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3. 31. 10:52

자백 3회-이준호 유재명 호흡 뒤에 남겨진 거대한 권력

일사부재리원칙이 적용되어 5년 전 살인사건은 처벌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법정에서 도현은 한정구가 5년 전 사건의 주범이라는 증언을 받아냈다. 범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내는 과정은 결과적으로 자신이 5년 전 변호가 살인자를 비호한 것이 되는 셈이었다.

 

5년 전과 같은 판사였다는 점에서 이 상황은 판사에게도 지독한 딜레마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진범에게 무죄를 선고했던 자신이 이번에도 살인사건 범인으로 법정에선 범인 한정구에게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도현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선택을 했다. 진범을 잡고 싶은 마음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정구가 무죄임을 증명할 수 있는 결정적 증인으로 기춘호를 지명했다. 5년 전 한정구를 살인범으로 잡았지만 무죄로 풀려나며 기춘호는 경찰복을 벗어야 했다.

 

악연이다. 그런 기춘호가 이번에는 한정구가 무죄임을 증명하기 위해 법정에 섰다. 유사하지만 한정구가 범인이 아니라는 증거는 기춘호 자신이었다. 다른 범죄로 교도소에 갔다 풀려난 한정구의 모든 것을 기록하고 있었던 기춘호는 살인 사건이 일어나던 순간 한정구가 범인이 아니라는 증거는 모두 수첩에 적혀 있었다.

 

한정구를 무죄로 풀어주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필요했다. 5년 전 지은 죄에 대한 죗값을 한정구가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사부재리원칙에 의해 하나의 사건이 이미 판결이 난 상태에서 다시 죄값을 치르도록 할 수는 없다. 다른 범죄로 한정구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도현은 한정구의 가족사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갑자기 사라진 어머니와 그의 집벽에 남겨진 글들을 통해 한정구가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확신했다. 이상한 흔적들을 남기는 범죄의 시작도 어머니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만든 결과로 확신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체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원래 계획은 법정에서 최종 무죄 판결이 나기 전 한정구 집에서 그의 어머니 사체를 찾아내 살인죄로 다시 교도소로 보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정구 집에서 찾은 것은 개의 사체가 전부였다. 도무지 찾을 수 없는 사체. 이를 찾지 못하면 한정구를 잡을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도현은 한정구에게 귓속말로 자극을 했다.

 

재개발지역에 속한 한정구 집이 비어있어 가장 먼저 헐거라는 도현의 말에 한정구는 불안했다. 어머니의 사체는 문제의 글귀가 가득 쓰여진 벽 안에 숨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도현은 이 모든 것을 확신했다. 춘호의 도움으로 빈집에서 어머니의 흔적들을 찾았다. 안방에서 살인이 일어났던 것은 분명했으니 말이다.

비까지 내리던 그날 5년 전 살인사건에서 벗어난 한정구는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하고 사체를 은폐한 죄로 붙잡히게 되었다. 모든 사건은 그렇게 마무리 되는 듯했다. 하지만 그건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모든 사건의 시작은 도현의 아버지가 살인죄로 복역하는 순간부터 시작되었다.

 

10년 전 도현의 아버지는 기무사 준위였다. 강직하기만 했던 아버지 최필수가 기무사 3차장인 차승후 중령을 총으로 살해했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 하지만 살인자로 지목된 최필수는 그 어떤 반박도 하지 않은 채 살인죄를 인정했다.

 

고급 음식점에서 당시 기무사 사령관인 오택진까지 있는 자리에서 전역한 최필수가 상관이었던 차 중령을 살해할 그 어떤 이유도 없다. 그럼에도 도현의 아버지는 살인자가 되어 침묵을 지키며 아들의 면회도 거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어린 시절부터 심장이 안 좋았던 아들이 살인범이 된 후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도현의 수술이 그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다. 아들을 살리고 싶은 아버지는 모종의 거래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직접 죽이지 않은 사건의 범인이 되는 것으로 아들을 살렸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사건에는 거대한 음모를 품은 당시 기무사 사령관인 오택진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이 사건은 단순하지 않다. 이제는 거대 기업의 회장이 된 오택진은 정치인들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존재다. 그리고 오택진의 수하에는 당시 수사를 주도한 지창률 북부지검 차장검사와 살인을 구형한 북부지검 양인범 검사가 있다. 이들은 오택진에 의해 가짜 살인범인 최필수에게 살인을 내린 주도적 인물이다.

 

기춘호도 당시 사건에 연루되었다. 정말 부패한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아버지를 현장에서 검거한 은서 경찰서 강력계 형사였던 기춘호도 그 사건과 연관된 존재다. 한정구 사건도 우연은 아니었다. 도현에게는 기춘호에 대한 복수심 아닌 복수심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 의아한 것은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김선희다. 사망한 김선희를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은 그냥 생긴 것은 아니다. 어렵게 확인한 사진 속 김선희는 바로 10년 전 아버지가 사형을 선고 받던 법정에 있었다. 어린 도현을 위로해주던 그 여성이 바로 이번에 살해 당한 김선희였다.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이상하다. 10년 전 아버지를 살인자로 만든 그 법정에 있었던 여성이 사망했다. 더 기이한 것은 한정구였다. 도현에게 다시 변호를 요구하는 한정구.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도현은 거절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다시 과거의 사진 한 장 때문이었다.

 

김선희가 찍힌 사진 뒷편에 한정구도 있었다. 김선희 살인범으로 지목되었던 한정구가 10년 전 아버지 살인사건 법정에 함께 있었다. 이는 우연이라고 할 수 없다. 김선희 사건은 철저하게 한정구가 범인이 되도록 애쓴 흔적이 역력한 사건이었다. 이를 풀어낸 것은 도현이었다.

 

연쇄살인에는 패턴이 있다. 그 패턴을 조사하면 사건의 실체가 보인다. 사건의 흔적 속에 현재의 사건은 과거 사건보다 퇴보한 행태다. 이는 누군가 과거 사건을 흉내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한정구는 살인자가 아니었듯, 누군가 한정구를 살인자로 만들어야 할 이유가 있었다고 확신하게 된다.

 

모든 사건의 핵심은 오택진으로 모아질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통령의 조카이자 망나니였던 박시강이 서울 중앙구 후보로 나선다. 그리고 그런 그를 돕는 것은 오택진이다.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이는 모두 철저하게 연결된 거대한 사건이다. 10년 전 도현 아버지가 살인자를 선택한 이유는 아들을 구하기 위함이었다.

오택진은 자신에게 반기를 든 혹은 비밀을 알고 있는 차 중령을 제거하고 최필수에게 모든 죄를 짊어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이가 바로 한정구다. 한정구 역시 기무사 소속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또 다른 목격자가 바로 살인자라는 사실은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3회가 되며 큰 그림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닌 그 뒤에 숨겨진 거대한 음모가 조금씩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사건에 필연적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는 도현과 춘호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거대 권력과 맞서는 운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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