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19. 12:35

바퀴달린 집은 왜 라미란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여러 이유로 <바퀴달린 집>은 나름의 시대성을 담고 있다. 최근에는 역설적으로 나갈 수 없는 현실적 문제를 위해 방송이 대신해주는 경향성이 보이기도 한다. 랜선 세상이 열린 상황에서 다양한 선택지들을 고르고 선택하고, 실천하는 과정 중이기도 하다.

 

콘서트 역시 '골방'이나 '1열'이라는 말을 앞세워 직접 대면할 수 없는 세상에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찾고 있는 중이다. 최근 벌어진 방탄소년단의 온라인 공연은 전 세계 팬들이 접속해 70만이 넘는 이들이 즐기기도 했다.

세상은 그렇게 바뀌고 있는 중이다.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으로는 절대 돌아갈 수는 없다. 경험치는 그렇게 쌓이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찾는 것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왔다는 의미다. 과거 옳다고 맹신했던 가치들은 이제 무너지는 시기가 되었다는 의미다.

 

남자 셋이 캠핑카를 몰고 여행을 다니는 프로그램이 바로 <바퀴달린 집>이다. 캠핑을 가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그저 밥을 해 먹고, 자는 것이 행위의 전부일 수밖에 없다. 이들을 위해 특수하게 제작된 캠핑카를 몰로 전국으로 돌며 여유를 전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다.

 

성동일, 김희원, 여진구라는 세 배우가 떠나는 여행에 매 여행지마다 손님이 찾아온다. 그리고 첫 손님으로 라미란과 혜리가 출연했다. 그렇게 다섯이 바닷가에서 1박 2일을 보내는 모습이 담긴 <바퀴달린 집>은 과연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이 프로그램이 새롭다고 느끼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유사한 형식은 너무 흔해서 왜 또 이런 프로그램을 하나? 하는 의아함이 먼저 들 정도였다. 캠핑을 자주 해보거나 능숙하지 않은 그들이 떠나는 여행에서 그들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성동일과 김희원이라는 조합과 성동일과 여진구라는 조합이 주는 재미, 그리고 예능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김희원이 예능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재미로 다가올 수는 있다. 여기에 여진구라는 치트키는 뭐든 도움이 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캠핑카 앞에서 해가 뜨는 것을 보며 느긋하게 여유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소중한 경험이다.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없는 현실 속에서 이들이 보여주는 여유는 대리만족이거나 분통 터지는 일일 수도 있다. 상대적 박탈감이 들 수밖에 없는 조건들이니 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는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들의 경계는 더욱 선명해졌고, 날카롭게 표출되는 감정들 역시 그렇게 그동안 숨겨왔던 본성을 자극하기만 한다. 경계를 하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노동자들의 삶은 피폐하고, 위험을 감수하며 일을 해야 하루를 살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예능을 보며 골치 아픈 고민을 할 필요는 없다. 그런 식으로 생각한다면 세상 모든 예능은 존재 가치가 없으니 말이다. <바퀴달린 집>은 기존에 나왔던 유사한 프로그램과 뭐가 다르고 재미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아무 생각없이 보면 그저 좋은 프로그램일 수는 있다. 나는 직접 그곳에서 그들처럼 즐기기는 어렵지만, 대리만족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잠시나마 위안을 찾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여기에 여진구를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하는 시청자들도 많을 것이다.

 

캠핑에 대해서 능숙한 라미란이 손님으로 와서 열일을 하고, 혜리가 익숙한 재미를 보여주었다. 남자 셋의 조합보다 손님으로 온 여성 둘의 케미가 더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라미란은 <주말 사용 설명서>를 통해 예능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차라리 라미란을 중심으로 한 여성들의 <바퀴달린 집>을 구상했다면 어땠을까? 남자들이 촬영하기 편하기 때문에, 그리고 여전히 남자 연예인이 시청률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라는 구태의연한 생각으로 기획하고 촬영하고 있다면 오산이다.

 

2회 예고를 보면 두 번째 손님으로 등장한 이는 공효진이다. 공교롭게도 <삼시세끼 어촌편5>의 첫 손님으로 왔던 공효진이 <바퀴달린 집> 제주도 편에 손님으로 등장한다. 공효진이 보여줄 재미도 충분히 기대가 되지만, 제작진의 사고는 그래서 아쉽다.

 

남자들의 여행길에 여성 스타들이 손님으로 등장해 구색맞추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만 드니 말이다. 왜 여성들은 여전히 그렇게 사용되어야 하는지 되묻게 된다. 같은 날 방송된 KBS1의 <다큐인사이트-개그우먼>은 그 이유와 정답을 제대로 제시하고 있다.

겉절이처럼 여성들을 소비하는 방송 행태는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세상을 바꾼 개그우먼들의 노력이 그렇게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거의 방식을 고수하며 남성중심의 예능에만 집착하는 모습은 아쉽다.

 

제작과정에서 불편함이 많다는 이유로 여전히 여성들을 중심으로 한 예능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나 피디 역시 그런 이유로 여성들을 중심으로 한 기획은 하지 않았다. 물론 스핀오프처럼 여성들을 중심으로 한 방송을 하기는 하지만, 그게 전부다.

 

라미란을 중심으로 한 캐핑카 여행 속에서 남자 게스트들이 등장한다면 그게 이상할까? 캠핑을 자주 하고 익숙하고 해온 라미란이 이끄는 여성 출연자들이 여유롭게 바닷가에서 힐링을 하는 모습은 얼마나 흐뭇하게 다가올까?

 

이제는 그 판을 흔들어야 한다. 이미 많은 부분 여성들이 그 판을 뒤집고 새로운 판을 만들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구시대적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아쉽다. 여행지에서 식사하고, 이야기하는 과정을 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제작진의 사고가 깨지지 않는 한 제목만 바뀌는 야외 예능의 한계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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