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 23. 11:17

카이로스 최종회-사회적 참사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감사하다

재난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극적이다. 누군가의 잘못으로 인해 수많은 인명피해가 난 재난사고에 대해 국민들은 공분한다. 여전히 진실을 외면하는 권력 집단에 대해 분노할 수밖에 없는 '세월호 참사'도 예외일 수는 없다.

 

<카이로스>는 어쩌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아픔을 공유하고 있는 국민들을 위한 위로와 같은 드라마일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 200명이 넘는 시민들을 죽인 태정타운 붕괴 사고는 '세월호 참사'와 많은 유사점을 지니고 있으니 말이다.

서진은 모두를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방법을 택했다. 유 회장을 잡아넣을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를 잡았다. 한달 후 받은 녹취가 얼마나 증거로서 효력을 발휘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유 회장이 섬뜩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은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문제는 변수를 만들지 않고 유 회장을 자극하지 않으며 이 증거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결정적 순간을 만들어야만 한다. 정중동 상태에서 유 회장을 완벽하게 무너트릴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곧 서진과 애리의 몫이다.

 

결정의 순간들이 찾아오고 있다. 서도균 역시 뭔가는 선택해야만 한다. 자신이 죽는단 이야기를 들은 도균은 죽음을 피해갈 수도 있었다. 현채 아버지만 만나지 않으면, 그렇게 현채에게서 멀어진다면 죽음은 피할 수 있었다.

 

문제는 도균은 이 운명을 거스르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극한까지 밀려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사건 속에서 도균은 사망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자신이 직접 나서 현채를 위해 희생을 감수하겠다는 결정이었으니 말이다.

 

소시오패스인 현채를 사랑한 죄다. 자신이 죽은 후 현채가 정신을 놓은 듯 슬퍼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도균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자신을 사랑했다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다면 죽는 것 역시 그리 서글픈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자발적인 죽음을 맞은 서도균은 행복했을까? 오직 하나의 목표만 바라보고 달렸던 그의 삶은 만족스러웠을까?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이 자신을 버리고 김서진을 선택했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작스럽게 자신을 찾았다. 하지만 극한 상황에 몰리자 자시 자신을 버렸다.

 

절대 자신을 위해 희생할 생각이 없는 현채를 왜 도균은 목숨까지 걸어야만 했을까? 그게 사랑이라는 가치로 정의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물론 개인적인 사랑을 위한 광적인 행동은 가능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게 도균의 삶은 사랑을 위한 희생으로 끝이 났다.

 

이택규가 풀려났다. 예정대로라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변수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주 작은 움직임 하나만으로도 변수들이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이태규가 나왔다는 것은 결국 서진과 애리의 죽음도 가까워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갑작스럽게 빨라지는 상황에서 이제 결정을 할 시간이 다가왔다. 서진은 유 회장 앞에서 섰고, 그렇게 자신이 문제의 증거들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지만 변수는 또 있었다. 이택규가 움직이며 김진호가 자료를 먼저 가져간 사실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서진은 이미 예상을 했다. 유 회장에 맞서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 이 정도 대비는 당연한 일이니 말이다. 곽송자가 유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김진호에게 자료를 받았다며 문제의 장소에서 만나기로 한다. 그렇게 한 달 후 서진이 죽었던 장소에서 그들은 다시 만났다.

 

극적으로 서진과 애리가 구출되고, 유 회장은 검거되었다. 그들이 얻은 증거물들까지 검찰에 넘겨진 상황에서 이 모든 것은 법정에서 결정되게 되었다. 하지만 또 다른 변수는 그 증거가 증거물로써 가치를 상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날짜가 맞지 않다. 미래에 벌어진 일을 이해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김진호에게서 자료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그곳에 찾아온 것은 애리만이 아니었다. 이택규가 모든 것을 제거하기 위해 움직였고, 극적으로 그를 잠재웠다. 건욱이 건넨 전기충격기가 결정적 순간 극적으로 작용했다.

 

법정에 선 유 회장은 절대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반성이 없다. 변호인들은 해당 녹취가 된 날짜에 유 회장의 알리바이가 존재한다며 반박했다. 서로 상충하는 상황에서 유 회장이 유리한 고지를 밟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인과응보의 모범 답안 같은 이야기를 품은 <카이로스>는 결정적 순간 김진호가 법정에 들어서며 모든 것은 마무리되었다. 김진호가 공격을 받아 큰 상처를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깨어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는 유 회장을 조사하던 검찰과 함께 만든 함정이었다.

 

김진호를 잠재워 유 회장을 안심시킨 후 결정적 한방으로 보내버리는 방식 말이다. 김진호가 법정에 나서며 19년 전 서진의 아버지가 직접 녹취한 유 회장의 영상이 공개되었다. 그렇게 유 회장의 욕망은 몰락하게 되었다. 

 

모든 것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남겨진 이들은 앞서 간 이들의 원한을 풀었다. 자신이 이익을 위해 수많은 이들을 희생시킨 자는 법의 심판을 받게 되었다. 그 일을 남겨진 이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 힘을 합해 만들어냈다. 어떤 권력이라도 영원할 수는 없는 일이다.

 

평생 처음 하는 캠핑에 신이 난 애리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한 서진과 딸. 현재 보이는 별은 이미 과거의 모습이라는 말과 함께 자신들에게 일어났던 기적과 같은 이야기들을 나누는 이들의 모습은 정말 행복해 보였다.

 

이제 더는 10시 33분에 초조해하며 살 일은 사라졌으니 말이다. 10시 33분이 아니라 하루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살 수 있게 되었다는 애리의 말처럼 짐을 던 그들의 삶은 자신들을 위한 온전한 시간으로 돌아갔다. 물론 마지막 장면에서 전화벨이 울리며 누군가의 억울한 영혼들은 원한을 풀어주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로 드라마는 마무리되었다.

막장 드라마는 20%가 넘는 시청률이 나오지만 완벽한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는 고작 3%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은 결과적으로 막장만 살아남게 만들 뿐이다. 당장 MBC 월화드라마가 없다. <카이로스> 이후에 편성이 없다는 것은 절망스럽다.

 

올 한 해 MBC 드라마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시청률 하나로만 평가될 수는 없다. 장사만 잘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카이로스>는 무척이나 많은 메시지를 시청자에게 남긴 고마운 드라마이기도 했다.

 

여전히 왜 그래야만 했는지 원인도 알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남겨진 이들에게 잠시나마 위로를 전할 수 있는 드라마였다는 것만으로도 <카이로스>는 충분했다. 흔해진 타임워프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인 지도 이 드라마는 증명해 주었다.

 

뿌린 떡밥은 확실하게 챙기면서 완성도까지 잃지 않았다는 점에서 <카이로스>는 근래에 보기 힘들었던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잘 만든 드라마가 항상 성공하지는 못한다는 아픈 확신만 들게 만들었지만, <카이로스>는 분명 한국 드라마의 힘을 제대로 보여준 작품이기도 했다. 

 

억울하게 희생된 수많은 이들을 위해 헌정된 <카이로스>는 그렇게 남겨진 이들의 행복으로 이어졌다. 물론 행복을 위한 전재는 최소한 왜 그렇게 억울한 죽음을 맞아야만 했는지에 대한 분명한 설명과 책임자 처벌이 우선이지만 말이다. 현실에선 불가능한 그래서 드라마가 될 수밖에 없는 사실이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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