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과 영도는 헤어졌다. 식상함으로 다가오고 거짓말이라 확신하는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 실제로도 가능함을 이들은 보여주었다. 물론 이는 다시 재회할 수밖에 없는 강렬한 이유라는 점에서도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지는 것은 다시 만나기 위한 과정으로 읽을 수도 있다.
다정과 영도는 생일이 같다. 우연치고는 운명에 더 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친구들이 더 흥미롭게 바라볼 정도로 말이다. 이런 운명과 같은 상황들이 언급되던 회차에 이들이 이별을 선택한다는 것은 의도적 장치라 볼 수밖에 없다.
이안의 집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이는 부회장이었다. 아버지 수술에서 이안이 자연스럽게 사망하도록 요구했던 그 부회장은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를 실행한 인물은 사망한 노 변호사였다. 형사들이 원해도 주지 않으려던 해당 영상을 서버 회사가 직접 나서 보내줬다.
그렇게 확인한 영상 속에 살인자가 등장했다. 노숙자를 폭행했던 지문이 없는 그 남자 황대식이었다. 그는 이안의 집에 몰래 숨어들었다. 그가 이런 행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집은 최정민이 살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이안은 범인이 다시 찾아오기를 바라고 그 집으로 이사했다.
이안의 기대처럼 그 집으로 범인은 들어왔다. 그리고 그는 이안에게 약을 먹였고, 그렇게 쓰러진 그를 죽이려 했다. 하지만 이안의 전화를 받고 노 변호사가 들어왔고, 그는 희생자가 되었다. 순간적으로 최정민은 노 변호사를 죽이고 그 범죄를 이안의 것으로 만들려 했다.
최정민에게 자신이 벌인 범죄를 대신 책임지도록 했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부회장이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영상으로 인해 이안은 살인혐의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황대식은 도주를 시작했고, 경찰보다 먼저 그를 찾은 것은 부회장의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차량으로 황대식을 제거한 그들은 가방을 들고 사라졌다. 황대식이 가지고 있는 가방을 가져간 것은 그 안에 뭔가가 있다는 의미다. 이는 황대식이 부회장의 지시를 받고 뭔가를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그마저 아니라면 이안의 약점이 될 수 있는 것들을 찾고자 하는 노력일지도 모른다.
부회장은 이안과 만난 자리에서 노골적으로 이 모든 것을 밝혔다. 이안을 이용하기 위해 그의 쌍둥이 동생인 최정민까지 감시했다는 사실 말이다. 그리고 그가 어떻게 죽을 수밖에 없는지 영상도 가지고 있다며 파일을 넘겼다. 그 안에는 어떤 비밀이 담겨있을까?
최정민의 죽음과 관련된 그 어떤 내용도 12회에는 등장하지 않았다. 12회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것은 다정과 영도의 사랑이다. 이안은 죽음의 공포와 함께 진실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려는 상황에서 둘의 사랑은 뜨거운만큼 균열이 찾아오고 있었다.
가영과 패트릭은 위기를 맞았다. 한류스타인 패트릭이 이혼녀이자 가십거리에 자주 올랐던 가영과 사귀고 있다는 뉴스가 터졌다. 호텔에서 드라마 촬영을 하던 가영을 취재하러 온 기자들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그를 찾은 것은 다정이었다.
친구인 가영을 돕기 위해 나선 다정을 보고 안심했다. 그리고 용기도 얻을 수 있었다. 자신에게 든든한 친구가 존재한다는 것은 용기를 낼 수 있는 힘이 되고는 한다. 기자에게 직접 연락해 자신과 패트릭의 열애설은 사실무근이라 설명했다.
기자들을 피해 몰래 호텔로 찾아온 패트릭과 몰래 만날 수 있도록 해 준 것도 다정이었다. 그렇게 패트릭을 만난 가영은 선의의 거짓말을 언급했다. 이는 사랑하는 가영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팬들에게 무조건 정직하다고 그게 팬을 위한 것은 아니라 했다.
솔직하게 모든 것을 말하면 자신은 당당하고 속이 시원해질 수는 있지만, 팬들은 그럴 수 없다. 언젠가 모든 것을 사실대로 이야기할 필요는 있겠지만, 하얀 거짓말이 때로는 모두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음을 가영은 알고 있었다.
기자들을 피해 밖으로 나온 패트릭은 다정에게 99 빌딩으로 자신도 가겠다고 한다. 영도를 만나고 싶다는 이유였다. 전에도 상담을 받았던 패트릭으로서는 이런 상황에서 의지할 수 있는 존재는 영도가 전부였다. 답답하면 모두가 찾는 영도라는 점에서 다정도 당연했다.
영도는 강릉에 갔다 바닷가에서 미란과 마주쳤다. 미란에게 연락하는 남자가 건넨 빵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다 영도를 봤다. 설마 영도는 아니겠지 하고 다가갔지만 영도였다. 다정을 데리러 왔던 영도는 그렇게 홀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란은 자신의 경우를 빗대 누군가를 확 좋아하는게 이렇게 무서울지 몰랐다고 했다. 자신이 한 행동으로 아이들이 힘든 상황에 처할 것이라 상상도 못 했으니 말이다. 미란이 영도가 딸 다정과 아무런 문제 없이 만나고 있음에 감사했다.
누구나 하는 그저 건강하게 오래오래 옆에 있어주면 된다고 했다. 영도가 의사라는 직업이 아니라도 좋은 사람인 영도라면 그저 건강하게 다정 옆에서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는 의미였다. 물론 이런 덕담이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미란은 상상도 못 했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미란은 "아프지만 마"라는 덕담을 남겼다. 아픈 사람에게 아프지 말라는 말은 저주일 수도 있다. 도무지 올라설 수 없는, 아닌 극복할 수 없는 미션이 내려진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것도 모르는 미란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고 평범한 덕담이었지만 말이다.
영도 자칫 위험할 수도 있었다. 이식한 심장의 문제가 아니라 바이러스 문제로 인한 것이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병원일만이 아니라 온갖 일들을 하는 영도는 당연히 체력적인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바이러스에 노출되었다.
안정을 찾고 일을 줄이는 것이 최선이라는 점에서 영도가 할 수 있는 것은 명확하다. 영도는 호텔을 찾았다. 그리고 다정을 만나 5분 밖에는 시간이 없다고 했다. 영도가 입원한지도 모르는 다정은 그래도 그 5분이 소중했다. 영화 <아비정전> 속 유명한 장면인 1분을 언급하며 이 짧은 시간이 가지는 가치를 이야기했다.
어차피 떠날 수밖에 없는 아비가 1분을 반복적으로 언급한 것은 그 1분 만은 영원히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1분짜리 영원을 준 것이다. 이런 다정의 너무 평범한 발언이 현실이 될 것이라 상상도 못 했다. 영도가 짧은 시간이라도 다정을 보러 온 것은 그 영원 때문이었다.
영도가 입원했고, 이를 다정에게 숨기는 것은 잘못이라고 은하는 생각했다. 다정을 위함이라 하지만, 정작 중요한 당사자만 모르는 상황은 더욱 비참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영도가 병원에 입원한 사실을 알고, 병원을 찾은 다정은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휴게실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하필 그 휴게실에 영도가 고 형사와 함께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영도는 다정이 병원에 왔을 것이라 상상도 못 한 상황에서 고 형사와 이야기를 나누다 결심을 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자신이 절대 이겨내기 어려운 병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정을 사랑하는 것은 욕심이라고 했다.
영도는 최선을 다해 오래 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욕심을 냈고, 다정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만나면 안 된다고 생각하니까 아프다고 고 형사에게 고백했다. 다정을 사랑하는 것이 곧 아픔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건 자신의 죽음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남겨질 다정에 대한 아픔이었다.
상대의 고통과 아픔을 모두 들을 수밖에 없었던 다정은 소리도 내지 못하고 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엄마와 통화를 하며 영도를 강릉에서 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왜 다정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았냐며, 싸웠냐고 묻던 엄마를 향해 다정을 울며 화를 냈다.
엄마가 했던 덕담이 헤어지는 이유가 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픈 사람에게 아프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헤어지라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생각했다. 자신도 조심스러운데 왜 엄마가 그런 말을 했냐며 오열하며 말하는 다정은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었다.
자신은 이렇게 울며 전화랄 사람이라도 있지만, 그 사람은 그런 전화를 할 엄마도 없다며 우는 다정의 모습은 아프게 다가왔다. 그런 딸을 위해 다음날 집을 찾은 엄마. 그리고 그런 엄마를 안고 하염없이 우는 다정은 그렇게 마지막을 고해야만 했다.
영도는 다정에게 자신의 사무실로 와달라 했다. 하지만 다정은 옥상에서 만나자 했다. 영도는 다정의 영역에 아픔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다정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그렇게 옥상에서 만난 두 사람은 예고된 이별을 선언했다.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할지 아는 다정은 잡고 싶었고, 아무것도 모를 거라 생각한 영도는 최대한 차갑게 관계를 정리하려 했다. 이들의 이별은 아프다. 뜨거움을 감추고 최대한 차갑고 건조하게 이별을 선택해야 했던 이들은 그게 마지막일 수는 없었다.
살인사건과 사랑이 혼재되어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할 수도 있다. 복합장르가 일상이 된 상황에서 <너는 나의 봄>도 분명 이에 속한다. 아쉬움이 있을지 모르지만, 분명한 사실은 작가가 보여주는 관계의 밀도는 분명 매력적으로 꽉 차 있다. 남은 4번의 이야기가 이들에게 어떤 힐링을 선사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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