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 13. 11:25

철인왕후 1회-막가는 중전, 신혜선이 다했다

난무하는 타임슬립 소재의 드라마가 또 등장했다. 이제는 조선시대 중전의 몸과 현대를 사는 남자 요리사 이야기다. 남과 여가 바뀌었다는 점에서 익숙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성별이 바뀌는 이야기는 일본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기도 하니 말이다.

 

청와대 요리사가 되는 것이 목표였던 장봉환(최진혁)은 꿈을 이뤘다. 탁월한 요리 솜씨로 인해 자신의 꿈을 이뤘지만 이내 곤두박질 칠 수밖에는 없었다. 세상에 요리와 여자만 사랑했던 봉환은 청와대 내부의 음모로 인해 최악의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

중국 대사를 위한 만찬을 준비했다. 완벽하게 완성된 요리에서 낚싯바늘이 나왔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이는 누군가 의도적으로 넣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찬 준비를 다 마치고, 불 꺼진 주방에서 통역사와 은밀한 시간을 가지려던 순간 그는 청와대에서 쫓겨나는 신세로 전락했다. 

 

그것도 모자라 한 실장의 모략으로 인해 식자재 납품 비리 혐의까지 받게 되어 경찰에 잡혀가는 신세가 되었다. 그 상황에서 경찰과 대치하던 봉환은 자신의 집에서 추락했고, 그나마 다행스럽게 수영장에 빠져 사망은 피할 수 있었다. 

 

수영장에 빠지며 머리를 다친 그의 앞에 등장한 것은 한복을 입은 여성이었다. 그 여성의 입맞춤으로 눈을 뜬 그는 이상한 곳에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한옥마을이라고 착각했던 그 장소에서 더 황당한 것은 거울에 비친 모습이 여자라는 것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수영장에 빠진 상황에서 자신을 향해 헤엄을 쳐 오던 여자가 바로 자신이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자충우돌하며 상황들을 이해하려 노력하던 그는 자신이 조선 시대 중전 김소용(신혜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자신의 남편이 될 왕이 다른 누구도 아닌 철종(김정현)이라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철종에 대한 후대의 평가는 박할 수밖에 없었고, 이를 알고 있던 봉환에게는 저주와 같은 상황이 아닐 수 없었으니 말이다. 자신이 물에 빠졌고, 김소용 역시 물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물을 찾아 나섰다.

 

김소용이 빠졌다는 우물을 향해 날아오르지만 이미 물이 빠진 상태였다. 유사한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는 궁중의 노력이었다. 어떤 물이든 얼굴만 묻으면 몸이 바뀔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건 아니었다. 그가 추측하기에 몸이 다시 바뀌기 위해서는 김소용이 빠졌던 곳에 다시 들어가는 것 외에는 없다는 결론이었다.

 

호색한이었던 자신이 여자가 되었다. 그것도 조선시대 최악 중 하나라 평가받았던 철종의 아내가 될 중전이라는 사실도 받아들일 수가 없다. 여자만 탐했던 자신에 대한 형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것도 당장 내일이면 합방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몸은 여자이지만, 남자의 정신을 가진 중전은 과연 왕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더욱 철종은 자신은 안중에도 없고, 조화진(설인아)만 총애할 뿐이었다. 강화도로 가기 전 첫사랑이었던 화진을 이미 후궁으로 삼은 철종에게 소용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존재였다.

 

안동 김문과 풍양 조문 가문이 권력을 잡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중전 자리를 두고 권력 다툼을 하는 상황에서 철종은 풍양 조문 가문의 조화진을 후궁으로 맞았다. 중전인 김소용과 후궁인 조화진을 둠으로서 안전망을 확보한 철종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철인왕후> 첫 회는 신혜선이 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 사극 출연이라고 밝혔지만 찰떡같이 잘 맞았다. 기본적으로 한복이 잘 어울리면 사극에 입문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 점에서 전통 사극은 아니지만 신혜선은 충분히 사극과 어울리는 외모를 가졌다.

 

완전히 망가지지 않으면 안 되는 코믹 연기는 결코 쉬운 게 아니다. 스스로 망가지지 않으면 살아나지 않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망가져주느냐가 관건인데, 신혜선은 완벽하게 내려놓고 소용이라는 인물에 집중했다.

첫 회 코믹으로 시작했지만 <철인왕후>는 그동안 우리가 익숙하게 봐왔던 전통 사극의 궁중 암투를 다룰 수밖에 없다. 현대에서는 청와대 내부에서 권력을 차지하려는 자들의 암투가 그려지고, 조선시대에는 철종을 앞세워 혼란스러운 상황들을 다루었다.

 

오직 자신의 권력만 탐하는 자들과 국민을 위해 일하려는 자들의 싸움을 그린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하지만 실제 역사를 다룬다는 점에서 이들의 이야기는 분명한 한계도 지니고 있다. 과거의 역사까지 바꾸는 전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계가 명확한 과거의 이야기에 얼마나 변주를 하며 흥미로운 이야기로 풀어가느냐는 <철인왕후>가 가진 딜레마다. 철종이라는 임금의 이야기는 나름 변수가 많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그런 점에서 신혜선의 연기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웃음 뒤에 숨겨둔 음모들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코믹함이 70%를 차지하는 이 드라마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시청자들을 이끌지 궁금해진다. 어쩔 수 없는 사극의 한계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차용하며 다른 방식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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