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2. 1. 09:19

육룡이 나르샤 17회-모두를 숨죽이게 만든 길태미 박혁권의 잔혹 카리스마

이방원이 극적인 묘수를 짜내며 상황은 다시 역전이 되었다. 해동갑족을 압박해 이성계를 쳐내려던 홍인방은 오히려 자신이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권력에 미쳐 자신의 영혼마저 팔아버린 홍인방의 최후는 처량하기만 했고 잔인한 살인귀인 길태미의 인생은 저잣거리에서 땅새와 한 판으로 마무리되었다. 

 

홍인방은 이방원을 알고 있다;

이방원이 만들어낸 역사의 흐름, 사극 역사상 가장 강렬한 캐릭터 길태미의 퇴장

 

 

 

자신을 탄핵하려는 이성계를 막기 위해 홍인방은 지난 수백 년 동안 누구도 범하지 않았던 해동갑족까지 건드렸다. 감히 누구도 그들에게 대항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홍인방은 해동갑족의 약점을 알아냈고, 이를 통해 그들을 궁지로 몰았다. 하지만 홍인방이 알아냈다는 것은 이방원도 알 수 있었다는 뜻이었고, 결국 이방원은 다시 판을 뒤집었다.

 

해동갑족 전부가 회동하는 자리에서 폭탄을 터트리겠다는 압박을 한 이방원의 패기는 결과적으로 모든 것을 뒤집는 수로 다가온다. 이미 나약한 자신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해동갑족들로서는 가장 강한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으니 말이다.

 

긴박하게 흘러가는 상황 속에서 이방원의 이 한 수는 모두를 변화시켰다.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속에서 최영은 해동갑족의 탄핵 상소문을 받고 바로 궁으로 향한다. 이인겸과 길태미, 그리고 홍인방 도당 3인방에 대한 출포하기 위함이었다.

 

정보를 팔고 살아가는 비국사의 적룡과 화사단의 초영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루아침에 변하기 시작한 상황 속에서 누구를 선택해야 할 것인가는 자신들이 고려에서 살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침몰할 것인지 결정지을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보를 사고파는 직업을 가진 그들이지만 적룡은 홍인방의 수하가 되어 온갖 비리의 현장에 함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홍인방의 편에 서게 된다.

 

이인겸과 긴밀했던 초영은 마지막 순간 이성계의 편에 선다. 누구보다 상황 판단이 빨랐던 초영으로 인해 길태미가 위기에 처하게 된다는 점에서 화사단의 선택은 현명했다. 고려의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이들마저 판단이 어려웠던 것은 홍인방이 순금부를 장악하고 있고, 이인겸의 사병 역시 거대하다는 점에서 개경에 있는 이성계와 최영은 큰 두려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적룡을 통해 상황이 뒤집혔다는 사실을 접한 홍인방은 모두가 예측했듯 즉시 순금부로 향해 이성계가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며 그들을 잡으러 이성계의 집으로 향한다. 홍인방이 이성계의 집으로 향하는 동안 이성계 측은 길태미의 집으로 향했다. 홀로 적 사병 70명을 모두 죽일 정도로 뛰어나고 독한 검술을 지니고 있는 길태미를 초반에 잡지 못하며 내란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자신의 집에 집결한 군사를 보고 잔인한 피바람을 예고했지만 길태미는 사돈인 홍인방을 먼저 생각했다. 자신을 이렇게 위협할 정도라면 사돈은 더 위험할 수 있다란 생각에 그는 집을 벗어난다. 결코 길태미답지 않은 모습으로 위기에서 빠져나온 그는 '비연각'으로 향했다.

 

 

이성계가 없는 빈 집에서 길태미의 집에 그들이 포위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홍인방은 군사들과 궁으로 향한다. 이런 상황에서 임금을 치는 것이 마지막 선택이라는 사실을 홍인방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길목에는 고려 최고의 무사인 최영이 있었다.

 

최영 앞에서도 순금부 군사들에게 최영 역시 이성계와 마찬가지로 반란을 일으키려고 한다며 분노하지만 흐름을 다시 뒤집을 수는 없었다. 홍인방의 야망은 그렇게 최영 장군 앞에서 추포 당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모든 권력을 잡고 흔들던 홍인방은 이젠 죄수의 몸이 되어 순금부로 향하게 되었다.

 

화사단이 운영하는 '비연각'에 도착한 길태미는 밥에 집착한다. 삼한최고의 검을 자랑하는 그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그저 자신에 대한 고민만 존재하는 그는 아침부터 든든하게 먹고 홍인방과 만나 반격을 하겠다는 생각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미 판은 바뀌었고 화사단 역시 자신의 편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공을 세워야만 한다는 강박에 빠진 이로 인해 조급하게 길태미를 치러 들어선 군사들은 오히려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삼한제일검이자 가장 잔인한 인물은 길태미는 병사들이 자신을 체포하려 오는 동안 화장을 하기에 바빴다. 길태미에게 그들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화장을 마친 후 웃는 길태미의 모습에 공포심이 가득해지는 것은 당연했다. 수십 명의 병사들 정도는 길태미에게 아무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비연각'에 길태미가 도착했다는 사실과 어설프게 그를 잡기 위해 움직였다는 보고를 받은 정도전은 급하게 모든 병사들을 그곳으로 향하게 했지만 그곳은 이미 피바다가 되어 있었다. 길태미의 잔혹성은 그 정도에서 끝나지 않았다. 순금부로 출포되는 홍인방을 칼도 꺼내지 않은 채 구해낸 그는 저자 거리에서 국밥을 먹는 장면에서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자신을 포위하고 있는 병사들은 떨고 있고 여유롭게 아침을 먹는 길태미는 그 어떤 두려움도 존재하지 않았다. 국밥을 먹기에 여념이 없는 길태미 주변에는 많은 백성들이 그의 칼에 무참히 베어 숨진 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자신의 배를 채우기에 여념이 없는 길태미는 진정한 악마였다.

 

그의 살기에 감히 대항도 하지 못하고 길을 내어주는 병사들은 이미 길태미를 잡을 용기도 그 어떤 의지도 없었다. 기본적으로 길태미를 잡을 수 있는 능력과 실력이 되지 않는 그들은 자신의 목숨을 쉽게 던질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저자거리로 나선 길태미를 둘러싼 상황에서도 그는 여유롭기만 했다.

 

모두를 압도하는 길태미의 카리스마에 짓눌린 숫적 우세의 병사들의 모습은 그의 존재감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이런 긴장감 넘치는 상황에 등장한 것이 바로 땅새였다. 아니 이성계에 의해 '이방지'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된 그는 누구도 감히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인겸 딱깔이"라는 말과 함께 길태미 앞에 나선다.

 

 

길태미 역시 홍인방을 치러와 자신과 합을 나눴던 그 존재가 이방지라는 사실을 알고 반가워한다. 개경을 떠나기 전에 이방지는 잡고 가겠다는 길태미와 이제는 삼한제일검의 자리를 내놓으라는 이방지는 최후의 결전을 벌인다. 그 결과는 이방지의 승리 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길태미의 최후는 저자거리에서 마무리되었다.

 

이인겸의 수하이자 최영의 총애를 받고 있는 조민수 장군과 이방원은 몰래 도주하려는 홍인방을 밀수 배 앞에서 잡게 된다. 그렇게 다시 순금부에 묶인 홍인방과 이방원의 대화는 흥미롭고 중요하게 다가왔다. 홍인방의 발언들 속에 이방원의 미래가 그대로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이다. 잘 생각해봐라. 너의 설렘이 삼봉이 말하는 그 나라 때문인지 아니면 그 나라를 네 놈이 갖고 싶어서인지"

 

"지금은 잘 모를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알게 되겠지. 그걸 아는 순간 네 안의 벌레는 비로소 속삭이기 시작할 거야"

 

순금부에 잡힌 홍인방은 이방원에게 다시 한 번 너 안의 벌레의 속삭임이 시작될 것이라 예고한다. 이방원이 자신과는 다르다 하지만 홍인방은 그 역시 자신과 다를 바 없다고 확신한다. 누구보다 권력에 대한 욕심이 많은 이방원이 자신과 다를 수 없음을 그는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 어린 나이에 자신을 욕보인 자들을 잔인하게 살해했던 이방원. 그런 그에게는 홍인방의 벌레와 같은 벌레가 존재했었다. 삼봉이 꿈꾸는 나라가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싶은 나라에 대한 설렘인지에 대한 발언은 홍인방의 발언이 맞았다. 실제 이방원에게는 삼봉이 설계한 나라가 아니라 자신의 나라에 대한 욕망이 꿈틀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왕조가 바뀌어, 이씨가 나라를 얻게 된다"

 

해동갑족인 민제의 딸인 민다경이 이성계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이방원이 가문의 비밀이라며 내민 이 글 때문이었다.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야망을 잃지 않는 남자 이방원을 민다경은 선택한 것이다. 자신만큼이나 야망이 큰 남자라면 분명 이 상황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민다경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해동갑족을 위기에서 벗어나게 했다. 하지만 이방원의 야욕까지 그들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에서 서글픈 역사의 흐름까지 만들어내지는 못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기만 하다. 정도전마저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방원의 한 수로 인해 그들의 대역사는 다시 시작되었다.

 

사극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길태미라는 악역은 이방지에 막히며 사라졌다. 길태미라는 캐릭터를 완성한 박혁권의 탁월한 연기를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그의 존재감은 탁월했다. 화장을 짙게 한 삼한제일검의 유머와 잔혹함은 <육룡이 나르샤> 초반을 정의하는 최고의 존재감이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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