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8. 11. 10:03

걸어서 세계속으로 자막 논란에 분노가 커지는 이유

여행기를 담은 <걸어서 세계속으로>가 자막 논란으로 시끄럽습니다. 과하지 않은 여행담으로 오랜 사랑을 받고 있는 여행 프로그램이 이렇게 큰 논란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드문 일입니다. 그럼에도 <걸어서 세계속으로>가 큰 논란으로 이어지는 것은 권력에 장악당한 방송에 대한 분노가 함께 했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인들은 모두 같은 이름;

유명 축구 스타 이름으로 꾸민 걸어서 세계속으로, 봇물 터진 방송사에 대한 분노

 

 

 

교황 방문을 준비하는 방송사들의 움직임은 현지 리포터를 하거나, 교황을 위한 특집 방송을 편성해 내보내는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종교를 떠나 성인으로 추앙받는 이의 방문과 그를 맞이하는 방송사들의 준비는 당연히 화제가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걸어서 세계속으로>는 400회 특집으로 이탈리아 현지에서 교황 방문을 축하하기 위해 특집으로 '로마&바티칸'편을 방송했습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이 방송은 무척이나 흥미롭고 재미있는 방송이었습니다. 1인 제작 형식으로 피디가 모든 기획과 제작을 총괄하는 단촐 하지만 그래서 더욱 색다른 시각으로 여행기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걸어서 세계속으로>는 큰 인기를 얻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교양 프로그램인 이 방송이 문제가 된 것은 지난 9일 <걸어서 세계속으로>의 '교황방한 특별기획-천국으로 가는 열쇠, 로마&바티칸' 편에서 인터뷰에 응한 현지 관계자 등의 이름이 논란이 되었습니다. 통상적으로 인터뷰를 하면 이름 등 기본적인 확인 작업을 통해 자막을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번 방송에서는 신기하게도 축구팬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이탈리아 축구 스타들의 이름들이 연이어 등장했습니다. 

 

'안드레아 피를로, 지오르지오 키엘리니, 잔루이지 부폰'등 축구를 좋아하지 않아도 어디선가 들었을 듯한 이름들이 한꺼번에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동명이인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그것이 문제가 될 수는 없는 일이지만, 한꺼번에 이탈리아 축구 대표팀 유명 스타 이름들이 계속 나오는 것은 방송 사고로 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자막이 쏟아지자 당연히 시청자들의 항의는 빗발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연이라고 해도 이런 우연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박지성과 안정환, 차범근 등 국내의 축구 스타들의 이름이 한꺼번에 방송 인터뷰어의 이름으로 제시되면 이것 역시 황당할 상황입니다. 이 방송을 이탈리아인들이 봤다면 헛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임이 분명했습니다.

 

"9일 방송 중 인터뷰 성함 자막이 본명과 다르게 나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청자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담당 PD가 현지 취재 중 인터뷰한 분들의 명단이 담긴 메모지를 분실하고 급히 제작을 하느라 이 같은 사고를 빚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외주제작사는 이 프로그램을 제작한 담당 PD를 즉각 징계조치 했고, KBS도 해당 외주제작사에 대해 '걸어서 세계 속으로' 제작 금지 조치를 취하였다. KBS는 또한 프로그램 외주제작 검수를 소홀이 한 내부 책임자에 대해서 사규에 따라 적법한 조치를 내릴 방침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차후에는 이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논란이 점점 커지자 함형진 KBS 교양문화국장은 10일 '걸어서 세계속으로'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를 했습니다. 논란이 되었던 성함 자막은 사고였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담당 피디가 현지 취재 중 인터뷰한 이들의 이름을 적은 메모지를 분실해서 생긴 실수라는 것입니다.

 

 

외주제작사의 잘못이지 KBS의 문제가 아니라고 선을 그은 함 교양문화국장은 해당 피디를 즉각 징계조치 했고, 외주제작사에 대해 제작 금지 조치를 취했다고도 했습니다. 잘못에 대한 응당한 징계를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런 그들의 행동에 대해 시청자들의 시각은 사뭇 다릅니다.


황당하고 불쾌함을 느낀 것도 사실이고, 시청자들을 바보로 본 것이 아니냐는 주장들도 많았습니다. 방송사들이 이제는 시청자들을 이런 식으로 우롱한다고 한탄하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모든 문제를 외주제작사의 탓으로 돌리며 징계를 하는 모습에 당황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중징계에 대해 황당해하는 이유는 그동안 보여 왔던 방송사들의 행태 때문일 겁니다. 이명박근혜 시절 방송은 철저하게 국민을 위한 방송이 아닌 권력을 가진 위정자들을 위한 방송으로 전락했습니다. 진실보도는 사라진지 오래 이고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위정자들의 입맛에 맞는 방송을 하는데 집착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이런 방송의 행태는 지난 4월 있었던 세월호 참사 보도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기레기'라는 단어가 너무 익숙해져버린 현실 속에서 세월호 참사는 왜 방송이 국민들의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지를 잘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논란은 KBS 사장을 퇴진시키는 이유가 되기도 했지만, 방송 장악을 포기할 수 없었던 권력은 다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장을 임명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터진 방송 사과와 이를 대처하는 방식에 대한 시청자들은 분노는 단순히 <걸어서 세계속으로>에서 드러난 성명 자막 오류에 대한 분노만이 아니었습니다.

 

 

세월호 특별법이 여야단합으로 이어지며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는 상황에서도 방송은 침묵으로 일관할 뿐입니다. 가장 중요한 사회적 이슈를 외면하는 방송은 이미 스스로 자신들의 임무가 무엇인지를 잊은 듯했습니다. 지배 권력에만 충성하는 방송은 언론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걸어서 세계속으로>에 대한 분노는 단순히 그들의 성명 실수에 대한 분노가 아닌 이명박근혜 시절 언론에 대한 분노가 하나로 모여서 터진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옳을 듯합니다.

 

언론이 바로서지 못하면 결코 사회는 정상이 될 수 없습니다. 사회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파수꾼인 언론이 바로 서야만 합니다. 그런 점에서 국민들의 방송에 대한 불신은 정치에 대한 분노 이상으로 크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지독할 정도로 암울한 방송 현장에서 <걸어서 세계속으로> 성명 논란은 하나의 촉발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교양 프로그램마저 시청자들을 아무렇게나 속이려 하는데 다른 방송은 어떻겠냐는 식의 분노가 이렇게 터졌으니 말입니다. 세월호 특별법을 위해 단식을 하고 있는 국민들의 분노를 외면하는 방송. 그들의 외주제작사 중징계는 그래서 허탈하기만 합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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