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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Shot Drama 단막극

노희경의 감각이 돋보인 '빨강사탕'-사랑의 본질은 무엇일까?

by 자이미 2010.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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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 시대가 드디어 열렸습니다. 많은 이들이 바랐던 바로 그 실험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작가, 제작자, 배우들 모두 선호하고 필요함을 역설했던 단막극은 앞으로 24편의 새롭고 신비로운 여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시작을 알린 노희경 작가의 작품은 역시 담백하면서도 따뜻했습니다.

인간이라는 그 한없이 나약한 존재에게 사랑은 사치다



1. 빨강사탕이 그 남자의 가슴에 들어서다

특별할 것 없는 40대 출판사 영업부장인 재박은 지겨운 일상의 탈출구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매일 출근하며 지하철에서 보게 되는 빨강사탕을 물고 있는 여자 유희 입니다. 그날 아침은 자신 몰래 아들을 유학 보내는 아내로 인해 한바탕 싸움을 하고 갓난아이를 엄마에게 맡기고 서둘러 지하철에 탔습니다.

여전히 그 자리에서 빨강사탕을 물고 있는 그녀를 발견한 재박은 그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그런 행복 뒤에 찾아오는 현실적인 한계인 자신은 유부남이라는 사실이 힘겹게 다가오기만 합니다.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자신을 알기에 그는 마음을 접습니다.

회사에서는 그 여자에 대한 험담이 넘치기만 합니다. 선물 공세에 누군가는 파산 지경이라는 말고 온갖 루머들이 판치기만 합니다. 서점에게 그녀에게 수작 거는 남자들 사이에 자신에게 인사를 하는 유희가 다시 한 번 자신을 흔들어 놓습니다.

아침 다짐과는 달리 그날도 퇴근하는 그녀를 기다리며 지하철에 나와 있는 재박은 그렇게 홀린 듯 그녀를 따라갑니다. 이젠 일상이 되어버린 그녀의 모습은 매번 반복되는 습관마저도 알고 있을 정도입니다. 빨강사탕을 물고 빨간 딸기를 매일 사는 그녀. 그렇게 그는 귀신에라도 홀린 듯 그녀 안으로 들어서고 그런 그를 그녀도 막지 않습니다. 

수도를 고치기 위해 그녀의 집에 들른 그는 그녀가 해준 따뜻한 저녁을 먹고 한결 가까워진 마음으로 그녀와 함께 합니다. 부산이 고향인 그녀가 바다를 그리워해 함께 바다에 놀라간 그들은 무척이나 행복했습니다. 감기가 들어 힘든 상황에서도 그녀와 함께 있는 다는 것만으로 행복한 그는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고 싶어 합니다.

그렇게 노을이 지는 바닷가에 자신도 모르고 키스를 하게 된 재박과 유희. 그들의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그녀와 함께 있는 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재박은 숱한 소문들은 그를 힘들게 합니다. 

재박은 자신만 유희를 좋아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100일 동안 자신을 뒤에서 바라봐준 재박이 너무 고맙고 좋았다는 유희의 고백은 그를 더욱 행복하게 만들었죠. 일방적인 사랑이 아닌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알게 된 그는 식당에서 과거 유희가 만났다는 유부남을 보게 됩니다.

열심히 일을 하던 그가 유희를 만나며 가정 파탄이 일고 그렇게 처량한 신세가 되어버렸다는 이야기와 그녀에 대한 많은 험담들은 재박을 폭발하게 만듭니다. 그렇게 싸움까지 하게 된 그는 자신의 사랑을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한 번 흔들리기 시작한 사랑은 의심만 키우게 되고 그 의심은 자신의 사랑을 형편없게 만들어버립니다.

그렇게 사랑에서 깨어난 재박은 유희를 자신과 사랑하던 연인이 아닌 숱한 남자들의 술자리 험담에 참여한 속물로 변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사랑을 하면서 그 사랑을 의심하던 그에게 사랑은 지독하게 변해버리고 남겨진 것이란 허튼 사랑의 쓴 맛 밖에는 없었습니다. 

2. 과연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지겹고 판에 박힌 듯 변함없는 그의 일상에 들어와 버린 그녀는 자신에게는 유일한 즐거움인 그녀와의 사랑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야만 하는 불륜입니다. 가정이 있는 남자와 사랑이 순탄할 수도 없고 지속 가능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그들의 사랑은 끝을 보고 시작하는 사랑과 다름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누구도 그들의 사랑이 그렇게 허무하게 끝이 날 것이란 생각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비록 현실적인 틀 속에서 그들의 사랑이 환영받을 수는 없겠지만, 사랑 자체만은 누구도 폄하할 수 없는 순수하고 열정적이었기 때문이지요. 

처음부터 유부남인줄 알고 사랑을 느끼게 된 남자. 자신을 100일 동안이나 뒤에서 바라만 봐주던 그 따뜻한 남자에게서 이젠 결코 볼 수 없는 아빠의 듬직함을 발견한 그녀는 사랑이 고프고, 사랑하고 싶었던 그저 사랑에 순수했던 여자였습니다. 

그런 그녀에게는 숱한 소문들이 따라다닙니다. 사실과 거짓이 혼돈된 그녀에 대한 소문들은 그녀를 독하고 파렴치하게 만들기만 했습니다. 그 누구도 그녀의 순수한 사랑을 보기 보다는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허상만을 쳐다보며 손가락질하기에 바빴습니다. 

너무 사랑했기에 감추고 싶었고 나누고 싶었던 남자에게 독한 이별을 당해야만 한 그녀는 답답하기만 합니다. 잘못된 소문으로 인해 자신에게 오해를 하는 그 남자에게 사실을 알리고 싶지만 이미 그 남자는 깊숙하게 숨어버린 채 자신에게 해명할 기회도 주지 않습니다. 

그렇게 그녀는 숱한 소문에 또 다른 거짓만 심어둔 채 사랑에게 버림받습니다. 사랑이라는 감정마저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사랑은 수시로 의심받을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사랑의 본질을 들여다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니 말이죠. 

자신의 뒷모습을 100일이나 지켜봐준 그 남자를 사랑하게 된 여자. 자신의 부인보다 더 사랑하기를 바라지도 않는 여자. 자신의 집요함이 지겨움이 될까 두려워하는 여자. 그래서 당신 마음에 드는 짓만 하겠다는 여자. 그러니까 자신을 버리지 말라는 여자. 그는 그런 여자를 바라보지 못하고 그런 여자를 뒤덮고 있는 소문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자신이 이별 선물로 사줬던 빨강사탕에 꼬이는 개미들을 바라보던 재박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화려하고 탐스러운 사탕은 그 자리에 그렇게 있을 뿐 그 사탕에 눈독을 들인 개미들의 탐욕만이 지저분하게 만드는 상황을 바라보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마지막 그 장면이 <빨강사탕>의 주제였지요. 사랑이라는 본질과는 달리 사랑을 어떻게 사유하느냐에 따라 지저분한 것이 될 수도 있고 맛있는 것일 수도 있는 사랑. 그 탐스러운 사랑은 그 자리에 그렇게 있는데 사랑을 탐욕스럽게 탐하는 인간들로 인해 달라지는 상황을 효과적이며 상징적으로 잘 담아내주고 있었습니다.

불륜이라는 설정이 쉽지 않았지만 사랑이라는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에는 무척이나 좋은 소재였던 듯합니다. 사랑을 사랑으로 바라보지 않고 사랑으로 인해 파생되어지는 다양한 것들에만 집중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빨강사탕'은 감각적이면서도 담백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재미있고 오랜 시간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 좋은 단편 소설을 읽은 듯한 이 기분은 바로 단막극이 줄 수 있는 감흥이겠지요. 빨간색으로 특징되어진 유희와 마지막 장면에 보여 지는 강렬한 '빨강사탕'과 탐욕스러운 개미들의 모습은 강렬하게 남겨졌습니다.
유부남과의 사랑이라는 불안전한 설정을 통해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는 노희경의 <빨강사탕>은 단막극이기에 보여줄 수 있는 재미였습니다. 이재룡과 박시연, 김여진이 보여주는 자연스러운 연기는 기존 드라마에서 느낄 수 없는 순수하고 열정적이었습니다.

다양한 복선들도 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하나의 주제를 담백하면서도 강하게 끌고 가는 힘은 단막극만이 보여줄 수 있는 진정한 재미이겠지요. 보고난 후 더 많은 생각을 해주게 하는 이런 재미를 이제 23번은 더 느낄 수 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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