공원을 거닐거나 가족들 몰래 스스로를 감추는 일에 집중하고는 합니다. 가부장제에 여전히 익숙한 그들에게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힘이 사라진 존재감이란 최악일 수밖에는 없지요. 가정에서의 중심은 단 한 번도 아버지인 적은 없습니다. 그들은 그저 가정을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할 뿐 그들은 언제나 소외된 존재였을 뿐이니 말입니다. 그런 그들이 가장 내세울 수 있는 돈 버는 일이 멈추게 되면 그들이 가지고 있었던 가족 속의 작은 존재감마저 미미하게 변해가는 것이 현실이고 우리 시대의 일상이 된지 오래입니다.


이런 비루해진 우리 시대 아버지 상을 연기하는 안내상에게 아쉬운 것은 동정심을 유발할 수 있는 요소들이 철저하게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지요. 그동안 '하이킥 시리즈'나 김병욱 식 시트콤에서 보여주던 힘없는 아버지들의 공통점을 차용하면서도 동정심을 유발할 수 있는 존재감이 부여되지 않는 안내상의 모습은 어쩌면 가장 슬프고 아픈 캐릭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의도성을 가지고 안내상을 극단적인 비호감 캐릭터로 만들어 가는지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보여 진 그의 모습은 지독한 가부장적인 요소들(부인에게 폭력을 행사한다거나 자녀들에 대한 강압적인 지배력을 과시하는 등)로만 점철되어져 왔습니다. 이런 모습들은 자연스럽게 동정심을 유도할 수도 있는 캐릭터를 최대한 가볍고 비루한 존재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과거 김병욱 시트콤에 등장하던 아버지들이 능력은 부족하지만 인간적인 감성은 뛰어났던 것과는 달리, 안내상은 능력도 부족하고 가족에 대한 사랑도 인간적인 감성마저도 떨어지는 오직 지독한 이기심에 빠져 있는 한심한 인간으로 굳어져 간다는 점은 아쉽게 다가옵니다. 이런 극단적인 캐릭터가 변화를 가져오면 더욱 극적일 수도 있으니 이후 어떤 식으로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현 시점 안내상의 캐릭터는 보는 게 힘겨울 정도의 비호감입니다.

자신의 잘못으로 어쩔 수 없이 동거를 하게 된 줄리엔. 그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표현을 하는 활발한 성격을 소유자입니다. 외국인이면서도 그 어떤 이들보다 한국 음식을 좋아하고 직접 만들기까지 하는 독특한 이 존재가 섬세하지만 내면에 숨겨진 기묘한 성격은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합니다.

엉뚱하지만 착한 박하선이 가장 힘겨워하고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속옷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던 줄리엔은 아무런 감정 없이 세탁물 중 하선의 브레지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과도한 액션으로 이를 감추는 그녀의 모습은 뭔가 불길한 이야기가 만들어질 듯 다가왔지요.

아니나 다를까 독특하고 복잡한 듯 단순한 성격을 가진 하선은 '줄리엔과 브레지어'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수업 시간에 칠판에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고민들을 글로 써 웃음거리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박선생을 보고 울분에 찬 열혈 체육선생 지석은 '브라질'이라는 본토 발음을 '브라자'로 알아 듯도 줄리엔을 윽박지르기까지 합니다.

자신이 사온 물방울 치마와 줄리엔의 팬티 무늬가 닮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여자만 사는 집에서 속옷 이야기는 그만했으면 좋겠다며 정중하게 요구합니다. 줄리엔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곧바로 수긍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습니다.

샤워를 하고 있는 데 택배가 왔고 황급히 나서던 하선은 그런 상황에서도 모든 것을 갖춘 채 나섭니다. 이런 작은 상황 하나에도 캐릭터의 성격이 명확하게 규정된다는 점에서 박하선의 캐릭터가 어떤지는 명확해지지요. 자신은 완벽한 모습으로 택배 물건을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물방울무늬의 줄리엔 팬티를 입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기겁을 하며 집으로 들어서던 하선은 자신이 열던 문에 머리를 다쳐 쓰러지고 맙니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도 누군가 자신이 줄리엔의 팬티를 입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안 된다는 생각에 동생에게 "줄리엔 팬티 벗겨'라는 문자를 보내지만 상황을 알지 못하는 이에게 이런 문자는 황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던 최악의 상황은 동네 아주머니에 의해 목격되고 이는 곧 병원으로 이어지기까지 했습니다. 

이 정도에서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위성에 잡힌 그녀의 모습은 25개국 2억 명의 사람들이 보고 웃는 화제의 사진이 되고 말았습니다. 마치 물미역을 뒤집어 쓴 황정음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듯이 말입니다. 이 엉뚱한 그래서 터지면 대박 사건이 되어버리는 박하선. 그녀의 변신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지만 그녀의 변신은 무죄이고 많은 이들에게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옵니다. 

초반 각각의 캐릭터들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에피소드들이 자칫 지루하게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이런 에피소드들이 구축된 이후에야 본격적인 재미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이런 캐릭터들의 장기자랑 같은 이야기들은 후에 엄청난 즐거움으로 다가올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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