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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응답하라 1988 쌍문동 아이들은 왜 행복했을까?

by 자이미 2016.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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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문동 골목에 사는 아이들은 행복하다. 공부 잘하는 애들도 못하는 이들도 함께 어울리고 재미있다. 아이들이 행복한 것은 부모들이 행복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잘 사는 이들도 있고 연금으로 겨우 사는 이들도 있다. 빚을 지고 반지하에서 사는 이들도 있지만 그들은 그저 동네 사람들일 뿐이다. 

 

응팔의 핵심은 쌍문동 골목길이다;

행복한 아이들이 사는 세상, 응팔이 꿈꾸는 모든 것은 쌍문동에 있다

 

 

 

복권 당첨으로 하루아침에 부자가 된 성균네. 친구 보증을 잘못 서서 월급을 차압당한 채 성균네 반지하 방에서 사는 동일네. 2천만 원이면 아파트를 사던 시절 한 해 억 단위의 수익을 올리는 택이가 사는 무성이네. 남편의 죽음 후 연금으로 아이 둘을 키우는 선우네와 맞벌이를 하는 재명네 등 쌍문동 골목에 사는 이들은 제각각이다.

 

 

중국집 배달부로 일을 하던 성균은 복권 당첨 후 집도 사고 금성 대리점을 운영하며 모두가 부러워하는 삶을 살고 있다. 쌍문동에서 가장 안정적인 직업과 재산을 가진 이는 동룡이네 집이다. 아버지는 학교 선생님이고 어머니는 보험사 간부로 있다. 막내인 동룡이가 공부를 못해서 그렇지 이 집은 어느 집과 비교해 봐도 안정적이다.

 

가난한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퍼주기에 바쁜 동일은 만년 과장이지만 안정적인 은행에 다니고 있다. 최근에는 빚을 진 친구가 문제를 해결해 남들처럼 살 수 있는 기회도 잡았다. 남자 둘이 사는 택이네는 조용하다. 금은방을 하는 무성은 오직 아들만 바라보며 산다. 택이는 중국에서는 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탁월한 바둑 실력을 보여주는 존재다.

 

매년 엄청난 우승 상금을 거둬들이는 택이는 쌍문동 최고의 부와 명예를 쥔 18살 소년이다. 무성이 평생 함께 살고 싶다고 아들에게 고백한 선영이네는 가장 어렵다. 남편이 죽은 후 연금으로 겨우 살아가는 선영이네는 하지만 아들 선우로 위안을 삼고 산다. 항상 1등을 독차지하는 뛰어난 공부 실력만이 아니라 엄마와 어린 동생을 살뜰하게 챙기는 아들만으로도 풍족한 집이다.

 

쌍문동 골목에 사는 이들은 참 다르다. 사회적 지위도 자산도 가족 구성도 제각각인 이들은 하지만 잘 어울려 산다. 국민학교 졸업이 전부인 성균과 미란 부부. 대학을 나온 재명 부부 등 그들의 학력 역시 너무 다르다. 누구는 풍족하게 살 정도로 많은 돈을 벌기도 하지만 너무 돈이 없어 아들 몰래 목욕탕에서 일해야 할 정도로 힘든 이도 있다.

 

 

달라도 너무 다른 그들의 환경은 하지만 아무런 제약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직장일로 바쁜 동룡이 엄마가 쌍문동 삼인방과 어울리지 못하는 것은 직업 탓일 뿐이다. 외부적인 요인과 상관없이 이들은 마치 친 자매처럼 지낸다. 뭐든 사면 같이 나누고, 서로 어려운 일이 있으면 자신 일처럼 나서서 해준다.

 

아무리 친해도 미안해 말을 하지 못해도 상대가 어떤 상태인지 알고 미안해하지 않도록 배려하며 돕는 이들은 먼 가족보다 특별한 이웃사촌들이다. 덕선이가 수학여행을 가는데 용돈도 줄 수 없는 처지에서 다시 돈을 빌리러 미란을 찾은 일화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돌아온다. 잠도 오지 않아 뒤척이던 일화에게 미란은 옥수수를 건네주고 돌아간다. 그 바구니 안에는 옥수수만이 아니라 일화가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돈도 함께 있었다. 글씨는 악필이지만 따뜻한 마음이 가득한 정성과 함께 일화를 감동시킨 미란의 배려는 이제는 찾아보기 어려운 훈훈함이기도 하다.

 

쌍문동 아이들 역시 제각각이다. 선우와 정환이는 1등을 다투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다. 덕선과 동룡은 누가 더 못하나 경쟁이라도 하듯 공부를 못한다. 하지만 이들은 절친이다. 공부로 서열을 나누지도 않고 그 공부에 심각한 고통을 부여하지도 않는다. 그저 그들은 서로의 꿈을 향해 나아갈 뿐이다.

 

선우는 엄마가 원하는 의사가 되고 싶어 언제나 열심히 공부한다. 정환은 공사에 가고 싶다. 전투기 조종사가 되고 싶은 그는 그래서 열심히 공부한다. 명확한 꿈이 없는 덕선이나 동룡이는 그저 친구들과 노는 것이 재미있기만 하다. 고3이 되어 덕선은 갑자기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선우로 시작해 엄마에 대한 미안함까지 겹치며 덕선이는 공부라는 것을 하기 시작했다.

 

 

춤과 노래를 좋아하고 수많은 잡기를 섭렵해가는 동룡은 친구들의 고민을 풀어주는 해결사이기도 하다. 그가 공부와 담을 쌓기는 했지만 분명한 것은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가장 행복한 삶을 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엔터테이너가 최고의 가치로 떠오른 현재를 생각해보면 수많은 동룡이들이 새로운 산업의 주인이 되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니 말이다. 

 

이제 7수를 해야만 하는 정봉이도 크게 다를 게 없다. 공부에는 관심이 없다. 하지만 수많은 잡기와 집착이 만들어낸 수많은 취미생활은 그의 집을 기적적으로 살려 놨다. 단칸방에서 어렵게 살던 성규네 집은 정봉이가 하던 취미생활 중 하나인 복권이 1등에 당첨되며 기사회생했다.

 

전화번호부 책을 달고 살고, 우표를 모집하는 등 다양한 취미에 꽂혀 사는 정봉이 역시 그 세밀한 취미 생활이 곧 특별한 직업을 가지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지금처럼 전 국민을 줄을 세워 1등부터 꼴찌까지 가려내고 이를 바탕으로 삶의 질을 좌우하게 만드는 것과는 너무 다르다.

 

수직적인 사회 체계에서 모두가 불행할 수밖에 없다.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있는 이들이라고 행복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최고 학부에 다니던 젊은 학생들이 작은 좌절을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들은 이제는 흔한 일들이 되고 말았다. 공부가 최우선이고 그것이 곧 모든 것이라고 외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음을 수많은 사건들이 증명하고 있으니 말이다.

 

 

수평적인 사회는 행복해질 수 있는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강제로 누군가에게 강요하지 않는 알아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에는 웃음이 가득할 것이다. 쌍문동 골목길은 바로 이런 수평적인 사회의 이상향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들에게는 수직적 위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돈의 유무도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도 이들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쌍문동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수평적인 관계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같은 아파트에서 평생을 살아도 제대로 말 한 번 하지 않은 채 삶을 마감하는 우리와 달리, 그 골목에서 살던 그들은 남의 집에 수저가 몇 개인지도 알 정도로 친근하다. 그렇다고 그들의 개인적인 일들까지 간섭하지는 않는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 그리고 그런 마음과 함께 상대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그들이 곧 행복한 아이들을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 쌍문동은 서울에서도 가난한 동네에 속한다. 강남은 개발붐과 함께 엄청난 돈이 오가는 곳이었다. 그런 것에 비하면 쌍문동은 가난했다. 하지만 가난했지만 그들에게는 행복이 함께 했다.

 

다른 이들보다 조금 못살더라도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해주는 이웃들과 어울려 살 수 있다면 그게 더 행복한 삶이 아닐까? 공부를 잘 하는 아이에게는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지원해준다. 하지만 공부를 못한다고 구박하고 강박을 주지는 않는다. 한계를 인정하고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부모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쌍문동 아이들은 행복하다.

 

<응답하라 1988>은 어쩌면 쌍문동 아이들의 행복을 다루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전설과도 같은 이들의 행복은 가장 돌아가고 싶은 모습이기도 하니 말이다.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은 곧 그 나라의 미래가 밝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암울한 대한민국에서 희망을 과거 행복했던 시절에서 찾는 것은 씁쓸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할 것이다.

 

행복한 아이들을 만드는 것은 결국 그 사회가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에 달렸다. 철저하게 초등학생들부터 치열한 경쟁의 장으로 내몬 채 오직 승자 독식만 내세우는 세상에는 행복이 존재할 수는 없다. 1등도 불행한 나라보다는 꼴찌도 행복한 나라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나라가 아닐까? 쌍문동 골목길을 통해 <응답하라 1988>은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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