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22. 10:18

비밀의 문 의궤 살인사건 10회-한석규 김창완 권력을 사랑한 부정, 김무의 죽음이 던진 의미

맹의를 둘러싼 논란이 일단락 났습니다. 맹의에 수결을 요구하며 권력을 찬탈했던 노론의 김택 손으로 다시 들어간 맹의로 인해 표면적인 안정을 찾은 것은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세조에게는 신흥복이 필사를 해서 감춰두었던 맹의 내용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여전히 맹의 논란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권력 위해서는 아들도 버리는 부정;

자신을 죽이려는 아비를 품은 아들 김무, 그의 죽음은 곧 사도세자의 가까운 미래일 뿐 이었다




맹의의 행방을 두고 영조와 세자, 그리고 노론과 소론이 모두 집착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건은 손쉽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정치적인 거래를 통해 모든 것이 일단락되어버린 이 사건의 희생자는 결과적으로 권력에 미친 아버지들이 아닌, 그들의 아들들이었습니다. 

 

 

의금부 옥사에 갇힌 채 사건을 직접 파헤치지 못하고 간접적으로 상황을 주시할 수밖에 없었던 세자로서는 답답하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자신이 갇혀 있는 동안 세자빈은 어린 왕자와 함께 영조 앞에서 통곡 시위를 했습니다. 영조가 국정을 다스릴 때 자주 사용하던 방식을 읍소하듯 역으로 이용한 혜경궁 홍씨의 대담함은 영조를 굴복시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들을 권력을 위해 버릴 수는 있지만, 손자마저 버릴 수는 없었던 영조에게 이런 시위는 당혹스럽거나 힘겹게 다가올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사도세자의 죽음 후 영조가 세자의 아들이었던 이산에게 왕위를 물려준 것을 생각해보면 영조가 이산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를 어느 정도는 알 수 있게 합니다.

 

10회의 핵심은 권력의 속성과 그 권력을 지키기 위한 아비들의 지독함을 엿보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과거 수결했던 맹의를 지키기 위해 영조는 국본인 세자를 국청을 하기까지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아비였던 영조는 아들인 세자에게 죄를 물어 의금부 옥사에 가두라는 명령을 내리기까지 했습니다.

 

강필재 살인사건에서 증거로 채택된 칼이 세자의 것이라는 이유로 영조가 세자를 옥에 가두도록 허한 것은 의외일 수밖에 없습니다. 노론의 수장인 김택마저 영조의 행동에 당황할 정도라는 점에서 영조의 노림수는 명확했습니다. 신하들이 생각하는 수준을 넘어선 강력한 조처는 자신을 위협하는 그들에게 아들 세자를 통해 자신의 확고한 신념을 보여주겠다는 확신이었습니다.

 

 

영조의 이런 행동은 세자를 옥에 가둔 후 그가 보인 행동에서 더욱 명확해졌습니다. 세자가 건재하고 그의 아들까지 존재하는 상황에서 영조가 소원 문씨의 처소에서 시간을 보내고 그녀에게 산실청에서 출산을 하도록 허 하는 과정은 세자를 버릴 수도 있다는 강력한 경고이기도 했습니다.

 

영조의 강력한 행동에 가장 당황한 이는 박문수였습니다. 영조와 그의 아들 세자의 스승이기도 했던 박문수는 맹의를 가진 존재이기도 합니다. 어렵게 구한 맹의를 영조에게 전하지 않고 모든 역사를 바로 잡으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박문수의 요구는 세자가 옥에 갇히고 새로운 세자를 옹립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균형을 깨트린 새로운 존재는 바로 세자빈인 혜경궁 홍씨였습니다. 3살 밖에 안 된 어린 아들인 산이를 데리고 영조 앞에선 그녀는 강했습니다. 누구보다 정치적인 노림수가 강했던 빈은 아버지를 통해 노론을 치고 새로운 세력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제안을 하기도 했습니다.

 

민우섭을 출포하고, 그 과정에서도 노론 김택의 뒤통수를 치는 노련함까지 보여주었습니다. 일사천리처럼 이어지는 혜경궁 홍씨의 한 수는 영조만이 아니라 김택마저 혼란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신흥복 살인사건을 다시 파헤치는 상황에서 방법은 하나 밖에는 없었습니다. 강필재 살인사건의 주범인 김무를 내놓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모든 사건은 만천하에 드러날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선택하고 그것도 힘들게 된다면 최악을 피하는 방법을 찾겠다는 영조의 정치 본능은 대단함으로 다가왔습니다. 궁녀의 몸에서 태어나 노론과 소론의 반대로 왕위에 오르기도 힘들었던 영조. 형의 죽음과 관련된 비난을 30년 넘게 들어오면서도 역사적으로 가장 위대한 왕 중 하나로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은 그가 보인 정치적인 감각이 탁월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가장 오래 산 왕이기도 하지만 가장 검소한 생활을 했다고 알려진 영조. 그런 영조가 <비밀의 문-의궤 살인사건>에서 보여주고 있는 농익은 정치는 대단함으로 다가옵니다. 상대를 알고 이런 그들을 벼랑 끝까지 밀어붙여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들을 만들어가는 영조의 정치력은 탁월했습니다.

 

궁지로 몰린 상황에서 김택의 정치는 영조와는 또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자신의 아들이 붙잡고 있는 나철주의 오른 팔을 잘라 박문수에게 건네는 방법으로 맹의를 제안합니다. 박문수가 자신의 수하를 죽이면서까지 정치적인 목적을 취할 수는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김택은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박문수를 몰아붙였습니다.

 

박문수는 김택의 이런 행동이 결코 상대를 겁을 주기 위한 행동으로 그치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박문수는 김택에게 강필재 살인사건의 주범이 잡히고 세자가 풀려나면 맹의를 주겠다고 합니다. 뭔가 지킬 것이 많은 이들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게임. 이런 정치 게임에서 결국 승자는 영조가 되고 맙니다.

 

 

아들인 김무까지 내던져 자신의 실속을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김택은 마지막까지 악랄함으로 일관합니다. 김무에게 살인을 지시하면서 내세웠던 아들에 대한 애정은 철저하게 정치적인 행보를 위한 한 수였을 뿐이었습니다. 자신의 아들을 내놓은 김택은 모든 것을 다시 얻었습니다. 그리고 영조 역시 아들을 내세운 정치를 통해 노론과 소론을 모두 강력하게 막아내는 정치 수완을 발휘해냈습니다.

 

김택은 아들 김무를 내던지고 맹의와 함께 정치 깡패들인 서방 검계를 다시 얻었고, 영조는 세자를 옥에 가두는 강수를 통해 맹의가 소론이 아닌 노론이 가질 수 있게 했습니다. 이미 맹의 수결을 요구했던 노론이 다시 맹의를 가진다는 것은 최선은 아니지만 최악 역시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박문수는 두 아비의 잔인한 정치를 지켜봤습니다.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영조는 세자를 앞세웠고, 김택은 김무를 들러리로 내세웠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식을 버리고서라도 현재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존재들이었습니다.

 

자신의 아비인 김택이 자신을 철저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의 편에 선 아들 김무. 자신이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아비를 위해 스스로 죽음을 맞이하는 김무에게는 아비와 다른 아버지에 대한 갈증과 애정이 존재했습니다. 이런 김무의 죽음은 곧 세자의 죽음에 대한 복선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아비의 정치적 행보로 인해 희생된 아들. 이런 김택과 김무의 모습은 영조와 사도세자의 모습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김무의 죽음은 결국 모두가 알고 있는 사도세자의 죽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키는 장치이기도 했습니다. 잔인한 정치판에서는 부자의 정도 무의미하는 사실은 결국 사도세자의 죽음 역시 영조의 권력욕이 만든 결과라는 작가의 의중이 강하게 실린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역사는 사도세자가 미쳐 주변 사람들을 도륙했다고 적고 있습니다. 그런 미친 아들을 어쩔 수 없이 죽여야 했던 영조의 서글픔이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후에 왕이 된 정조는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죽음의 진실을 알려 노력했습니다.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정조 역시 의문의 죽음으로 생을 마감했다는 점에서 영조 시대의 문제는 사도세자를 거쳐, 정조까지 이어지게 되었다는 가설을 세우게 해줍니다. 물론 이런 가설이 결국 <비밀의 문-의궤 살인사건>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9회에 10회를 통해 정치란 무엇인가를 효과적으로 보여준 점은 흥미롭습니다. 진실을 감추려는 자와 진실을 밝히려는 자의 대결 구도는 매력적입니다. 실제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삶 속에서도 이런 대립 구도는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독주하는 권력을 막으려는 충정은 독선에 사로잡힌 권력에 막히고, 그런 권력은 결국 모든 것을 흔드는 이유가 된다는 사실 역시 흥미롭습니다.

 

박문수가 맹의를 적인 노론의 수장 김택에게 넘긴 것은 그저 나철주를 구하기 위함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자신이 맹의를 적에게 넘긴 것은 영조를 위함이라고도 합니다. 박문수가 생각하는 정치는 독주하는 권력을 막기 위해서는 악랄한 존재라도 견제자로 남아야만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결과적으로 백성들을 지옥도로 떨어트릴 수밖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권력에 미쳐있는 자들에게 맹의를 넘기는 것 역시 주저하지 않는 박문수의 선택은 작가의 의중이라고 보여 집니다. 현재 우리 정치를 보면 오늘 보여준 권력에 대한 이야기는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독주하는 권력을 견제해야만 하는 야당은 역대 이런 황당한 존재는 없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최악이지만, 그런 견제자도 없다면 이 권력의 끝은 결국 국민들을 향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서지담이라는 가상의 존재가 큰 역할을 해줘야 했지만 현재까지는 실패했습니다. 10회 말미에 세자를 바라보는 지담과 그런 지담을 바라보는 세자빈의 모습에서 이후 무기력하게 보이는 삼각관계가 악령처럼 다가오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 전체적으로 드라마의 재미를 놓친 <비밀의 문-의궤살인사건>은 아쉽습니다. 하지만 정치에 대한 작가의 시선은 무척이나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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