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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황금빛 내 인생-천호진 상상암은 왜 그렇게 웃프게 다가올까?

by 자이미 2018.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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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암'이 화제다. 뜬금없이 왜 '상상암'이냐는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황금빛 내 인생>에서 나온 극적 전개 과정이다. 스스로 암이라 확신한 아버지는 홀로 마지막을 준비하기 위해 떠나고 남겨진 가족들은 '상상암'이란 사실을 의사에게 통보 받는다. 

웃픈 현실 속 아버지;

암도 생명이었는데 상상암이 뭐라고? 웃픈 상황 속 천호진이 보인 아버지의 무게



당혹스러운 전개가 아닐 수 없다. 이미 오래 전부터 떡밥을 깔아 놓았는데 거둬들이는 과정에서 무리수가 발생했다. 뭐 충분히 가능성도 있는 이야기다. 이런 사례가 현실적으로 전혀 없는 일도 아니다. 자기의 상상 속에서 수많은 병들을 만드는 경우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실을 모두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 수는 없다. 현실은 꾸며진 이야기보다 더욱 다양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상상암'이라는 전개는 그래도 '암도 생명이라는' 전설적인 막장 이야기보다는 현실적이다. 전개 과정을 보면 예상된 결과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아버지를 희생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한다. 그저 물 흐르듯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작가가 노리는 한 방이 있다는 점에서 무리수는 의미를 품게 된다. 무리수가 무리수가 아니게 된다는 의미다. 


서태수는 한때 잘나가는 사업가였다. 재벌까지는 아니지만 남부럽지 않고 편안한 삶을 살았었다. 그렇게 궁핍하지 않았던 시절 모든 것은 완벽했다. 쌍둥이 지수도 어린 나이에 사망했지만 하늘이 내려준 듯 으슥한 길에서 버려진 아이를 데려다 키워 한 가족이 되었다. 


모든 것이 완벽했던 이 가족이 깨어지기 시작한 것은 태수가 가장 믿었던 직원에게 사기를 당하며 모든 것을 잃고 나서다. 갑자기 셋방살이를 하게 된 태수의 집은 난장판이 되었다. 아버지의 존재감은 사라지고 가족은 각자도생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가 되었다. 


큰 아들은 말수가 줄어들고 결혼도 포기했다. 지독하게 어려운 살림에 결혼은 사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가난을 되물림 할 수 없다는 확신도 가지고 있었다. 딸 지안은 원하던 미대를 포기하고 악착같이 공부하고 알바하면서 정규직 직원이 되기 위해 모든 것을 다했다. 


지수는 다른 가족들과 달리 여전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지만, 막내 아들인 지호까지 부모 몰래 대학을 포기하고 돈을 벌고 있음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아버지 서태수는 외면을 받았다. 누구도 자신에게 상의를 해오는 아이들은 없었다. 평생을 함께 한 부인마저 자신을 외면하는 상황에서 태수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지안이 해성그룹 딸이라면 그 집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도 가난이 죄가 되었다. 친딸이라며 막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자존감도 완벽하게 무너진 상황에서 태수는 재기에 몸부림을 치기도 했다. 실제 성과도 얻고 있었지만, 지안이 해성그룹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이 들통나며 사라지며 아버지 태수는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딸을 팔아 돈벌이에 나선 아내도 싫었다. 자신을 찾지 않는 딸도 서운하다. 아들 내외는 힘들게 결혼은 했지만 여전히 서먹하다. 그 지독한 가난을 피해 이민을 몰래 준비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더욱 처참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해성그룹 친딸인 지수도 그렇게 살갑던 아이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막내 아들 지호도 지독한 가난을 탓하며 돈에만 집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태수는 마지막까지 아버지로서 남고 싶었다. 사라진 딸 지수를 찾아 헤매는 동안 잘 먹지도 못하며 병을 얻었다. 피까지 토하는 상황에서 태수는 어머니와 친구가 걸렸던 위암이 떠올랐다. 


그렇게 한 번 자신의 머리 속에 자리 잡은 위암은 실제 자신의 병처럼 다가왔다. 아니 그렇게라도 자신의 삶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오히려 감사했다. 미래가 없어 보이는 현실 속에서 이는 신이 내린 축복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태수는 변하기 시작했다. 


초라한 모습을 버리고 가장 화려했던 시절로 돌아가기 위해 외모부터 바꿨다. 그리고 외항선을 탄다고 이야기를 하고 홀로 지낼 준비를 했다. 일에 치여 하고 싶었던 기타를 제대로 쳐보지 못한 태수는 기타를 사고 단기로 배우며 기타에 흠뻑 빠지며 행복했다. 


뒤늦게 가족들이 태수의 병을 의심하고 애원하지만 그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식구들이 모두 자고 있는 사이 자신이 얻어둔 시골 집으로 향한 태수는 그곳에서 마지막을 홀로 보내려 한다. 그 지독하게 힘들었던 지난 시간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하나도 하지 못한 채 오직 가족을 위해 살았던 가장은 그 무거운 무게를 내던지고 서태수 본인이고 싶었다. 


'상상암'이란 충분히 가능하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 우리네 아버지인 서태수가 존재한다. 가장의 무게 속에서 힘겹게 살아왔던 수많은 아버지들에게 공감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비난을 받을 정도는 아니다. 분명 '상상암'이라는 단어가 웃프게 다가오기는 하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날 수밖에 없는 가족애는 더욱 강력해질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대단할 것 없는 <황금빛 내 인생>이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 안에 가족이라는 의미를 강렬하게 투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을 바탕으로 캐릭터에 구현된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시청자들에게 몰입도를 높이는 이유가 되었으니 말이다. 물론 식상한 구도와 표현, 그리고 여전한 남녀 간의 형식적 구분과 나태함이 아쉽기는 하지만, 이 웃픈 '상상암'에 우리 시대 마지막 아버지들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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