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0. 27. 09:40

홍천기 종영-전형적 용두사미, 진부한 이야기가 만든 씁쓸한 마무리

홍콩의 제작지원을 받았지만, 홍콩이 중국에 무력으로 지배당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 중국의 자본을 받아 만든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중국 자본을 모두 외면할 수는 없다. 투자가 없으면 드라마 제작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다양한 형태의 투자를 받는 것 자체가 비난받을 일은 아니니 말이다.

 

희대의 역사왜곡 드라마가 나오며 조기 종영했던 SBS로서는 <홍천기>를 방송하기 전부터 이 부분에 경계심을 가졌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작가는 <멜로는 체질>의 공동 집필을 한 경험이 드러나기는 했지만 원작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분명한 한계를 보였다.

역사적 사실을 부각할 그 무엇도 등장하지 않았다. 그저 배경이 과거 우리나라 어느 시점이라고 추측만 가능할 뿐 신이 지배하는 세상이란 설정은 역사적 사실과 가치를 무의미하게 하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런 설정은 역사왜곡 논란에서 비껴갈 수 있는 최선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마왕이 등장하고 이를 통해 운명이 되어버린 남녀의 사랑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굳이 시대극이 아니어도 활용이 가능한 소재이기도 했다. 태어나자마자 마왕의 저주를 받은 아이들은 그렇게 운명이 되었다. 삼신할망으로 인해 그들의 운명은 태어나는 순간 정해졌기 때문이다.

 

석척기후제를 통해 어린아이들의 운명을 다시 한번 바꾸고 그렇게 성인이 된 그들이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엮여 마왕을 봉인하는 과정을 다룬 것이 <홍천기>였다. 이 제목은 당연히 주인공인 홍천기를 다룬다는 의미에서 지었을 것이다.

 

태어나는 순간 마왕의 저주를 받은 여성 화공이 그 시대를 버텨내며 드디어 운영의 짝과 행복한 결말을 맺는 과정은 흥미로울 수 있었다. 최근 흐름이 남자 중심을 벗어나 상대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여성의 서사를 다루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제목마저 여성 캐릭터인 홍천기라는 점에서 이에 부합하는 재미를 줄 것으로 기대했다.

 

중반까지는 홍천기의 다양한 모습들이 등장하며 제법 그 흐름을 따라가는 듯했지만, 후반부로 들어서며 마치 작가가 바뀌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진부함을 넘어 지독한 고집스러움만 가득한 이야기로 변질되었다. 이 정도로 꽉 막힌 한심한 존재가 여전히 드라마 작가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다가올 정도로 말이다.

 

남자에게 순종적인 존재로 전락한 천기는 오직 하람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도 바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사랑하면 그럴 수도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작가는 문제를 만들고 그로인해 위기를 극대화시키는 이유로 여자 캐릭터들을 이용했다.

 

갑자기 사고회로가 정지된 천기는 문제들만 만들고 이를 뒷수습하는 하람은 많은 것들을 잃고 위기에 처하는 상황들이 반복된다. 잘 나가던 인물이 여자 하나 잘못 만나 한심한 존재로 전락한다는 느낌이 들도록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은 최악이었다.

 

결과적으로 둘이 만나 결혼하고 애도 낳고 알콩달콩 잘 사니 그것으로 끝이라는 무책임한 이야기 역시 최악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매향이라는 인물 역시 중구난방으로 어떤 캐릭터인지 알 수 없게 만들어버렸다. 부패한 권력에 맞서는 존재처럼 그려졌던 매향은 어느 순간 주향과 손을 잡고 국가 전복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황당하다.

 

마지막 장면에 매향과 그가 이끄는 패거리들이 하나가 되어 주향을 구하고 양명과 싸우는 장면으로 마무리하는 과정 역시 무책임하고 한심한 결말이 아닐 수 없다. 이 정도면 작가나 감독이 중반 이후 이 드라마를 포기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 정도 시청률이 나왔던 것은 채널과 스타 출연진에 대한 충성도가 만든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중국 드라마와 유사한 측면이 보이고, 과거에나 통할 법한 구시대적 발상과 진부한 이야기에 이 정도 시청률이 나오는 것이 더 기이하게 다가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나쁘지 않을 정도의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다만 신이 등장하고 이를 통해 보다 입체적인 이야기가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는 중반을 넘어서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절대적인 신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문제가 생기면 신이 개입하는 방식으로 처리하는 이야기는 작가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짜임새가 틀어지고, 이야기를 끌어갈 힘이 없으면 궁색해질 수밖에 없다. 삼신할망이 투신하듯 마왕의 멱살을 잡고 어용에 들어가 스스로 봉인되는 과정이나 화차가 천기와 거래를 통해 어용을 흡수해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과정들 역시 무의미한 이야기일 뿐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뭔가를 만들어내거나 의미를 부여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책임질 능력이 없어 어설프게 만든 설정을 열린 결말처럼 사용한 것 뿐이니 말이다. 배우들의 역량 역시 제대로 살아날 수 없었고, 주변부의 이야기도 중구난방에 어설프게 전개되는 이야기의 마무리도 제대로 하지 않는 부실함은 아쉽게 다가온다.

 

김은숙 작가의 신작 <지리산>이 주는 당황스러움과 함께 중국 자본에 판매된 작품들이 기괴할 정도로 망가지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넷플릭스가 제작하는 한국 작품들이 큰 평가를 받는 것과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분명 존재한다. <홍천기>은 K-드라마가 자칫 한순간 무너질 수도 있는 모래성 같은 존재일 수도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불안함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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