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0. 24. 11:17

1박2일 경주답사여행-왜 그들이 최고인지를 보여주었다

유홍준 교수와 함께 떠난 경주답사여행은 <1박2일>이 어떤 지향점을 가져야 하는지를 보여준 하나의 좋은 사례였습니다. 재미와 의미를 모두 담아낸 이번 여행을 통해 <1박2일>은 과거와 현재를 넘어 미래의 가능성까지 보여줌으로서 강호동 부재에 대한 고민이 아닌, 프로그램 자체의 가치에 대한 고민을 어느 정도 해소한 의미 있는 여행임을 증명해주었습니다.

1박2일, 그들은 스스로 최고임을 증명해주었다




신라시대의 모든 유물을 간직하고 있는 경주는 특별한 공간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살아 숨 쉬는 역사박물관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곳에 여행을 떠난 다는 것은 그만큼 흥겨울 수밖에는 없습니다. 이런 특별한 장소로 우리 시대 최고의 여행 멘토인 유홍준 교수와 함께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특별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경주 남산의 보물들을 찾아가며 숨겨진 이야기와 그 오랜 역사가 담아낸 의미들을 헤아려보는 과정은 답사 여행이 주는 매력이었습니다. 단순히 좋은 경치만을 보는 것이 아닌, 그 남겨진 것들이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역사적 가치들을 지니고 있는지 알면서 하는 여행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수학여행의 단골 장소인 경주. 웬만해서는 다들 한 번쯤은 가봤을 법한 그 경주가 낯설고 특별하게 다가왔던 것은 수학여행을 통해서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여행지에 대한 추억과 가치 찾기는 아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수학여행을 경주로 가든 제주로 가든, 그 장소의 유무와 상관없는 수학여행만의 추억은 따로 있으니 말이지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라는 스테디셀러의 주인공인 유홍준 교수가 직접 길잡이를 해서 시작된 경주 답사여행은 몇몇 수구언론이 지적하는 반말 진행 비난을 우습게 만들 정도로 탁월했습니다. 그를 따라 진행된 경주 답사여행은 수학여행이나 모르고 떠난 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범주를 훨씬 뛰어넘는 새로운 가치 창출이었으니 말입니다.

그들의 알찬 여행기는 단순히 남산 보물들을 찾아보고 감격을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에밀레종이라 불리는 '감은사지 성덕대왕신종'에 대한 설명과 그 웅장한 소리를 체험해보는 과정은 흥미로움을 더해주었습니다. 낮에 떠났던 남산 보물찾기에 이은 야간과 다음 날로 이어진 경주 여행은 교과서에서는 가르쳐줄 수 없는 생생함이 살아 숨 쉬고 있었습니다.

금관총, 불국사, 감실부처 등 '찰나의 경주'라는 테마로 진행된 아침 미션은 소소할 수도 있는 가치들을 끄집어내면서 경주 여행의 백미를 다시 한 번 일깨우며 뭐하나 흠잡을 데 없는 여행을 완성시켜주었습니다. 1박2일을 이토록 알차게 만들어준 일등공신은 여행지가 가지고 있는 특별함이 우선이고, 제작진들의 사전 준비가 그 다음일 것입니다. 이런 모든 것들을 알차고 흥미롭게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려 노력한 유홍준 교수와 다섯 멤버들의 노력들이 합해져 '1박2일 경주답사여행'은 가장 흥미롭고 의미 있는 여행기가 될 수 있었습니다.

여행지에 들러 그 감흥을 과도한 동작으로 표현하고 게임에만 열중하던 기존의 방식과는 달리, 역사 교과서에 박재되어 있던 역사적 장소들을 깨워 우리가 좀 더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백번째 여행은 충분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강호동이 빠진 자리를 채워내기 위한 멤버들의 변화된 모습 역시 흥미로울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존재가 빠져나가니 마치 제 물을 만난 고기떼처럼 각자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수행해내는 멤버들의 모습은 흥미로웠습니다.

그중 가장 큰 변화는 강호동 시절 침묵으로 일관하던 엄태웅이 말문이 트이면서 달라진 모습으로 다가왔다는 점입니다. 처음 등장하던 시점을 제외하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었던 그가 스스로 중심으로 들어서며 멤버들을 이끌려고 하는 노력들은 자연스럽게 다른 멤버들에게도 동기부여를 하도록 요구했습니다.

낯설어하고 주눅 들어 있던 엄태웅이 제 물을 만난 고기처럼 활발해진 것처럼, 어리바리 김종민은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되찾아 활기를 부여해주고 있습니다. 김종민에게 바랐던 모습은 이런 어리바리한 모습이 가져오는 좌충우돌이었습니다. 조금은 모자란 듯 하지만 그 모자람 속에 숨겨진 에너지가 '1박2일' 전체를 흥미롭게 이끌 수 있기 때문이지요.

기존 자신의 몫을 잘 해주던 이수근, 은지원 등도 여전히 제몫을 잘 해주며 강호동의 공백을 무색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강심장>에서 단독 MC를 맡으며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는 이승기의 <1박2일>에서의 역할 역시 흥미롭습니다.

표면적으로 중심에 나선 엄태웅을 도와주는 보조 MC 역할이기는 하지만 극 전체를 놓고 보면 이승기가 중심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강한 한 방으로 강호동의 부재를 완벽하게 메워주고 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진화된 진행 능력에 '허당'이라는 고유의 캐릭터를 절묘하게 결합해 이승기만의 존재감을 명확하게 보여주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누구나 인정하는 공식 브레인이지만 저녁 복불복 미션을 수행하며 보여준 그의 좌충우돌은 '허당승기'의 모든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자기 꾀에 넘어가며 결국 꼴찌에 머문 승기의 모습에서는 강호동의 역할이 그대로 전이되어 있었습니다. 다른 멤버들이 순위에 집중하는 상황에서도 극의 흐름과 분량을 책임지는 그의 모습에서 강호동을 확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꼴찌가 되어 벌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여자로 변신해 차가운 야외 목욕 장면을 연출하는 승기의 모습은 예능감 충만한 승기를 볼 수 있어 흥겹기도 했습니다. 가체(자막 오타가 나온) 머리를 올리고 단아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그는 언뜻 여자보다 더 여자다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그 분량이 상당히 많이 차지하며 지루함을 주기는 했지만 가체 전화를 이용하는 순발력 등 이승기가 보여준 예능감은 싸늘해진 가을 날씨에 첫 입수자로 나서 다양함으로 지루함을 줄여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무리수만 있었지 재미를 이끄는 능력이 약하고 마무리를 어디에서 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과는 달리, 이승기는 처지는 상황에서는 순발력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더 늘어지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마무리를 하는 모습에서 그가 왜 이승기인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여행 버라이어티 <1박2일>은 그들의 100번째 여행을 통해 자신들의 지향점과 가치를 잘 드러내주었습니다. 수많은 여행의 방식 중 하나일 수밖에는 없겠지만 재미와 학습효과까지 가미한 그들의 답사여행은 여행 버라이어티가 줄 수 있는 최고의 가치를 전달했다는 점에서 정점에 다다른 여행이었다고 볼 수밖에는 없을 듯합니다.

위기 상황일수록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는 그들이 과연 시한부 여행으로 마무리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이미 나영석 피디가 2월 하차를 확정지은 상황에서 '1박2일'의 운명은 여전히 오리무중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많은 시청자들이 그들이 종영이 아닌 존속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쉽게 종영이 될 가능성도 적어보입니다.

KBS 입장에서도 <1박2일>만큼 인지도 높은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 이유는 없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문제였던 강호동의 부재를 남은 멤버들과 제작진들이 충분히 메워주었다는 점에서 종영할 이유가 사라진 시점에서는 종영이 아닌 새로운 방법을 고민해야만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시청자들이 원하지 않는 종영을 무리수를 둬가며 할 가능성이 낮아진 상황이기에 <1박2일>은 2012년 2월이 지난 시점에도 여전히 시청자들과 함께 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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