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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로 떠난 그들만의 수학여행은 <1박2일>을 떠나는 김C와의 마지막 추억여행이 되었습니다. 천년고도 경주는 전국민의 영원한 수학여행지이기도 하지요. 그들이 이곳으로 여행을 떠난 것은 잊을 수 없는 그들만의 추억을 만들기 위한 제작진들의 배려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강호동의 존재감이 한껏 부각된 1박2일
1. 경주 스탬프 미션이 표절?
지난주 방송된 <1박2일 수학여행>편을 보고 일부에서는 표절이라는 표현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미 다른 방송에서 경주를 배경으로 비슷한 형식으로 관광지를 보여주는 형식을 보여주었다는 것이죠. 이를 표절이라고 한다면 방송되는 것 중 표절 아닌 것이 없을 정도입니다.
수많은 관광지가 있지만 한정된 공간 안에 경주만큼 볼거리가 많고 집약된 공간도 흔치 않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관광지를 효과적으로 알리면서 여행과 예능의 재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게임의 형식을 취할 수밖에는 없지요. 이런 상황에서 1박2일이 선택한 스탬프 여행은 가장 현실적이며 경주에서 실행하는 여행 방식과 부합하는 현명한 선택이었죠.
방송 사상 최초라느니, 획기적인 방식이라느니 하는 과도한 수식어 없이 경주 여행의 재미를 더하게 만든 '스탬프 찍기'를 응용한 그들만의 게임의 법칙은 유쾌했습니다. 첨성대를 중심으로 분포한 관광지에서 스탬프를 찍어 누가 빨리 도착하느냐는 단순한 게임이지만 동일한 스탬프를 찍으면 둘 다 탈락한다는 룰은 재미있는 반전을 만들어냈지요.
자유롭게 자신이 선택한 관광지를 도보로만 움직여 겹치지 않도록 임무를 수행한다는 것이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지요. 더욱 선착순은 사람을 조급하게 만들기도 하고 그런 상황에서 서로를 견재하며 경쟁을 하는 방식은 게임으로서 가장 현명하며 탁월한 선택이었죠.
그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경주의 자랑인 명승지들을 자연스럽게 소개해 여행 버라이어티의 의미도 되살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어냈습니다. 만약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경주를 찾아 방송을 한다면 이와 유사한 재미를 주기 위해서는 또 다른 응용이 필요할 정도로 경주를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이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여행 다큐를 찍는다면 관광지를 모두 찾아다니며 역사와 정보를 담아내는 단순한 방식으로 충분하겠지만, 웃음과 재미가 전면에 나서는 버라이어티에서 경주 같은 한정된 공간에 관광지가 밀집된 장소에서는 <1박2일>이 보여준 도보로 여행지를 찾아다니는 형식에 긴박감과 반전을 숨겨둔 게임의 룰이 가장 적합하고 이상적입니다.
표절이라 부르기보다는 경주라는 공간에 가장 적합한 예능 방식이라고 보는 것이 옳겠지요. 그 방식을 가장 '1박2일'답게 만들어낸 이번 '경주 스탬프 미션'은 재미와 정보를 모두 담아낸 효과적인 방식이었습니다.
2. 김종민 살리기 위한 조작방송?
'경주 스탬프 미션'의 백미는 첨성대에서 진행된 '스탬프' 확인이었죠. 부동의 1위인 김C와 간발의 차로 2위가 된 몽 등 순서대로 도착한 그들과 자전거로 임무를 완수해 자동탈락이 되어버린 수근은 가장 유력한 낙오자 후보였지요. 그러나 이번 게임의 묘미는 바로 동일한 장소에서 스탬프를 찍었느냐에 있었죠.
한정된 시간 안에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도보가 주는 한계는 자연스럽게 겹칠 수밖에 없도록 유도했습니다. 이미 몽과 이승기가 같은 장소에서 경쟁을 벌이기도 하는 등 그들은 순위가 정해진 상황에서도 마지막 반전이 조바심 나게 했습니다.
오늘 방송된 <1박2일 수학여행>의 가장 큰 반전은 바로 김종민이었죠. 승기를 졸졸 따라다니다며 시청자들을 욕을 먹었던 종민. 골목들을 해매며 어린 아이가 던진 "가수 아저씨"에 "나 개그맨이야"라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 종민은 최고의 반전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1위 김C와 3위 은지원을 모두 잡는 쌍 도장을 찍어왔기 때문이지요. 낙오가 가장 유력해 보였던 종민이 선두 두 명을 모두 잡아내는 성과(?)를 올리며 게임의 재미를 한껏 올려주었습니다. 제작진들로서는 종민이 만든 성과가 좋을 수밖에는 없었죠. 반전을 위해 준비한 게임에서 반전도 없이 마무리된다면 무미건조한 관광지 방송밖에는 안되기 때문이니 말이죠.
또 다른 반전은 승기였습니다. 몽이로서는 승기가 자신이 찍었던 장소에서 스탬프를 찍었느냐가 가장 궁금한 내용이었죠. 결과적으로 승기는 동일 장소에서 몽과 같은 스탬프를 찍었죠. 게임의 룰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해서 빚어진 상황은 참혹했죠. 낙오가 되어 홀로 도보로 베이스캠프를 찾아야 하는 황당한 상황을 맞을지도 모르니 말이죠.
이렇게 서로 물고 물리는 형태가 되어버린 '스탬프 여행'은 생존자가 어부지리 강호동으로 결정되며 또 다른 불씨를 만들었습니다. 퇴근 시간과 겹치며 스탬프를 찍을 수 없는 상황에서 다른 관리자의 목도장을 찍어온 강호동에게 의문을 재기했기 때문이지요.
그런 상황에서 강호동은 과감하게 모든 것을 포기하고 눈치게임을 제안합니다. 제안하고 종민과 함께 최종 낙오자를 뽑는 가위 바위 보를 남긴 상황. 마지막 결승에서 단 한 번도 져본 적인 없는 불패신화의 주인공 호동은 강적을 만났죠. 2년 전 '호동 잡는 종민'이 되살아나듯 불패 호동을 잡아낸 종민의 활약으로 인해 최대 반전이 만들어졌습니다.
<1박2일>이 방송되는 동안 단 한 번도 낙오가 되어 본적이 없는 강호동이 어리바리 종민에게 잡혔다는 것은 향후 그들의 먹이사슬이 상당히 재미있을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승리였죠.
조작 방송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은 스탬프를 찍는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문제가 되겠죠. 지난 방송 이후 종민이 승기만 쫓아다니는 찌질한 모습을 보이며 여전히 존재감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그를 탓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는 다른 이들은 하지 못했던 두 개의 스탬프를 받는 부지런함을 보였습니다.
이 과정이 방송에서는 전혀 드러나지 않음으로서 마지막 반전을 하기 위한 준비된 편집임을 부정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앞선 경주 여행이 표절이라는 말과 마찬가지로 이런 '편집의 기교'를 조작이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마지막 효과적인 반전을 위해 종민을 철저하게 숨기고 그가 여전히 병풍처럼 보이도록 한 것을 조작이라 말할 수는 없지요.
극적인 재미를 위해 다른 이들을 중점적으로 부각시키고 마지막 반전을 이뤄낸 종민은 제작진들이 만들어낸 최고의 반전이었습니다. 이런 반전이 그들에게 의미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은 뒤이어 이어진 호동과 종민의 가위바위보였지요. 여기서 종민이 졌다면 한없이 재미없는 방송이 될 수도 있었지만 불패를 잡는 종민이 되면서 극적인 재미를 이끌었습니다.
조작이 아닌 방송의 재미를 위한 의도된 편집과 뒤이어 나온 호동 잡는 종민의 등장은 김C가 빠진 이후 <1박2일>에서 김종민의 역할과 먹이사슬을 이해하게 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었습니다.
<무한도전>이 생방송과 유사한 의도적이 편집 없는 녹화를 지향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냈다면, <1박2일>은 조작이 아닌 전형적인 편집 효과를 통해 극적인 재미를 만들어냈습니다. 어떤 것이 우위에 있다는 우스꽝스러운 비교가 아니라 각자의 상황에 맞는 형식을 도입한 그들은 역시 프로였습니다.
3. 강호동 존재감 부각한 방송?
여러 명이 함께 하는 방송에서 낙오가 된다는 것은 게임의 룰에서 보면 벌칙이지만 방송으로 보자면 단독 샷이 보장된 특혜입니다. 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느냐 못하느냐는 각자의 몫이지만 강호동은 역시 일인자였습니다. 그의 존재감은 그가 홀로 되었을 때 빛을 발했습니다.
의외의 반전을 만들어낸 김종민과의 가위바위보는 <1박2일> 전체로 놓고 봤을때도 중요한 승부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2년 전 낙오되어 멤버들을 찾아가며 만들어낸 재미를 보장할 수 없는 종민이 다시 낙오자가 되면 통 편집에 가까운 분량 삭제가 필요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일인자 강호동의 낙오는 제작진들에게는 좌불안석이자 희소식이었죠.
제작진들보다 강력한 파워를 내는 강호동이라는 존재감은 오늘 방송된 내용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었죠. 낙오된 강호동을 제외하고 베이스캠프로 이동하던 버스 안의 풍경은 강호동이 왜 일인자인지 명확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우선 담당 피디가 '강호동이 와야지만 진행할 수 있기에 도착 전까지는 자유 시간'이라는 말부터 의미 있었습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남은 멤버들이 낙오된 사람들이 오기 전까지 진행을 한다거나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내는 방식을 택해야 하건만 시작과 함께 피디가 선택한 것은 강호동 없으면 진행도 없다 였습니다. 그 순간 강호도 없는 그들은 오합지졸에 머물렀고 모든 것은 강호동 위주로 움직일 수밖에 없음을 명확하게 해주었습니다.
방송 15년을 넘긴 배테랑인 강호동은 이미 제작진들 머리 위에 존재하는 인물이었죠. 베이스 캠프를 알려주지 않았어도 그에게 어려운 일은 없습니다. 그동안 방송을 통해 갈고 닦았던 달변에 상대를 어르고 달래는 능력이 탁월한 그에게 목적지를 알아내는 것은 쉬워 보였죠.
그런 강호동을 위해 깐깐한 메인 작가를 함께 하도록 했지만 이미 방송을 쥐락펴락하는 강호동에게는 목적지를 알아내는 것보다는, 어떤 식으로 방송을 만들어나갈 것인지가 더욱 의미 있었죠. 낯선 장소에서 가장 현명한 선택은 택시를 타는 것임을 그는 너무 잘 알고 있었습니다.
어설프게 돌아다니며 묻는 것보다 택시 기사에게 자신이 필요한 것을 묻는 것이 월등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아는 강호동은 다른 멤버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모습이었죠. 그렇게 이미 모든 것을 알아버린 강호동은 이후부터는 자신이 방송을 이끌기 시작했습니다.
심리게임에서 이미 져버린 피디는 호동의 한마디 한마디에 흔들리며 호동페이스에 넘어가버렸고 그런 상황에서 주변을 적극 활용해 방송 분량을 만들어나가는 강호동은 역시 일인자였습니다. 이미 어디가 베이스캠프인지 알고 있는 호동은 여유 있게 수근에게 전화해 장난을 치는 모습까지 보입니다.
모든 것들이 결정 난 상황에서 낙오자라는 캐릭터에 걸 맞는 방송 만들기에 나서는 호동은 자신에게 남겨진 4,000원이 조금 넘는 금액을 가지고 자신을 제외한 다른 멤버들을 낙오시키겠다며 홀로 방송을 만들어갑니다. 동네 개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나도 개띠니 형이라는 그의 원맨쇼는 그이기에 재미있었습니다.
낙오자의 힘겨움을 보여주기 위한 컵라면 식사와 여유 있게 경주 야경을 구경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강호동이 그저 만들어진 존재가 아님을 깨닫게 합니다. <1박2일>에서 보여 진 다른 멤버들의 낙오와 차원이 다른 그의 행동은 일인자이기에 가능한 여유였습니다.
제작진들은 강호동의 최초 낙오로 마냥 희희낙락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의외의 복병이 존재했습니다. 강호동의 존재감을 확인한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이후 진행되는 모든 과정 속에 드러나는 강호동의 모습에 편향적인 시각을 가질 수밖에는 없게 되었습니다.
이미 제작자보다 월등한 존재감을 보인 강호동으로 인해 이후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에서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조작 혹은 그와 유사한 상황 극으로 보여 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죠. 이는 강호동이라는 존재감은 극단적으로 높아졌지만 그로 인해 그를 통해 얻어낼 수 있는 재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어졌습니다.
첫 낙오자가 된 강호동은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준 대신 이후 그의 행보는 존재감에 비례한 평가들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그만그만한 존재들이라는 인식에서 독보적인 일인자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게 되는 상황은 강호동과 <1박2일> 모두에게 역효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호동 잡는 종민'의 역할은 중요해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조작보다는 하늘이 내린 기회(모두가 보고 있는 상황에서 행한 가위바위보마저 조작이라 말하지는 않겠죠)를 가지게 된 종민과 <1박2일>은 절대 지존 호동을 괴롭히고 흔드는 캐릭터를 종민에게 심어줌으로서 새로운 재미를 던져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월등한 존재감으로 재미를 반감시키는 호동을 잠재워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는 병풍이 된 종민의 활약이 그 어느때 보다도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다음주에는 <1박2일>을 떠나는 김C를 위한 마지막 방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가장 높은 시청률을 보이는 예능 프로그램을 떠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자신을 위해 과감하게 결정한 김C의 행보에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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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의 존재감이 한껏 부각된 1박2일
1. 경주 스탬프 미션이 표절?
지난주 방송된 <1박2일 수학여행>편을 보고 일부에서는 표절이라는 표현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미 다른 방송에서 경주를 배경으로 비슷한 형식으로 관광지를 보여주는 형식을 보여주었다는 것이죠. 이를 표절이라고 한다면 방송되는 것 중 표절 아닌 것이 없을 정도입니다.
수많은 관광지가 있지만 한정된 공간 안에 경주만큼 볼거리가 많고 집약된 공간도 흔치 않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관광지를 효과적으로 알리면서 여행과 예능의 재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게임의 형식을 취할 수밖에는 없지요. 이런 상황에서 1박2일이 선택한 스탬프 여행은 가장 현실적이며 경주에서 실행하는 여행 방식과 부합하는 현명한 선택이었죠.
방송 사상 최초라느니, 획기적인 방식이라느니 하는 과도한 수식어 없이 경주 여행의 재미를 더하게 만든 '스탬프 찍기'를 응용한 그들만의 게임의 법칙은 유쾌했습니다. 첨성대를 중심으로 분포한 관광지에서 스탬프를 찍어 누가 빨리 도착하느냐는 단순한 게임이지만 동일한 스탬프를 찍으면 둘 다 탈락한다는 룰은 재미있는 반전을 만들어냈지요.
자유롭게 자신이 선택한 관광지를 도보로만 움직여 겹치지 않도록 임무를 수행한다는 것이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지요. 더욱 선착순은 사람을 조급하게 만들기도 하고 그런 상황에서 서로를 견재하며 경쟁을 하는 방식은 게임으로서 가장 현명하며 탁월한 선택이었죠.
그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경주의 자랑인 명승지들을 자연스럽게 소개해 여행 버라이어티의 의미도 되살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어냈습니다. 만약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경주를 찾아 방송을 한다면 이와 유사한 재미를 주기 위해서는 또 다른 응용이 필요할 정도로 경주를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이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여행 다큐를 찍는다면 관광지를 모두 찾아다니며 역사와 정보를 담아내는 단순한 방식으로 충분하겠지만, 웃음과 재미가 전면에 나서는 버라이어티에서 경주 같은 한정된 공간에 관광지가 밀집된 장소에서는 <1박2일>이 보여준 도보로 여행지를 찾아다니는 형식에 긴박감과 반전을 숨겨둔 게임의 룰이 가장 적합하고 이상적입니다.
표절이라 부르기보다는 경주라는 공간에 가장 적합한 예능 방식이라고 보는 것이 옳겠지요. 그 방식을 가장 '1박2일'답게 만들어낸 이번 '경주 스탬프 미션'은 재미와 정보를 모두 담아낸 효과적인 방식이었습니다.
2. 김종민 살리기 위한 조작방송?
'경주 스탬프 미션'의 백미는 첨성대에서 진행된 '스탬프' 확인이었죠. 부동의 1위인 김C와 간발의 차로 2위가 된 몽 등 순서대로 도착한 그들과 자전거로 임무를 완수해 자동탈락이 되어버린 수근은 가장 유력한 낙오자 후보였지요. 그러나 이번 게임의 묘미는 바로 동일한 장소에서 스탬프를 찍었느냐에 있었죠.
한정된 시간 안에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도보가 주는 한계는 자연스럽게 겹칠 수밖에 없도록 유도했습니다. 이미 몽과 이승기가 같은 장소에서 경쟁을 벌이기도 하는 등 그들은 순위가 정해진 상황에서도 마지막 반전이 조바심 나게 했습니다.
오늘 방송된 <1박2일 수학여행>의 가장 큰 반전은 바로 김종민이었죠. 승기를 졸졸 따라다니다며 시청자들을 욕을 먹었던 종민. 골목들을 해매며 어린 아이가 던진 "가수 아저씨"에 "나 개그맨이야"라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 종민은 최고의 반전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1위 김C와 3위 은지원을 모두 잡는 쌍 도장을 찍어왔기 때문이지요. 낙오가 가장 유력해 보였던 종민이 선두 두 명을 모두 잡아내는 성과(?)를 올리며 게임의 재미를 한껏 올려주었습니다. 제작진들로서는 종민이 만든 성과가 좋을 수밖에는 없었죠. 반전을 위해 준비한 게임에서 반전도 없이 마무리된다면 무미건조한 관광지 방송밖에는 안되기 때문이니 말이죠.
또 다른 반전은 승기였습니다. 몽이로서는 승기가 자신이 찍었던 장소에서 스탬프를 찍었느냐가 가장 궁금한 내용이었죠. 결과적으로 승기는 동일 장소에서 몽과 같은 스탬프를 찍었죠. 게임의 룰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해서 빚어진 상황은 참혹했죠. 낙오가 되어 홀로 도보로 베이스캠프를 찾아야 하는 황당한 상황을 맞을지도 모르니 말이죠.
이렇게 서로 물고 물리는 형태가 되어버린 '스탬프 여행'은 생존자가 어부지리 강호동으로 결정되며 또 다른 불씨를 만들었습니다. 퇴근 시간과 겹치며 스탬프를 찍을 수 없는 상황에서 다른 관리자의 목도장을 찍어온 강호동에게 의문을 재기했기 때문이지요.
그런 상황에서 강호동은 과감하게 모든 것을 포기하고 눈치게임을 제안합니다. 제안하고 종민과 함께 최종 낙오자를 뽑는 가위 바위 보를 남긴 상황. 마지막 결승에서 단 한 번도 져본 적인 없는 불패신화의 주인공 호동은 강적을 만났죠. 2년 전 '호동 잡는 종민'이 되살아나듯 불패 호동을 잡아낸 종민의 활약으로 인해 최대 반전이 만들어졌습니다.
<1박2일>이 방송되는 동안 단 한 번도 낙오가 되어 본적이 없는 강호동이 어리바리 종민에게 잡혔다는 것은 향후 그들의 먹이사슬이 상당히 재미있을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승리였죠.
조작 방송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은 스탬프를 찍는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문제가 되겠죠. 지난 방송 이후 종민이 승기만 쫓아다니는 찌질한 모습을 보이며 여전히 존재감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그를 탓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는 다른 이들은 하지 못했던 두 개의 스탬프를 받는 부지런함을 보였습니다.
이 과정이 방송에서는 전혀 드러나지 않음으로서 마지막 반전을 하기 위한 준비된 편집임을 부정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앞선 경주 여행이 표절이라는 말과 마찬가지로 이런 '편집의 기교'를 조작이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마지막 효과적인 반전을 위해 종민을 철저하게 숨기고 그가 여전히 병풍처럼 보이도록 한 것을 조작이라 말할 수는 없지요.
극적인 재미를 위해 다른 이들을 중점적으로 부각시키고 마지막 반전을 이뤄낸 종민은 제작진들이 만들어낸 최고의 반전이었습니다. 이런 반전이 그들에게 의미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은 뒤이어 이어진 호동과 종민의 가위바위보였지요. 여기서 종민이 졌다면 한없이 재미없는 방송이 될 수도 있었지만 불패를 잡는 종민이 되면서 극적인 재미를 이끌었습니다.
조작이 아닌 방송의 재미를 위한 의도된 편집과 뒤이어 나온 호동 잡는 종민의 등장은 김C가 빠진 이후 <1박2일>에서 김종민의 역할과 먹이사슬을 이해하게 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었습니다.
<무한도전>이 생방송과 유사한 의도적이 편집 없는 녹화를 지향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냈다면, <1박2일>은 조작이 아닌 전형적인 편집 효과를 통해 극적인 재미를 만들어냈습니다. 어떤 것이 우위에 있다는 우스꽝스러운 비교가 아니라 각자의 상황에 맞는 형식을 도입한 그들은 역시 프로였습니다.
3. 강호동 존재감 부각한 방송?
여러 명이 함께 하는 방송에서 낙오가 된다는 것은 게임의 룰에서 보면 벌칙이지만 방송으로 보자면 단독 샷이 보장된 특혜입니다. 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느냐 못하느냐는 각자의 몫이지만 강호동은 역시 일인자였습니다. 그의 존재감은 그가 홀로 되었을 때 빛을 발했습니다.
의외의 반전을 만들어낸 김종민과의 가위바위보는 <1박2일> 전체로 놓고 봤을때도 중요한 승부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2년 전 낙오되어 멤버들을 찾아가며 만들어낸 재미를 보장할 수 없는 종민이 다시 낙오자가 되면 통 편집에 가까운 분량 삭제가 필요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일인자 강호동의 낙오는 제작진들에게는 좌불안석이자 희소식이었죠.
제작진들보다 강력한 파워를 내는 강호동이라는 존재감은 오늘 방송된 내용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었죠. 낙오된 강호동을 제외하고 베이스캠프로 이동하던 버스 안의 풍경은 강호동이 왜 일인자인지 명확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우선 담당 피디가 '강호동이 와야지만 진행할 수 있기에 도착 전까지는 자유 시간'이라는 말부터 의미 있었습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남은 멤버들이 낙오된 사람들이 오기 전까지 진행을 한다거나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내는 방식을 택해야 하건만 시작과 함께 피디가 선택한 것은 강호동 없으면 진행도 없다 였습니다. 그 순간 강호도 없는 그들은 오합지졸에 머물렀고 모든 것은 강호동 위주로 움직일 수밖에 없음을 명확하게 해주었습니다.
방송 15년을 넘긴 배테랑인 강호동은 이미 제작진들 머리 위에 존재하는 인물이었죠. 베이스 캠프를 알려주지 않았어도 그에게 어려운 일은 없습니다. 그동안 방송을 통해 갈고 닦았던 달변에 상대를 어르고 달래는 능력이 탁월한 그에게 목적지를 알아내는 것은 쉬워 보였죠.
그런 강호동을 위해 깐깐한 메인 작가를 함께 하도록 했지만 이미 방송을 쥐락펴락하는 강호동에게는 목적지를 알아내는 것보다는, 어떤 식으로 방송을 만들어나갈 것인지가 더욱 의미 있었죠. 낯선 장소에서 가장 현명한 선택은 택시를 타는 것임을 그는 너무 잘 알고 있었습니다.
어설프게 돌아다니며 묻는 것보다 택시 기사에게 자신이 필요한 것을 묻는 것이 월등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아는 강호동은 다른 멤버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모습이었죠. 그렇게 이미 모든 것을 알아버린 강호동은 이후부터는 자신이 방송을 이끌기 시작했습니다.
심리게임에서 이미 져버린 피디는 호동의 한마디 한마디에 흔들리며 호동페이스에 넘어가버렸고 그런 상황에서 주변을 적극 활용해 방송 분량을 만들어나가는 강호동은 역시 일인자였습니다. 이미 어디가 베이스캠프인지 알고 있는 호동은 여유 있게 수근에게 전화해 장난을 치는 모습까지 보입니다.
모든 것들이 결정 난 상황에서 낙오자라는 캐릭터에 걸 맞는 방송 만들기에 나서는 호동은 자신에게 남겨진 4,000원이 조금 넘는 금액을 가지고 자신을 제외한 다른 멤버들을 낙오시키겠다며 홀로 방송을 만들어갑니다. 동네 개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나도 개띠니 형이라는 그의 원맨쇼는 그이기에 재미있었습니다.
낙오자의 힘겨움을 보여주기 위한 컵라면 식사와 여유 있게 경주 야경을 구경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강호동이 그저 만들어진 존재가 아님을 깨닫게 합니다. <1박2일>에서 보여 진 다른 멤버들의 낙오와 차원이 다른 그의 행동은 일인자이기에 가능한 여유였습니다.
제작진들은 강호동의 최초 낙오로 마냥 희희낙락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의외의 복병이 존재했습니다. 강호동의 존재감을 확인한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이후 진행되는 모든 과정 속에 드러나는 강호동의 모습에 편향적인 시각을 가질 수밖에는 없게 되었습니다.
이미 제작자보다 월등한 존재감을 보인 강호동으로 인해 이후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에서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조작 혹은 그와 유사한 상황 극으로 보여 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죠. 이는 강호동이라는 존재감은 극단적으로 높아졌지만 그로 인해 그를 통해 얻어낼 수 있는 재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어졌습니다.
첫 낙오자가 된 강호동은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준 대신 이후 그의 행보는 존재감에 비례한 평가들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그만그만한 존재들이라는 인식에서 독보적인 일인자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게 되는 상황은 강호동과 <1박2일> 모두에게 역효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호동 잡는 종민'의 역할은 중요해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조작보다는 하늘이 내린 기회(모두가 보고 있는 상황에서 행한 가위바위보마저 조작이라 말하지는 않겠죠)를 가지게 된 종민과 <1박2일>은 절대 지존 호동을 괴롭히고 흔드는 캐릭터를 종민에게 심어줌으로서 새로운 재미를 던져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월등한 존재감으로 재미를 반감시키는 호동을 잠재워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는 병풍이 된 종민의 활약이 그 어느때 보다도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다음주에는 <1박2일>을 떠나는 김C를 위한 마지막 방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가장 높은 시청률을 보이는 예능 프로그램을 떠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자신을 위해 과감하게 결정한 김C의 행보에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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