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모든 과오를 자신의 부덕으로 담고 싶었다. 자신이 너무나 아꼈던, 그리고 자신을 사부라고 불렀던 제자 장현주의 죽음 뒤 부용주는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돌담병원에서 오직 환자를 위한 의사로 살아가던 그는 이제 더는 침묵을 지킬 수 없는 상황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김사부와 동주의 갈등;
신 회장이 깨어나며 도 원장의 사상누각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수술은 완벽하게 끝났지만 깨어나지 못하는 신 회장. 이런 신 회장의 상태를 보며 도 원장은 즐거웠다. 신 회장이 숨져야 자신에게 더 유리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도 원장으로서는 쾌재를 부를 일이었다. 이를 악용해 김사부가 있는 돌담병원을 폐쇄하겠다는 통보까지 했다.
김사부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진 오 기자는 자신에게 진실을 밝혀 달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김사부는 그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이라고 이야기를 할 뿐이다. 진실을 밝혀도 이를 제대로 감당할 수 없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 기자는 신 회장이 혼수상태라는 찌라시를 만들어 배포하기 시작했다.
카지노 대부 신 회장이 혼수상태라는 기사는 일파만파 논란을 키웠고, 돌담병원에는 수많은 취재 전화만 폭주했다. 도 원장은 이를 빌미로 돌담병원 폐쇄를 신 회장의 딸인 신 이사에게서 얻어냈다. 그렇게 돌담병원은 폐쇄 직전까지 몰리는 처지가 되었다.
"나는 병원 문 닫을 생각이 없다. 어제처럼 그리고 오늘도, 내일도 여기 이 자리에 이렇게 서서 날 필요로 하는 환자들 계속 기다릴 것이다"
도 원장의 폐쇄 명령에 돌담병원 직원들이 흔들리는 것은 당연했다. 자신들의 앞날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들을 다잡은 인물도 김사부다. 긴급 환자가 들어오는 순간에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하는 직원들에게 김사부가 던진 이 한 마디는 강렬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어떤 외압에도 당당하게 의사로서 자존심을 지키는 김사부. 돌담병원의 리더로서 확신을 심어주는 이 당당함은 우리 시대 가장 절실한 리더의 모습이기도 하다. 의사로서 언제나 처럼 그 자리에서 환자들을 계속 기다리겠다는 김사부의 다짐은 그렇게 돌담병원 직원들에게 안도감을 심어주었다.
긴박했던 순간은 여전히 서툰 우연화로 인해 모두 풀어지게 되었다. 패딩을 가위로 자르는 순간 진료실은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서 옥수수가 튀겨져 하늘을 날며 하얀 눈 꽃송이처럼 변모하는 모습을 연상케 했다. 긴장감이 극대화 되고 불안했던 그들은 이 소란으로 인해 정상을 찾게 되었다.
"김사부가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저항은 어떠한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해야 할 일을 해나가는 거라고"
동주의 입을 통해 보인 이 발언은 단순히 그들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다. 무서운 저항은 폭력이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나가는 것이라는 말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담담하게 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일상을 유지하는 것만큼 무서운 저항은 있을 수 없으니 말이다.
광장의 민주주의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결국 일상의 삶 속에서 민주주의가 실현되어야 한다. 광장에 모였던 이들 만이라도 일상 속에서 민주주의가 실천되도록 노력한다면 그저 광장의 외침이 아닌 사회 전체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참 이상하지요. 우리 모두가 도윤완이 틀렸다는 것을 아는데. 지금 그가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다 아는데. 왜 그는 여전히 저 자리에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돌담병원의 여운영 원장이 쏟아낸 이 발언들은 중요하게 다가온다. 대리 수술을 주도하고 오직 병원을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생각해왔던 도 원장. 이를 통해 권력을 차지하고 자신의 마음대로 병원을 쥐락펴락했던 도 원장의 잘못을 많은 이들은 알고 있다.
도 원장이 틀렸다는 것을 알고 그가 잘못하고 있다는 것도 아는데 왜 그는 저 자리에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냐며 한탄스러워 하는 여 원장의 이 발언은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라는 직책으로 국정 농단을 해왔던 박근혜의 행태와 너무나 닮았기 때문이다. 마치 <낭만닥터 김사부>가 닥터가 아닌 <낭만정치 김사부>가 된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말이다.
불안했던 상황은 신 회장이 깨어나면서 반전을 이뤘다. 서울 본원에서 신 회장을 데려가려 다투는 동안 신 회장은 깨어났다. 의식을 되찾은 후 도 원장은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무너질 것이라 확신은 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내놓은 카드는 바로 동주였다.
동주의 아버지를 수술한 이가 바로 김사부였다는 자료를 익명으로 그에게 보냈다. 하지만 당시 도 원장에 의해 자행 되어왔던 '대리 수술'을 생각해보면 그 역시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 동주가 자신의 아버지와 같은 증세를 가진 환자 앞에서 민감하게 대처한 이유도 그 서류 때문이었다.
당시와 너무 비슷한 상황에서 김사부는 현실적인 판단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병원에 도착한 순서가 아닌 현실적인 병원의 상태나 병의 위증을 판단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동주는 감정이입을 하며 갈등을 극대화 시키는 발언들을 이어갈 뿐이었다. 결과적으로 김사부와 동주의 갈등은 도 원장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동주의 어머니를 만난 오 기자는 그 안에서 진실을 봤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김사부 역시 더는 침묵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수도 있다. 여 원장이 우동을 먹으러 간 그 일식집 주인은 도 원장의 비리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핵심 인력이라는 것 역시 자명하다. 그렇게 반격은 시작될 수밖에 없다.
부용주가 김사부가 된 이유는 환자이면서도 누구보다 좋은 의사가 되고 싶었던 장현주 때문이었다. 부용주라는 사실을 알면서 도발적으로 다가온 이 어린 환자. 그 환자와 만나며 좋은 스승이 되어주고 싶었던 부용주는 그렇게 그가 만들어준 김사부로 살게 되었다.
자신의 마지막 수술인지도 모른 채 김사부가 자신을 수술한다고 믿고 남긴 학생증과 편지, 그리고 팝송이 녹음된 테이프는 부용주를 변하게 만들었다. 거대병원의 에이스 의사 부용주가 아닌 돌담병원의 환자 만을 생각하는 의사 김사부로 말이다.
신 회장과 딸 모두 김사부의 편에 설 수밖에 없는 조건이 되었다. 갈등을 통해 자멸하기를 바랐던 도 원장과 달리, 아들 인범까지 아버지와 반하는 진짜 의사가 되고 싶은 마음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의사란 무엇인가? 를 곱씹을 수밖에 없었던 인범은 김사부와 동주를 통해 자신이 어떤 의사가 되어야 하는지 확인해가고 있었다.
판은 만들어졌다. 그리고 더는 침묵이 답이 아니라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었다. 거대한 세력과 싸워야 하는 그들은 약세다. 결코 이기기 쉽지 않은 싸움을 시작하는 그들의 모습은 우리와 너무 닮았다. 거대한 권력을 가진 자들과 싸우기 위해 매주 토요일 광장에 나서는 우리의 모습과 말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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