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목소리를 듣는 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대단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마지막 주인공인 혜성의 모습은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화자와 타자의 관계를 넘어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이들의 주제의식은 그래서 특별하고 아름다웠습니다.
혜성과 수하의 행복한 결말;
수하와 혜성의 목소리 듣기를 넘어선 혜성의 수화가 특별한 이유
극적으로 잡힌 민준국과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행복하기만 한 수하와 혜성. 그렇게 그들의 삶은 편안하고 행복하게 마무리 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민준국이 11년 전의 이야기부터 모든 사건들에 대한 솔직한 고백들은 수하에게 위기로 다가왔습니다.
민준국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혜성을 칼로 찌른 것이 수하라는 사실을 알게 된 도연은 그에게 검찰 출두서를 보내게 됩니다. 그 누구보다 민준국을 증오하는 도연이지만, 누구보다 법이 세상을 지켜줄 수 있다고 믿는 그녀에게 사건은 그저 사건일 뿐이었습니다. 수하가 최대 피해자 중 하나라는 점에서 그저 넘길 수도 있겠지만 그녀에게는 법에 대한 원칙은 버릴 수 없는 모든 것이었습니다.
1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없었던 수하와 혜성은 민준국이 구속되면서 한 없이 행복하기만 했습니다. 민준국이 사라진 상황에서도 혜성의 집으로 들어와 사는 수하의 모습은 이상합니다. 그런 사실을 알면서 그 사실을 주지하는 혜성을 바라보며 그것마저도 즐거운 수하는 이런 현실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하기만 합니다.
민준국 사건을 두고 변호사 선임은 쉽지 않았습니다. 잔인한 보복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를 국선이라고는 하지만 선뜻 나서서 변호를 하려는 이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민준국은 오직 한 사람을 지목합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유일한 존재는 바로 차관우 변호사가 유일했기 때문입니다. 과거 차 변호사를 선택한 것은 철저하게 그를 이용하기 위함이었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세상 그 누구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았지만, 유일하게 차 변호사만은 자신을 믿으려 노력했고 자신의 이야기를 충실하게 들어주었습니다. 민준국이 차 변호사에게 다시 변호를 부탁하는 것은 무죄를 받기 위함이 아닌 마지막까지 자신의 곁에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낼 수 있는 그 누군가가 필요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은 차 변호사의 이런 행동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가장 극단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바로 서도연 검사였습니다. 아무리 오지랖이 넓다고 해도 자신을 공격하고, 장 변호사와 수하에게 못된 짓을 한 살인자를 다시 변호하겠다는 차 변호사를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민준국을 변호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차 변호사가 민준국을 변호해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세상에서 그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이가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수하가 준국과 같은 살인자가 될 수 있었음에도 다른 삶을 살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바로 혜성이 곁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혜성이 곁에 머물고, 무한한 애정과 믿음을 전해주었기 때문에 수하가 최악의 상황에서도 짐승이 아니고 인간으로 머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혜성의 믿음과 사랑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민준국 곁에도 혜성과 같은 사람이 있었다면 이런 잔인한 살인마로 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관우는 생각해 왔습니다. 최소한 그의 아픔과 고통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었다면 그는 현재와 같은 추악한 짐승으로 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확신이 그에게는 있었습니다. 그리고 관우는 준국이 애써 감추고 있었던 본심을 끄집어내며 그에게 자신이 잘못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만듭니다.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듣고 귀를 기울이는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이 드라마가 들려주고 싶은 진정한 이야기였습니다.
법은 차갑지만 심장도 존재한다는 사실은 중요합니다. 양립하면 누군가에게는 잔인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법이라는 점에서 도연이 수하를 기소유예 처분하는 과정은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법은 '무전유죄무전유죄'이 가치만 명확합니다. 어쩌면 드라마는 이렇게 법이란 차갑지만 심장도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살인미수로 구속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던 혜성은 수하가 그동안 써왔던 글을 읽으며 그의 본심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수하를 지키겠다는 혜성과 그런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운 수하가 서로의 마음을 다시 확인하고 아름다운 키스를 하는 장면은 '너목들' 마지막 회를 가장 화려하고 따뜻하게 만드는 장면이었습니다.
살인이 아닌 무기징역을 받은 민준국과 친부를 위해 자신의 평탄한 삶을 포기하고 좌천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도연. 이들은 그렇게 각각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경찰대 최종 면접에 나선 수하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너목들'에서 보여준 이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과 같았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혜성이 수화를 배우고 실제 말을 하지 못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 속에 '너목들'의 주제가 들어있었습니다. 관우가 좋은 국선변호사가 되기 위해 수화까지 배웠듯, 철저하게 이기적이었던 혜성이 수화를 배우고,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이에게 "저는 국선변호사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장면은 뭉클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장혜성 변호사의 이런 모습은 드라마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목소리 듣기는 단순히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한 개인의 목소리가 아닌 국선 변호사로서 힘들고 약한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존재가 된 혜성의 모습에서 희망을 이야기하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현실에서도 혜성과 관우와 같은 변호사를 만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힘들고 약한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이들이 늘어난다면 사회는 좀 더 건강해질 수 있음을 드라마는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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