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02 11:30

무한도전 국민의회-국민의 진짜 목소리 담은 국민 예능의 품격

200명의 국민의원과 5인의 국회의원, 무한도전 멤버들이 '국민의회'를 개최했다. 다섯 가지 의제로 분류해 시민들이 직접 제안한 법안을 국회의원들과 함께 논의하며 실제 법으로 만들 수 있는지 실험해보는 <무한도전 국민의회>는 왜 무한도전인지 제대로 보여준 특집의 시작이었다. 


국민의회 상설화;

이정미 의원이 보여준 전문성과 예능감, 심층적인 사회 문제를 꼬집다



국민이 원하는 새로운 법을 직접 만들어 보자는 취지는 흥미롭다. 정치 혐오증이 사회 전체를 휘감고 있는 상황에서 무한도전이 내놓은 '국민의회'는 흥미로운 시도였다. 다섯 가지 의제를 내놓은 200명의 국민의원이 직접 현장에 나와 자신이 제안한 법안을 가지고 토론하는 과정은 재미있었다. 


실제 시청자들인 시민들이 제안하는 법이 통과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더욱 예능에서 과연 심도 있는 논의 자체가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컸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건 그저 막연한 우려일 뿐이다. 무도는 교용환경노동 분야를 시작으로 여성가족, 국토교통, 보건복지 등으로 분류해 16세부터 78세까지 다양한 연령의 국민의원 200명을 초대해 진행되었다. 


가벼운 이야기로 시작되었지만 참여한 국민의원들의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진정한 '국민의회'는 시작되었다. '칼퇴근법'을 제안한 국민의원은 하루 22시간씩 일을 했다고 한다. 그것도 일주일 내내 1년 동안 일을 했지만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2달 동안 7만원 임금이 전부였다. 


IT의 급성장은 많은 부자들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IT 갑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노동 착취가 근간이었다는 것은 명확하다. 야근이 일상이 된 현장에서 '열정 페이'만 요구하며 엄청난 부는 결국 고용주의 몫이 되는 현실은 바로 잡혀야만 한다. 


'직장 내 멘탈 털기 금지법'은 직장 내 왕따와 성희롱들이 일상이 된 현실을 잘 보여주었다. 왕따는 학창 시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남성의 경우 군대에서도 이런 문화는 일상이 되어 있고, 직장에 들어간 후에도 그 왕따 문화는 그대로 전이되어 확장되고 고착화되어 있는 것은 명확하다. 


직장 내 왕따 문화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기본적으로 상사와 동료들에 의해 진행되는 왕따 사건은 극단적으로 치닫기도 한다. 교수가 저지른 지독한 폭력 사건은 지금도 잊기 어려울 정도로 충격이었다. 물론 모든 직장이 그렇지는 않지만 대다수의 직장에서 왕따와 성희롱과 성차별 등 수많은 문제들이 일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큰 문제다. 


'청소 노동자 쉼터 설치법'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편견이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청소 노동자는 어느 곳에나 존재한다. 우리 어머니이거나 아버지일 수도 있는 그 분들이 하는 일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만약 그들이 없다면 사회는 온통 쓰레기 더미로 쌓일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청소 노동자라는 이유로 하대하고 하찮게 보는 문화 자체가 얼마나 한심한 행동인지 인지도 하지 못하는 현실은 '사회 철학'이 부재한 우리 사회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고 볼 수 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그럴 듯하고 돈 많이 버는 직업만 선호 받는 현실 속에서 이런 불평등한 노동 환경은 심각한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소위 사회적으로 성공한 직업군들은 대대로 직업을 물려주고 있다. 소위 말하는 '사'자가 들어가는 직업군들의 자녀들은 부모의 직업을 물려받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의사, 변호사 등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많은 임금을 받는 직업군들은 대를 이어 전통을 만들어가고 있다. 


서울대 입학생들이 강남 출신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 역시 이런 사회의 반영이다. 좋은 대학, 사회가 인정하는 직업군. 이런 성공 시스템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것이 아니라 폐쇄적인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재벌가들이 동네 상권까지 장악하며 대대로 자본 승계를 하는 현실은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대한민국 1%가 세상을 지배하고 그들의 자식들이 다시 세상을 지배하는 형식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사실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절대 행복할 수 없다는 반증이다. '신귀족제'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을 어떻게 합리적인 방식으로 바꿀 수 있느냐는 결국 국민들의 몫이기도 하다. 


노동자를 대변하는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이번 특집이 배출한 최고의 스타다. 물론 그 전에도 노동 관련 분야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였던 이 의원이었지만 언론을 통해 국민에 알려질 수 있는 방법이 적었다. 소수당이라는 이유로 정의당 의원들이 언론에 언급되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 


심상정 의원이 정의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어 대권에 도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언론은 소수의 후보들에게만 집중되어 있을 뿐이다. 기계적인 중립를 하기는 어렵겠지만 언론마저 공정한 보도를 하지 못하는 상황을 정상이라 볼 수는 없다. 국민 역시 정말 우리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이들을 국민의 대변자로 뽑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노동자를 대변하는 정의당이 여전히 국회에서 제대로 힘을 낼 수 없을 정도로 적은 의원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여전히 대한민국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부분이 노동자인 대한민국에서 그들을 대변하는 가장 합리적인 정당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이 여전히 자신을 대변하는 이가 누구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듯하게 포장되고 거대한 정당의 유명 정치인이 우리를 대변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은 이미 역사를 통해 우린 깨달아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선과 차기 총선은 새로운 변화가 일어야 할 것이다. 주권자인 국민이 제대로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을 뽑기 시작하면 대한민국의 변화는 이어질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이정미 의원은 많은 준비를 했다. <무한도전 무한상사>를 정리해 노동법 위반 사안들을 일일이 지적하는 모습에서도 이 의원의 근면성이 잘 드러났다. 물론 이 의원의 전문 분야라는 점에서 당연해 보이기도 하다. 대부분이 노동자인 우리에게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노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려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이 반갑게 다가온다. 


<무한도전 국민의회>는 왜 시청자들이 그들을 기다려왔는지 잘 보여주었다. 대선을 앞두고 의식적으로 편성한 정치적인 특집은 아니라고 본다. 지난 촛불 정국과 대통령의 탄핵. 그리고 적폐 청산에 대한 요구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이 특집은 국민 스스로 새롭게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사실을 일깨우고 있다. 


가장 쉬운 방법으로 법을 이해시키고 누구라도 원하는 법을 발의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졌음을 이야기하는 <무한도전 국민의회>는 그래서 반갑다. 정치 혐오가 결국 저질스러운 인간의 지배를 받게 만드는 부메랑이 되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는 순간이기도 하다.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록 우리의 삶이 더 풍성해질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번 특집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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