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10. 11:37

루카:더 비기닝-지루한 전개가 발목을 잡는다

김래원이 출연한 드라마가 큰 관심을 받았지만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4회가 지나면 뭔가가 등장해야 하지만 잔뜩 '폼'만 잡은 듯한 모습만 드러나고 있다. 첫회부터 4회까지 크게 변한 것이 없다. 억울함을 모두 담고 있는 김래원의 모습만 고통스럽게 다가올 뿐이다.

 

지오가 누구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지만, 그리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 아이가 수녀가 운영하는 고아원에 있었고, 악마라고 부르는 수녀로 인해 폭주해 불을 내고 도주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게 사실인지도 모른다.

다시 찾은 보육원에서 다시 한번 폭주한 지오가 얻은 것은 크게 없다. 자신이 악마가 아니라는 주장 외에는 증명할 길이 없다. 무슨 이유로 수녀는 지오에게 악마라고 했을까? 물론 어린 시절 에피소드가 전부 드러나지 않았기에 명확해지지 않지만 아쉽기는 하다.

 

외국 영화 등에서나 등장하는 수녀가 운영하는 보육원이 등장하는 것과 서구화된 모양에만 집착하는 '폼'은 씁쓸하게 다가온다. 굳이 이런 설정이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연출자의 취향인지 알 수는 없다. 큰 의미는 없겠지만, 이런 식의 행동들이 이 드라마 전체를 감싸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기억을 잃은 슈퍼휴먼이 자신이 정체성을 찾아가는 추노식 이야기가 바로 <루카:더 비기닝>이다. 제목을 보면 시리즈도 염두에 둔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엄청난 세계관과 확장성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문제는 그런 확정성을 위해서는 절대적인 강자 하나가 아닌 다수의 강자들이 존재해야 하지만, 이번에도 이들에게는 절대 강자에 휘둘리며 시간 끌기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지오를 추격하며 그를 연구실로 데려가려는 특수 임무를 해왔던 군인들을 투입하지만 언제나 한계만 명확하다.

 

자신들도 당황했던지, 매번 놓치냐며 비난을 한다. 결과적으로 이들이 아무리 능력을 키우거나 수십명의 특수부대원들을 투입해도 지오를 상대할 수 없다는 의미다. 4회 지오가 조금씩 자신의 또 다른 능력들을 키워내기 시작했다.

 

오종환이 지오를 검사해 얻어낸 결과로 그는 인간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시작 전부터 나왔던 이야기라는 점에서 반전이나 특별한 감흥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루카'가 무슨 뜻인지도 등장하지만 이 역시 이미 소개된 내용이라는 점에서 굳이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었다.

 

검사 결과 지오는 사람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전기 뱀장어와 박쥐 등 수많은 종들의 능력들이 존재한다는 평가다. 물론 그게 가능한지 여부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적은 없다. 다만, 이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가설이고, 실제 지오라는 존재는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태어났다.

 

지오가 그저 연구의 성과물로 나온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아이를 실험체로 사용했다고 보인다. tvN의 전작에서도 그렸듯, 보육원에서 아이들을 데려와 실험체로 사용했고 그중 성공한 것은 지오 혼자라는 의미가 되겠다.

 

인간이 아닌 괴물로 변해버린 다른 실험체와 달리, 지오만이 인간의 모습을 한 채 특별한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 이 드라마의 설명이다. 지오의 단점이라면 단기 기억 상실증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능력을 사용하면 반대급부로 기억을 상실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고 있었는데 운명처럼 지오가 구름이를 만나며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만났던 운명적인 존재를 다시 우연히 마주하게 되었고, 그렇게 지오의 자각은 본격적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작위적이지만 그렇게 되었다. 

 

 

현재로서도 힘의 불균형이 극심한 상황에서 지오가 다른 능력들까지 발휘하기 시작한다면 상대편들은 그와 대적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특수부대원 출신 셋이 지오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그는 탁월한 순발력과 운동신경이 조금씩 살아남을 보여주었다.

 

다시 한 번 대결을 하면 이제는 맞지도 않고 이들 정도는 손쉽게 제압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이미 유나가 자신들은 졌다고 선언할 정도였다. 문제는 종교 지도자로 등장하는 황정아 측에서는 이보다 더 큰 카드를 내놓기도 어렵다.

 

외국을 언급하기도 했지만, 그건 실험이지 강력한 힘과 능력을 가진 인물이 등장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다시 탈출에 성공한 지오를 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반복은 벌써부터 식상함으로 다가온다.

기본적으로 대결 구도를 만들 수 없는 불균형 상태에서 반복적으로 붙잡기 일보직전 놓치는 패턴이 이어지는 것은 시청자들에게는 고역이다. 액션을 앞세우고 비장함으로 무장시키려 하지만 그건 그저 '폼'에 불과하니 말이다. 

 

절대무적인 지오가 유일한 단점이라면 기억 상실이지만, 구름이를 만나며 그것마저 사라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추가적인 능력까지 가지고 폭주하게 되면 그를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없다. 전작인 <낮과 밤>은 그나마 독재자와 그의 후예들이라도 있지만, 이는 거대 종교 집단으로 이를 막을 수 있을까?

 

4회까지 이어진 <루카:더 비기닝>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 인간 실험을 통해 존재할 수 없는 괴물이 등장했고, 이를 악용하려는 이들이 존재한다. 사라진 부모를 찾기 위한 딸은 형사가 되었다. 그렇게 실체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는 초반 분위기는 <낮과 밤>보다 서사가 부실할 뿐이다.

 

OCN의 장르를 이식한 tvN의 전략은 명확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OCN에서 장르물을 양산하던 상황에서도 나왔던, 호불호 명확한 장르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아쉬움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그저 '폼생폼사' 스타일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만능키가 될 수는 없다. 

 

국내의 빈약한 장르물을 특화시키기 지속적으로 제작하고 있다는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다양한 작품들이 등장함에도 모두 비슷하다. 이는 CP의 잘못이기도 하다. 누가 만들어도 한 사람이 만든 것 같은 세계관과 전계 방식은 식상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과연 <루카:더 비기닝>은 4회 이후 새로운 재미를 선사할 수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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