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2. 27. 07:08

힘쎈 여자 도봉순은 왜 큰 관심을 받을까?

박보영을 앞세운 JTBC의 금토 드라마 <힘쎈 여자 도봉순>이 첫 방송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B급 정서를 가득 담은 너무 힘이 쎈 여성 도봉순의 이야기는 왜 이렇게 큰 관심을 받을 수 있었을까? 박보영 효과라는 이야기들도 많이 나온다. 그리고 B급 정서가 쉽게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는 진단도 있다. 


힘쎈 여자가 왔다;

박보영보다 더 반가운 가치 전복이 주는 흥겨운 도발



힘이 쎈 여성이 등장했다. 외계 행성에서 날아온 클라크도 아닌 도봉순은 도봉구에 산다. 봉순이의 이런 엄청난 힘은 선조에서 내려온 DNA이다. 행주산성에서 거대한 바위를 던져 적을 무찔렀던 조상에서 시작된 봉순가의 힘의 유전은 모계로만 이어진다. 


상들 중에는 그 엄청난 힘을 잘못 쓴 이들도 있다. 신기하게도 이런 경우 마치 슈퍼맨이 크립토나이트에 무기력해지는 것과 동일하다. 나쁜 곳에 힘을 쓰면 그 순간 힘이 모두 사라지고 열병을 앓게 된다. 봉순이의 엄마 황진이 역시 그런 경험을 했다. 


엄청난 힘을 이용해 역도 선수로 국위 선양도 했다. 하지만 그 힘을 나쁜 곳에 사용하다 힘을 잃고 말았다. 누구보다 뼈저리게 힘의 능력과 한계까지 경험했기 때문에 딸 봉순이는 절대 그 힘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존재하는 힘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도 힘들다. 


힘을 숨기지 못해 벌어진 사건들이 많았다. 하지만 세상을 놀라게 하거나 전설의 힘을 상실하는 일들은 벌어지지 않은 채 성인이 되었다. 하지만 봉순은 엄마가 모르는 비밀스러운 일들이 있었다. 학생이었던 민혁이 타고 있던 버스가 고장이 나 비탈길을 질주하는 상황에서 모두를 구한 이가 바로 봉순이었다. 


게임 업체인 '아인 소프트'의 젊은 사장이 된 민혁은 그렇게 우연한 기회에 봉순과 재회할지 몰랐다. 물론 현 시점에서 둘은 재회한 것이 아니다. 그날 자신의 운명을 구해준 이가 봉순이라는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으니 말이다. 그들이 다시 만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역시 봉순이의 남다른 힘 때문이었다. 


공사 현장에서 이뤄진 조폭들의 부당한 행동에 참지 못한 봉순이가 적들을 물리치는 모습을 유치원생들과 민혁은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지켜줄 적임자가 그녀라는 사실을 확신했다. 자신과 같은 캐릭터를 만든 게임을 만드는 것이 소원이었던 봉순은 '아인 소프트'에 취직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행복했다. 하지만 개발팀이 아닌 대표의 경호원으로 일해야 하는 것이 문제였다. 


봉순은 어린 시절부터 동네 친구인 국두를 좋아했다. 경찰대를 졸업하고 형사로 근무하고 있는 국두는 정직하고 강직한데 잘생기기까지 했다. 이런 남자를 좋아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더욱 국두는 봉순이를 나약한 여성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도 그녀에게는 너무 행복한 일이다. 


너무 다른 그래서 더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 이들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봉순과 국두가 사는 동네에 끔찍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그것도 모자라 며칠 후에도 같은 장소에서 끔찍한 사건이 다시 발생했다. 더욱 당황스러운 것은 위급한 환자를 지키고 있던 국도가 마침 병원을 찾은 봉순에게 지켜봐 달라 부탁하고 화장실에 간 사이 납치되고 말았다. 


의사 가운을 입고 위장한 범인에 의해 속아버린 봉순이. 경찰이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도 중요한 사건 피해자가 납치된 상황은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두는 봉순 지키기에 나섰다. 범인이 봉순을 봤다는 점에서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협박범에게 시달리는 민혁은 명확하지 않지만 봉순에게 자신의 집에서 함께 있자고 요구한다. 꿈 속에서 과거 버스 사고에서 구해준 여성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보지 못한 상황에서 봉순이 그녀라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단순히 봉순에게 한 눈에 반했다고 하기도 모호하다. 이 관계의 설정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렇게 셋은 한 자리에서 충돌하기 시작했다. 


실제 일어날 수 없는 일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당황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B급 정서를 극대화시킨 설정은 반갑게 다가온다. 마치 만화를 보는 듯한 상황 전개는 몰입도를 오히려 높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런 드라마가 2회에는 잔인한 살인사건이 주가 되면서 갑작스럽게 범죄 스릴러 물로 급반전을 했다. 


복합 장르를 표방한다는 점에서 익숙함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단 2회 만에 변화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어 보이기는 한다. 첫 주 얼마나 강렬하게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초반 강렬한 인상을 남기려는 노력은 당연하지만, 그 과정이 조금 아쉬웠다. 1회보다 2회 조금은 느려진 분위기와 첫 회와 전혀 다른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등장이 마뜩하지 못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힘쎈 여자 도봉순>은 분명 흥미롭다. 박보영에 대한 호불호와 상관없이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그녀는 사랑스럽다. 작고 여성스러운 그녀가 말도 안 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가치 전복이 주는 통쾌함은 1회 모두 보여주었다. 사회적 약자로 인식되고 있는 여성이 남성. 그것도 조폭들 여러 명을 한꺼번에 제압하는 장면은 상징적이다. 


고전적인 성의 역할이 조금씩 변해가고 있는 과도기인 상황에서 봉순이의 등장은 유쾌하다. 기존의 가치를 모두 뒤집어 버리는, 그럼에도 고전적인 가치관에 갇혀 있는 이 기괴한 상황들이 아직은 흥미롭다. <힘쎈 여자 도봉순>이 큰 관심을 받고 사랑을 받는 것은 단순히 박보영과 박형식, 지수에 대한 관심 때문은 아닐 것이다. 


복합 장르 속에 담긴 여성에 대한 가치를 전복하는 상황들이 흥미롭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봉순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완벽하게 성 역할이 바뀌어 있다. 그리고 이런 고전적인 역할의 파괴는 많은 이들에게 흥미를 유발시키기도 한다. 단순한 B급 정서만이 아니라 고전적인 사회 가치와 역할을 파괴하는 이 드라마가 어떤 이야기들을 품어내고, 그 중심에서 힘이 너무 쎈 봉순이가 어떤 역할을 해줄지 기대된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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