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0. 9. 09:02

뿌리깊은 나무 1회-색다른 시선과 배우의 열연, 명품 드라마 등장이 반갑다 [재발행]

세종대왕에 대한 색다른 접근법이 돋보이는 <뿌리 깊은 나무>는 첫 회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었습니다. 정교하고 세련된 액션 장면들과 최고의 배우들이 펼치는 연기 열전은 그 무엇보다 흥겹게 다가옵니다. 원작의 추리 형식을 버린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원작이 주는 탄탄함을 유지한 이야기의 힘은 그 어느 것보다 장점으로 다가옵니다.

세종대왕에 대한 색다른 접근이 돋보였다





<바람의 화원>을 통해 김홍도와 신윤복을 이야기의 중심으로 끄집어 들여 흥미로운 관심을 이끌어냈던 이정명 작가의 새로운 작품인 <뿌리 깊은 나무>가 다시 한 번 드라마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미 전작을 통해 충분한 재미를 주었던 만큼 이 작품에 대한 기대는 방영 전부터 크게 다가왔습니다.

많은 기대를 모았던 작품은 시작과 함께 장혁의 상상 장면이 대중을 압도하며 시작부터 화려함이 돋보이게 만들었습니다. 세종대왕을 해하려는 장혁이 수많은 이들을 물리치고 세종 앞에 서는 순간 날아든 화살에 맞아 거사에 실패하는 장면에서 보여준 화려한 장면들은 상상이상이었습니다.

물론 장혁이 오랜 시간 수련했다는 절권도가 나오며 어색한 상황을 만들기는 했지만, 과정을 담아내는 화면과 리얼한 액션 장면들은 충분히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장혁이 왜 그 위대하다는 세종대왕을 해하려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 역시 시청자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으니 말입니다.

장혁이 분한 겸사복관원 강채윤이 왜 세종대왕을 시해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는지는 강한 궁금증으로 다가올 뿐입니다. 이런 궁금증을 풀어내기 위해 드라마는 어린 시절의 강채윤인 똘보의 모습과 충녕대군을 통해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조금은 모자란 아비를 둔 채윤은 자신의 아버지를 놀리고 괴롭히는 이들이 있는 곳이라면 장소와 나이, 신분을 불문하고 뛰어드는 강렬한 존재로 다가옵니다. 그날도 자신의 아버지를 속인 장터 아이들을 패주고 돌아온 똘보는 아비에게 여자 분장을 하며 놀리는 소이의 아비를 들이 받으며 사건은 시작되었습니다.

세종의 부인인 소헌왕후의 아버지인 우의정 심온의 동생 집 노비로 있는 그들은 거대한 음모와 잔인한 권력 다툼의 중심에 서게 됩니다. 세종이 왕이 되었지만 섭정을 하던 아비 태종에 의해, 기도 펴지 못한 채 살아야 하는 상황은 처량하게 다가옵니다.

자신의 장인인 심온을 음해해 죽이려는 시도 앞에서도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는 여린 왕 세종. 그는 그저 방진을 푸는 일에 집중하며 그 두려운 순간을 넘기려고만 합니다. 부인이 직접 나서서 아버지를 살려 달라 하지만 그는 태종의 잔인하고 강력한 권력 앞에서 그 어떤 일도 할 수 없음에 절망할 뿐입니다.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란 밀지를 보내 자신의 장인이 죽음에서 잠시 멀어질 수 있는 시간을 버는 일이 전부였습니다. 어린 나인을 불러 은밀하게 심온 집으로 밀지를 보내지만 이미 집을 에워싸고 있는 군사로 인해 나인은 어린 채윤과 소이에게 밀지를 심온에게 직접 전하라 합니다.

채윤과 소이가 보는 앞에서 군사들에게 끌려가는 소이의 아버지를 목격한 직후에 모두가 살 수 있는 묘수가 적힌 글이라며 무슨 일이 있어도 심온에게 직접 전해야만 한다는 나인의 이야기는 강인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글씨를 모르는 그들을 속이는 일은 쉬웠고 궁지에 몰린 그들에게 희망이라는 고문은 강렬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생사의 운명을 가를 수밖에 없는 임무를 채윤에게 빼앗아 자신이 하겠다는 석삼은 밤새도록 달려 심온을 만나게 됩니다. 도성으로 들어서던 그에게 건넨 왕의 밀지는 희망의 메시지가 아닌 모두가 죽을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내용이었습니다.

태종의 충신인 조말생이 세종이 은밀히 건넨 밀지를 바꿔치기 해서 심온이 저항하지 말고 순순히 사약을 받을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사위이자 왕이 건넨 글을 읽고 저항 한 번 하지 못하고 사약을 받아들이는 심온의 모습과 그 일로 인해 죽음을 맞이한 석삼. 그렇게 채윤과 세종의 악연은 시작되었습니다.

세종이 자신들을 살리는 글이라고 건넨 밀지가 결과적으로 모두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 글이라 생각한 채윤으로서는 자연스럽게 복수의 대상이 세종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신분까지 세탁해 왕에게 가까워지려 한 채윤과 궁녀가 되는 소이의 세종에 대한 분노가 어느 시점 사라지고 본심을 알 수 있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흥미로운 것은 사실입니다.

강인한 태종에 의해 섭정을 당하며 왕인 자신을 대신해 강력한 권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에 의해 두려움을 가지는 세종의 모습은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옵니다. 젊은 이도를 연기한 송중기의 미세하게 흔들리는 감정 연기는 최고라 불러도 좋을 정도였습니다.

왕이 되었음에도 철저하게 아버지의 아바타로서의 역할 밖에 할 수 없는 처량한 존재. 그런 처량함으로 장인의 죽음조차 막아내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힘겨워하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터질 듯한 긴장감을 해소하기 위해 집중하는 방진을 바라보며 태종은 왕의 존엄과 가치가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방진에 빠져 정사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 왕은 왕이 아니라는 그의 강렬한 주장과 함께 여전히 자신이 최고의 권력이라며 세종은 방진이나 하며 세월을 보내라는 태종의 강렬한 한 마디는 잔인함을 넘어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도록 했습니다.

고려를 멸하고 조선을 세운 이성계의 아들 이방원. 다른 형제들이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무인 출신인 점과는 달리, 학문을 사랑했던 이방원은 강비 소생인 이방원은 공양왕 시절 위기에 처한 아버지를 도와 이성계를 왕으로 추대하는 데 혁혁한 공헌을 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명분을 따지거나 인연이나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가장 현실적인 답안을 찾아내는 냉철한 존재인 태종의 존재감은 <뿌리 깊은 나무> 첫 회부터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태종을 연기한 백윤식의 존재감이 한 몫 더하며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첫 회는 그 어느 드라마보다 강렬하고 인상적이었습니다.

리지만 명석하고 따뜻한 감성을 가진 세종이 강렬하고 강인했던 아버지의 그늘에서 어떻게 벗어나 성군이 될 수 있었는지를 그리게 될(혹은 세종 역시 상왕들과 다름없이 잔혹한 면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니) 이 드라마는 충분히 흥미롭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원작 소설이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추리를 통해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식을 취했다면 드라마는 추리 방식을 철저히 배제한 채 액션에 치중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아직 추리 극에 호의적이지 않은 시청자들을 감안한 변화겠지만 이야기의 밀도나 재미는 자연스럽게 원작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음이 아쉬움으로 다가옵니다.

장혁, 한석규, 송중기, 신세경, 조진웅, 안석환, 이재용 그리고 특별 출연한 백윤식까지 대단한 배우들의 열연이 펼쳐지는 <뿌리 깊은 나무>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습니다. <바람의 화원>을 통해 이미 이야기의 힘을 보여주었던 이정명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과 <쩐의 전쟁>과 <바람의 화원>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았던 장태유 피디가 연출을 맡았다는 점 역시 이 드라마를 더욱 기대하게 합니다. 매력적인 시작을 한 이 드라마가 명품 사극으로 기억될 수 있을지 아직 섣부르기는 하지만 충분히 매혹적인 것만은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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