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 26. 07:48

디어 마이 프렌즈 14회-고현정의 자학 염치없는 우리를 향한 외침이 서럽다

스스로 자신의 얼굴을 때리며 자학하던 완이의 모습이 충격적이었다. 자학을 하는 것이 충격이 아니라 그녀의 고백이 모든 시청자들을 뜨끔하게 했기 때문이다. 엄마가 암에 걸렸는데 그런 충격보다는 난 이제 어떻게 살아야하나? 하는 이기적인 생각 먼저 하는 한심한 딸이라며 울 자격도 없다는 완이는 우리 모두였다.

 

치매와 암이란 극단적 상황;

엄마 발에 뽀뽀하는 민호와 스스로 뺨을 때리는 완이, 염치 없는 자식들의 회한

 

 

암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희는 정신이 없다. 버스 종점에 내려선 그녀는 이곳이 어디이고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 것인지에 대한 답답하다. 그게 현재의 그녀의 모습이기도 하니 말이다. 난희는 평생을 지독할 정도로 힘겹게 살아왔다. 이제 장사도 좀 되고 그렇게 살만 하다 싶었는데 갑작스럽게 말기 암이라는 판정은 모든 것이 무너지게 만드는 절망이었다.

 

영원은 자신이 평생 사랑했던 마자 대철과 마지막으로 만나는 순간을 무척이나 고대했다. 그렇게 공항으로 떠나기 직전 그녀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암 검사를 받으러갔던 난희가 알고 봤더니 위암이 걸려 심각한 수준이라는 의사의 소견을 들었기 때문이다.

 

자신도 여러 암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있는데 가족이나 다름없는 난희가 암이라니. 이 지독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영원은 한참이나 그렇게 서럽게 울어야만 했다. 좀처럼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에 홀로 고급 일식집에서 소주를 마시는 난희. 그런 그녀 곁에 앉아 뭐라 말도 못하는 영원. 그런 영원에게 젊어서는 남편의 불륜을 방치하더니, 늙어서는 암을 옮겼다고 애꿎은 친구를 타박한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은 난희와 누구보다 그 심정을 잘 아는 영원은 그런 존재였다. 서로 말도 안 되는 말들로 웃고, 차안에서는 그 감정을 어떻게 할 수 없어 웃다 서럽게 우는 난희와 영원은 그렇게 자신에게 다가온 암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사라진 희자로 인해 모두가 모였다. 자신의 절친이자 가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희자가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정아는 신발도 짝짝이로 신은 것도 모른 채 넋이 나간 채 희자를 찾기 위해 나섰다. 어디로 갔는지 좀처럼 알 수 없는 그들은 희자네 집에서 정아 집으로 가는 길목 위주로 찾지만 어디에서도 그녀의 흔적을 찾을 수는 없었다.

 

희자의 막내아들 민호는 엄마가 치매라는 이야기를 듣고 서럽게 울었다. 그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이라고 자책하는 민호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침착하라고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침착할 수 있는 아들은 없다. 그나마 자신이 싫어했던 엄마의 남자친구인 성재로 인해 힘을 얻을 수 있었다.

 

희자가 치매가 심각하다는 것을 가장 먼저 안 성재는 변호사였던 자신의 직업을 최대한 활용한다. 수많은 관계들 속에서 희자를 찾을 수 있는 이들에게 연락을 하고 그렇게 그는 그녀를 찾았다. 교통정보센터에 있는 CCTV를 통해 그녀의 모습을 확인했다. 그녀가 향한 곳은 미사리 방향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전부였다.

 

그들은 궁금해 했다. 왜 희자는 뭔가를 업고 그렇게 걷기만 하는 것인지 말이다. 이런 의문 속에서 성재는 기억해 낸다. 희자와 여행을 했던 성재는 살면서 가장 서글프고 아팠던 기억을 들었기 때문이다. 남편이 출장으로 없는 상황에서 '열 감기'에 걸렸었던 아들이 자신의 등에서 죽었다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젊었던 엄마 희자는 방법을 몰라 힘겨워하다 병원으로 아들을 데리고 갔지만 이미 자신의 등 뒤에서 숨진 뒤였다. 그저 '열 감기'였는데...그렇게 죽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희자는 그 뒤부터 제정신이 아니었다. 평생 그녀를 짓눌렀던 아들에 대한 죄책감이 그녀를 그렇게 거리로 내몰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성재는 희자가 분명 그곳으로 향했을 것이라 확신했다. "고향 나뭇길을 걷고 또 걷고..."했다는 희자의 말 속에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힌트가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석균이 일했던 곳과 얼마 떨어지지 않았던 희자 남편의 고향. 그렇게 그들은 성급하게 희자를 찾아 나섰다.

 

너무나 아름다운 울창한 나무가 가득한 그 길 저편에 희자가 있었다. 양 쪽에서 희자를 향해 달려오는 충남이와 정아. 갑작스러운 그들의 등장에 멍했던 희자는 갑작스럽게 정아를 때리기 시작한다.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정아를 남편과 바람났었던 여자로 착각한 것인가 하는 순간 희자는 분노하듯 하지 못했던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네가 왜 와. 나쁜 년. 네가 감히 어떻게 와"

 

"내가 너한테 전화했지? 내 아들이 열감기인데 도와달라고. 약 먹었는데 안 낫는다고.무섭다고 와달라고 했지?"

 

"넌 왜 맨날 사는 게 힘들어. 왜 힘들어서 내가 필요할 땐 없어!"

 

"나도 힘든데 징징대지 말라고. 그러고 전화 끊었지. 나는 너밖에 없는데..넌 왜 그렇게 사는게 힘들어. 그래서 내가 맘놓고 기대지도 못하게...내 아들 살려내 이년. 넌 친구도 아니야" 


희자는 평생 죽은 아들을 업고 다녔듯, 자신의 반쪽이기도 했던 정아에 대한 아쉬움도 함께 했었다. 누구보다 정아를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희자는 힘들었다. 아들이 죽기 전에 정아가 와줬다면 어쩌면 살릴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막연함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왜 맨날 사는 게 힘들어서 내가 필요할 땐 없느냐고 타박하는 희자에게 정아가 할 수 있는 말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저 그런 희자에게 미안하기만 한 정아는 답답하고 서러울 뿐이다. 지독할 정도로 힘들기만 했던 정아. 그렇게 집에 놀러오라는 희자의 부탁에도 갈 엄두조차 낼 수 없었던 정아는 그렇게 자신에게 화풀이하는 친구를 묵묵하게 받아줄 뿐이다.

정신이 돌아온 후 집으로 돌아온 희자는 아들이 함께 살자는 말에도 분노한다. 그리고 자신은 치매가 아니라며 약 잘 먹으면 된다는 희자는 서럽다. 이런 자신이 서럽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두려움이 무섭기만 하다. 평생 누군가에게 짐이 되어 살았던 자신이 늙어서도 변하지 않는 처지가 답답할 정도다.

 

잠든 엄마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들 민호는 엄마의 볼에, 손에 그리고 발에 뽀뽀를 한다. 평생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 그렇게 조금씩 망가져가는 엄마를 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 이게 전부라는 생각에 서럽고 미안하기만 한 민호는 힘들기만 하다.

 

자신의 병 앞에서도 강한 척만 하던 난희는 딸 앞에서 처음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완이가 어렸을 때 남편의 외도로 죽음을 생각한 후 난희는 완전히 변했다. 강한 투사처럼 그녀는 살아왔다. 모든 것들을 정리하고 준비하는 상황에서 눈물도 흘리지 않는 딸을 타박하던 난희는 처음으로 딸에게 자신의 본심을 드러냈다.

 

"무섭고 너무 억울하고...살고 싶고...너무 무서워"라며 서럽게 우는 엄마를 보며 완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렇게 거대한 산 같았던 그래서 언제나 의지할 수 있었던 엄마가 처음으로 무너졌다. 그런 엄마와 즉흥 여행을 떠나며 완이는 엄마에게 행복한 기억을 남기기 위해 노력했다.

홀로 술을 마시고 취한 채 엄마에게 애교도 부리는 딸 완이. 그런 그녀가 화장실에 가서 자신의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 엄마가 눈치 채지 못하게 노래를 불러달라고 요구하고는 다시 그녀는 자신의 뺨을 세차게 때렸다. 암 걸린 엄마 걱정보다 난 어떻게 살지, 연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부터 걱정했던 자신에 대한 자책이었다.

 

"나는 오직 내 걱정뿐이었다. 그러니까 장난희 딸 나 박완은..그러니까 우리 세상 모든 자식들은 눈물을 흘릴 자격도 없다. 우리다 너무 염치없음으로"

 

우는 것조차 염치없어 울 수 없었다는 완이의 독백은 시청자들마저 서럽게 만들었다. 우리 모두가 완이와 같은 마음이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도 부모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염치도 없는 존재들일 뿐이니 말이다.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보는 이들의 심장을 찔러대는 완이의 이 독백은 <디어 마이 프렌즈>가 던지는 가장 큰 화두이기도 했다.

 

김혜자의 신들린 듯한 연기.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폭발하듯 터지는 그녀의 연기는 모두를 당황하게 할 정도로 강렬했다. 특별한 장치가 없이도 감정을 교환하는 이들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많은 이들에게 인생 드라마가 될 수밖에 없는 <디어 마이 프렌즈>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만 하는 삶에 대한 성찰이 가득 담겨져 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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