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의 앵커 브리핑은 <JTBC 뉴스룸>의 정수다. 그 안에 모든 것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 역시 앵커 브리핑을 기다리고는 한다. 하지만 대통령의 세 번째 대국민담화가 나온 29일 뉴스룸에는 앵커 브리핑이 사라졌다. 손석희의 분노가 강렬하게 전달된 사라진 앵커 브리핑은 그래서 특별하게 다가온다.
손석희의 분노;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결코 물러설 일 없다는 선언
박근혜 대통령이 세 번째 대국민담화를 내놨다. 하지만 모두가 기대하지도 않았던 그 기대를 입 밖으로 내뱉었다. 기본적으로 국가를 위한다면 결코 할 수 없는 짓을 했다.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 자신이 개헌을 통해 물러날 수 있게 만들라는 요구는 협박이다.
190만의 촛불이 밝혀진 토요일의 외침에 대한 답변이 협박이라는 사실은 참혹하다. 이 정도면 국민과 상관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하겠다는 고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최소한 대통령으로서 자세도 보이지 않은 박근혜는 철저하게 자신만을 위한 정치를 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했다.
29일 뉴스룸 방송은 기존의 형식마저 간소화하며 대국민담화에 대한 문제를 중심으로 다뤘다. 그만큼 탄핵을 앞두고 꼼수를 부린 박근혜의 대국민담화에 담은 의미와 파장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가장 중요한 한 주가 시작되자마자 친박 인사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청와대와 친박은 철저하게 준비를 해서 대국민담화를 준비했고, 마지막 한 수로 국회에 공을 넘겨 개헌 국회를 만들며 임기를 모두 채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비박이 탄핵을 주장하고 나설 수는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정치적으로 자신의 퇴진을 정하라는 주장이 사뭇 합리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현재 상황에서 결코 여야 합의를 할 수가 없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쇼에 불과하다. 수구 세력들에게 명분을 주고 이 모든 것은 국회가 잘못해서 벌어진 일이라는 핑계를 만들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야당과 탄핵에 찬성한 비박을 궁지로 몰기 위함일 뿐이다.
실제 대통령담화가 나온 직후 친박 세력의 핵심인 서청원 의원이 새누리당 의원이라면 대통령의 이야기를 따를 것이라는 발언까지 했다. 비박을 향해 탄핵을 거두고 우리와 함께 방탄 국회를 이끌자는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비박 의원들 사이에서도 잠시 흔들린 것은 분명했다.
급격하게 변한 상황에서 이탈자가 생기는 듯도 했다. 하지만 4분 30초 동안 했던 담화는 시간이 지나며 그 정체를 드러낼 수밖에는 없었다. 이 담화의 핵심은 자신은 결코 물러날 수가 없다는 확고한 신념을 보인 것이다. 대한민국 전체를 뒤흔든 범죄 사실에 대해서도 부정함으로서 특검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그 어떤 현실적인 방안이나 의지도 보이지 않은 채 오직 국회에서 자신에 대한 탄핵을 하지 말고 개헌이나 시작하라는 주장 외에는 없었다. 이런 담화에 야당과 국민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했다. 철저하게 자신의 죄를 부인한 대통령이 즉시 퇴진이나 기간을 둔 퇴진도 아니고 개헌을 해야만 가능한 '임기 단축'을 언급한 것은 청와대와 친박이 원하는 노림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개헌이라는 발언을 하지 않았지만, '임기 단축'과 '정권 이양'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국회에서 친박을 위한 개헌을 추진하라는 요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잠시 흔들렸던 비박 의원들 역시 그 의도를 충분히 알았을 것이다. 2일 탄핵 추진은 당장 힘들지만 9일까지 여야 합의를 시도하고 부결되면 그때 탄핵을 하자는 제안을 야당에 했다.
비박 의원들로서도 명분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야당 역시 이를 분노만 할 필요는 없다. 대통령이 국회의 뜻에 따르겠다면 야당은 12월 9일 안에 자진 사퇴하라고 요구하면 된다. 그렇지 않으면 예정된 일정에 따라 법으로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하면 그만이다. 쫄 필요도 분노할 필요도 없다는 말이다.
손석희 앵커는 상당히 불쾌해했고 분노했다. 드러내지 않는 분노는 그래서 더 강력하게 다가왔다. 취재를 나간 현장의 기자들과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날카로운 질문들이 끊임없이 쏟아진 것은 손 앵커의 분노 수위가 얼마나 높은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현장에서 취재를 하던 기자들이 당황할 수밖에 없는 집요한 질문의 연속은 그만큼 이 사안에 대한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기본 상식을 가진 국민이라면 이번 대국민담화에 분노할 수밖에 없다. 국가를 위해 마지막으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정해져 있다. 하지만 박근혜는 자신과 자신을 비호한 자들의 안위를 위해 국민과 국가를 담보로 생떼를 부리고 있다.
탄핵의 시계가 약간 늦게 흘러갈 수는 있지만 피할 수 없다. 탄핵이 부결되면 새누리당은 공중분해 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탄핵을 피한다고 해도 정상적으로 국정 운영은 불가능하다. 이젠 분노한 국민들을 직접 대면해야 하기 때문이다. 탄핵이 부결되는 순간 대한민국의 앞날은 어떻게 될지 누구도 알 수 없게 된다.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비박 의원들은 탄핵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그나마 새누리당 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최선일 것이다.
조승식, 박영수 변호사를 특검 후보로 확정했다. 강력통과 특수통 출신의 충남과 제주 출신 두 변호사 중 하나를 대통령은 선택해야 한다. 이마저도 반려시키거나, 특검 수사를 검찰 수사처럼 부정한다면 탄핵 부결과 같은 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다.
미 정부에서도 공개적으로 국민의 분노를 인정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한국의 평화 시위를 지지한다는 발언을 통해 미 정부가 어떤 입장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준 셈이다. 강력한 동맹의 특징은 다른 인물이 그 나라를 이끌더라도 유지된다는 발언으로 박근혜 정권이 아니어도 상관없음을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친일과 친미에 목숨을 건 이들에게는 당혹스러울 수 있지만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세월호 참사' 당시 국가안보실장이었던 김장수 주중 대사는 '순수한 의문'이라는 영어 단어를 사용해 박근혜를 두둔하는 발언을 2년이 훌쩍 넘어 토로했다. 군인 출신인 김장수가 할 말은 아니다. 철저하게 박근혜 정권에 기생해 권력을 부여받아왔던 타락한 군인의 순수가 과연 순수일까?
박근혜 정권은 유독 '순수'에 집착한다. 대국민담화를 통해 '순수한 마음''순수한 의도'등 유독 '순수'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박근혜는 자신이 얼마나 타락한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듯하다. 불순한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순수'라는 단어를 반복해서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니 말이다.
순수를 앞세운 불순한 정권은 마지막까지 국민들을 분노로 이끌고 있다. 국정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가장 절실한 것은 즉시 퇴진하고 정상적으로 국정이 운영되도록 하는 것이 마지막으로 국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최선이다. 국가가 붕괴되더라도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대통령과 그를 비호하는 청와대와 친박은 재앙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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