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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공중전화에서 시작되었다. 의구심은 가지고 있었지만 그 실체를 알 수 없었던 막연함은 공중전화 부스에 서는 순간 풀리기 시작했다. 세상 모두를 적으로 삼고 살아왔던 지안은 조금씩 동훈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자신을 같은 사람으로 봐준 동훈에게 마음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공중전화 모든 문을 열다;
한방에 훅 갔던 감독과 배후의 재회, 지안에게 처음으로 착하다고 말해준 동훈
401호 여자는 오늘도 계단 끝에 토사물을 쏟아냈다. 열심히 청소해야 하는 두 형제는 답답하기만 하다. 옆집 여자에 의해 문을 열게 된 그곳의 여자는 유라였다. 기훈은 절대 잊을 수 없는 존재. 첫 장편 영화 주인공으로 선택했었다. 최악의 연기로 기훈은 영화를 완성하지 못했고, 유라는 술을 배웠다.
동훈은 어쩌면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내가 다른 사람도 아닌 대학 후배이자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사장 준영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차마 그런 상상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지를 못했을 뿐 뭔가 이상한 기분은 분명했기 때문이다. 준영마저 의심하던 박 상무는 슬쩍 떠보려고 꺼낸 이야기였지만, 그가 준영을 몹시 증오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박 상무는 준영의 3개월 동안의 통화 내역서를 건넸다. 비록 번호만 나와있지만 이는 준영을 무너트릴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도 있다. 서류를 받아 들기는 했지만 동훈은 조사하기가 망설여지기만 한다. 동훈이 고민이 깊어지는 것과 달리, 지안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채업자에게 박 상무를 위기에 빠트리고 받은 천 만원을 썼다. 그러다 보니 집 월세를 낼 돈이 없다. 집주인이 할머니를 보더니 당장 방 빼라고 독촉을 했다고 한다. 돈에 대한 압박이 오자 지안은 박 상무와 동훈의 대화 내용을 준영에게 들려준다. 마무리하고 자신에게 천 만 원을 달라는 의미였다.
지안은 그렇게 모질거나 악랄하지 못하다. 모진 사회에 맞서다 보니 날카로워진 것 뿐이었다. 창 가까운 곳에 누운 할머니. 작은 창을 통해 달을 보고 싶다고 했다. 하루 종일 방안에 갇힌 채 거동도 하지 못하는 할머니를 위해 지안은 마트 카트를 훔친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질주하지만 좌충우돌이다. 이런 장면이 마침 마트를 찾은 동훈의 눈에 들어왔다.
정신없이 도망치던 지안은 할머니가 좋아하는 홍시를 떨어트리고 갔다. 이를 주워 지안을 부리고 뒤쫓는 동훈. 그는 경사진 골목길에서 카트를 가지고 내려오는 지안을 목격하게 된다. 동훈을 보고 당황한 지안. 그렇게 밀리는 카트를 잡고 보니 그 안에 이불로 싸맨 할머니가 있었다.
지안이 그런 행동을 한 것은 할머니에게 달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었다. 달동네이지만 작은 창으로는 달을 볼 수조차 없다. 하루 종일 방안에 갇힌 할머니를 위해 지안이 해줄 수 있는 것은 그게 최선이었다. 할머니와 단둘의 데이트. 동훈이 좋은 사람이냐는 할머니의 질문에 "잘 사는 사람들은 좋은 사람 되기가 쉬워"라 답한다.
가난한 사람이 나쁜 사람 되기 쉬운 것과 같은 이치다. 짧은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지안은 놀랐다. 골목 입구에 여전히 동훈이 있었기 때문이다. 할머니를 업고 집까지 데려다 준 남자. 그 남자가 집을 나서며 자신에게 "착하다"라고 했다. 살아오며 누구에게도 받아보지 못한 이야기다. 그렇게 시작되었다.
부서별 회식이 아닌 단체 회식을 하는 날 동훈은 지안에게 함께 가지고 한다. 그동안 그 누구도 파견직인 지안에게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인물로 여겨졌던 지안에게 처음으로 회식 자리에 함께 가자고 제안한 이는 동훈이다.
지안이 얼마나 지독하게 살고 있고, 그 삶을 이어가기 위해 고생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게 된 이가 동훈이다. 어떻게든 지안을 챙겨주려 노력하는 동훈. 하지만 이미 지안은 자신이 녹음한 파일을 회사 감사실에 넘긴 상태다. 회식을 하러 나온 사이 동훈의 자리를 뒤지지만 문제의 서류는 찾지 못한다.
회식 자리에서 지안은 동훈이 어떤 존재인지 다시 확인한다. 대학 후배가 사장이 되어 모질게 동훈을 회사에서 내쫓으려 한다. 지안은 알고 있다. 동훈 아내와 불륜인 준영에게는 분명한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동훈은 어머니의 소원처럼 회사에서 잘리지 않고 다니는 것이 목표일 뿐이다.
회식 자리에서 마저 온갖 수모를 당하지만 참는다. 그건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닌 힘겹게 삼형제를 키워준 어머니를 위한 마지막 효도이기도 하니 말이다. 그런 동훈에게 능력이 없다고 비난하는 김 대리에게 뺨을 때리고 "더러운 새끼"라는 말을 남기고 회식 자리를 떠나는 지안. 가래 침을 뱉어 대는 김 대리 행동에 대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훈을 뒤에서 욕하는 김 대리의 행동이 보기 싫은 지안이었다.
눈이 내리는 골목에서 술에 취해 쓰러진 동훈. 그런 주변 정황을 확인하고 그를 향해 달려가는 지안. 여기서 이대로 죽을 수 없다며 일어나 집으로 향하는 동훈을 바라보는 지안의 모습은 아련함으로 다가온다. 이 남자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지안의 마음 속에 자리 잡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박 상무가 건넨 자료 속 전화 번호를 확인하던 동훈은 '수신 불가'에 막히고 만다. 가장 많이 통화를 한 번호가 수신 불가라는 사실에 당황하는 동훈에게 해답을 건넨 것은 지안이었다. 공중전화는 수신은 안 되고 발신만 된다고. 지안은 동훈에게 결정적 증거를 제시한 셈이다.
준영과 윤희가 통화를 하기 위해 공중전화를 이용해왔다는 것을 알려준 셈이다. 이는 동훈의 편에 서겠다는 의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의 공중전화 부스 앞에서 동훈은 동료들과 밖으로 나온 아내 윤희와 마주친다. 자신의 아내 사무실 근처 공중전화. 그곳에서 사장 준영과 자주 통화를 한 자가 있음을 깨닫는 순간 동훈의 생각은 하나로 모아질 수밖에 없었다.
과거 촉망 받았던 감독 기훈. 그리고 그런 감독을 짝사랑했던 배우 유라. 장편 데뷔작에 배우로 출연했지만 발연기로 인해 중도 하차를 하고 유라는 술에 빠졌다. 그런 모진 흔적을 치우기 위해 기훈이 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들의 인연은 다시 시작되었다. "고마워요 망해줘서"라는 말을 해맑게 웃으며 하는 유라를 보며 미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은 당연했다.
유라는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 자책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기훈이 감독 데뷔도 하지 못한 채 청소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안도했다. 자신 만의 잘못은 아니라고 말이다. 이는 곧 자책하며 술에 빠져 살 이유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모두에게는 자신 만의 고민과 아픔을 담고 살아간다.
모든 것은 공중전화에서 시작된다. 동훈의 편에 서기 시작한 지안. 부하 직원에게 욕 보인 채 지안을 만난 자리에서 준영은 해서는 안 되는 발언을 했다. 윤희와 불륜과 관련한 자신의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 하필 그게 지안 앞이라는 사실이 무슨 의미인지 준영은 알지 못했다. 지안은 그 모든 내용을 녹음 했을 가능성이 높다. 의도적으로 질문을 한 이유가 단순히 준영의 분노를 받아주기 위함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준영을 몰락 시킬 수 있는 통화. 아내가 근무하는 변호사 사무실 근처 공중전화는 모든 것을 바꾸게 만드는 장소가 되고 말았다. 의심은 현실이 되고 그렇게 시작된 복수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지만, 공중전화 앞에 서기 전 동훈과 선 후의 그는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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