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 12. 09:20

JTBC 뉴스룸-박하사탕과 세월호,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며칠이 지나지 않았지만 기존 정권과는 차원이 다른 변화가 읽히고 있다. 광장의 목소리가 권력으로 승화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실제 인선 과정을 보면 광장의 외침이 현실이 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물론 초심이 끝까지 갈 수 있을 것인가? 에 대한 의문은 남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작은 광장이다. 


박하사탕vs박하사탕;

영화 속 박하사탕과 현실 속 박하사탕, 그 기묘함 속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문재인 후보가 이제 대통령이 된 후 이틀 째 인선에 많은 이들은 환호하기도 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가 민정수석으로 확정되면서 검찰 개혁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대선 과정에서 국민이 가장 바라는 개혁 과제 중 1순위가 바로 검찰 개혁이었다. 우병우와 박근혜 정권에 대한 분노가 만든 결과였다. 


사시를 보지도 않았던 비법조인 출신의 형법 전문가가 민정수석에 올라서며 모든 것은 변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조국 신임 민정수석이 확정되던 날 김수남 검찰총장은 임기 7개월을 남기고 사퇴를 했다. 임기를 마치지 않고 물러난 김 총장으로 인해 검찰 개혁은 더욱 강력해질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검찰 조직을 방어할 수장이 스스로 나간 상황에서 새 정권의 검찰 개혁을 막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문제는 있다. 국회에 검찰 출신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적극적으로 검찰 개혁을 막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어려운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철저하게 조직화된 검찰 조직은 그저 현직 검찰만이 아니라 국회에도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사실이 고민으로 남겨졌다. 


수많은 적폐들 중 가장 큰 논란을 빚었던 검찰 조직에 대한 개혁 의지는 조국 신임 민정수석을 통해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측근들을 내세웠던 지난 정권들과 달리, 철저하게 능력에 맞춘 인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반갑다. 청와대 곳간 책임자를 최측근이 아닌 관련 전문가인 기재부 공무원을 선택했다는 것 만으로도 상징적이기 때문이다. 


비서진들과 식사를 하고 청와대 경내에서 함께 커피를 마시며 환담하는 모습이 신기하게 다가올 정도로 지난 9년 간의 어둠은 처참할 정도다. 당연하고 일상일 수밖에 없는 이 모든 것들이 신기하게 다가올 정도로 우린 많은 것들을 잃고 놓치고 살아왔던 셈이다. 


""딸이 좋아하는 박하사탕 하나를 깨물었더니 오늘 아침은 더 힘이 난다" 
다윤이 아빠 허흥환 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난 3월. 세월호가 바다 위로 올라왔을 때의 일입니다. 박하사탕은 다윤이가 좋아하던 간식이었다고 합니다. 3년의 기다림. 가족은 예전의 평범했던 그 일상으로 다시금 돌아갈 수 있을까. 


""이거 드실래요?" "박하사탕 좋아하세요?" - 영화 박하사탕 中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박하사탕에 등장하는 이 하얀 빛의 사탕 한 알 역시 돌아가고만 싶은 아름다웠던 그 시절을 상징합니다"


"사탕공장에서 일하던 순임은 군대에 간 영호에게 편지를 보낼 때마다 박하사탕 하나를 함께 넣었습니다. 굴곡진 현대사를 살아가며 자의로 혹은 타의에 의해 점점 찌들어가는 영호에게 있어 순임이 쥐여주었던 박하사탕 한 알이란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순수함, 그리고 애틋함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의 절규는 이제는 유명해진 대사가 됐지요.지나온 삶은 어느 시기로든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것…"


"삶의 어느 순간이 특별히 더 아름답고 애틋한 건 그것이 다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며…이것이야말로 어느 만큼 살아보면 깨닫게 되는 진실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깨달음이 여기서 멈춘다면 그것은 반쪽의 진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박하사탕을 깨물고 힘을 얻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것은 단지 데자뷔와 같은 착시가 아닌 우리의 삶은 앞으로 나아간다는 희망이 아닌가…"


"탄핵된 대통령이 감옥으로 가는 날, 거짓말처럼 그 배가 뭍으로 올라왔을 때…'그가 내려가니 세월호가 올라오네' 무심결에 중얼거렸다는 작가의 말처럼 굳이 그 인과관계를 따져보지 않아도 일어날 일은 일어났으며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는 날, 미수습자일지도 모를 일부가 배 안에서 발견된 것 역시 굳이 그 인과관계를 따져보지 않아도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는 것. 그래서 이미 한 달여 전, 다윤이 아빠는 그렇게 말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박하사탕 하나를 깨물었더니 오늘 아침은 더 힘이 난다"


오늘 앵커브리핑은 다시 세월호였다.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되고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하던 그 시간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선체에서 사람의 뼈가 발견되었다. 세월호가 3년 동안 있던 바다에서도 발견되었지만 세월호 내부에서는 처음이다. 그리고 유류품들도 발견되며 많은 이들을 마음 아프게 하고 있다.  


세월호 4층 여학생 객실에서 발견된 안산 단원고 조은화 양의 소지품들은 처참함으로 남겨져 있었다. 미수습자 가족으로 팽목항에서 지난 3년을 기다려왔던 어머니는 발견된 유류품을 바라보며 눈물을 쏟아낼 수밖에는 없었다. 수학여행 길에도 공부하겠다며 색색 필기구를 가지고 떠난 딸. 그렇게 다시 건져 진 색색 필기구는 그대로인데 아이는 여전히 없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박하사탕>을 자세히 설명한 이유는 그 안에 담긴 가치가 현재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현실과 너무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에서 가장 유명했던 외침인 "나 다시 돌아갈래"는 어쩌면 많은 이들이 외치고 싶은 고통의 외마디 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하는 간절함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더욱 말이다. 


현대사를 관통하며 살아낸 영호에게 박하사탕이 주는 특별함이 있었다면 미수습자 가족인 다윤이 아버지에게도 '박하사탕'은 특별한 의미다. 딸이 유독 좋아했다는 박하사탕. 그 박하사탕은 지독한 기다림을 버티게 만든 힘이었으니 말이다. 딸을 기억하고 잊지 않으려 노력했던 시간들. 정부가 버린 그들의 삶은 피폐하고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탄핵된 대통령이 감옥에 가던 날 거짓말처럼 세월호는 뭍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는 날 다시 거짓말처럼 미수습자일지도 모를 일부가 배 안에서 발견되었다. 기묘할 정도로 거짓말 같은 일들은 그렇게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미수습자들에 대한 수습은 더욱 집요하고 끊임없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세월호 진상에 대한 제대로 된 수사도 다시 시작되어야만 한다. 


문재인 정부의 첫 총리로 지명된 이낙연 전남지사는 다시 돌아가 먼저 찾은 것은 바로 미수습자 가족들이었다. 이는 큰 의미를 가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유력해지자 광화문을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가장 먼저 만난 이들도 세월호 유가족이었다. 


새로운 정부가 모든 것을 만족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사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정치란 존재할 수도 없다. 하지만 최소한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 것이라는 확신은 든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중요하다. 비상식이 일상이 되었던 지난 시절을 거둬내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시작은 이미 진행 중이다. 그렇게 다시 일어날 일들은 일어난다. 그 무엇이 가로 막으려 해도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은 일어나듯 말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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