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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Shot Drama 단막극

단막극 7 위대한 계춘빈-조각난 사랑 맞추기

by 자이미 2010.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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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 일곱 번째 이야기는 위대한 게츠비를 패러디한 <위대한 계춘빈>이었습니다. 미술치료사 남자와 유치원 교사 여자가 벌이는 사랑에 대한 담론들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주었지요. 그녀가 왜 위대한지 알게 해주는 이 드라마는 조각나 있는 사랑을 맞춰가는 퍼즐이었습니다.

위대한 계춘빈은 사랑 퍼즐 전문가




미술심리치료사인 왕기남은 그렇게 실력이 좋은 인물이 아닙니다. 월세는 밀려 주인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치료 중임에도 불구하고 요구하기도 합니다. 간호사는 기남이를 압도하는 날라리이고 자기 멋대로 행동하기만 합니다. 그런 그에게는 9년 동안 일편단심 사랑하는 여인이 있지요. 헤어졌다 만났다를 반복하는 그들은 사랑은 하지만 위태로운 사랑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유부녀인 그녀는 두 집 살림을 하며 기남을 길들여 나가고 있습니다. 헤어지겠다는 기남의 말은 상관없이 물질과 정신으로 지배하고 있는 그녀에게 기남은 그저 또 다른 사랑의 조각일 뿐입니다.
너무 없는 환자를 늘려보기 위한 왕기남의 노력은 마을버스 광고로 이어지지만 많은 이들은 계춘빈이가 좋아하는 남자로만 불리 웁니다. 이유는 광고지에 계춘빈이 왕기남을 사랑한다고 적어 놨기 때문이지요. 유치원 아이들이 낙서를 하는 것을 보고 범인을 찾으러 간 기춘은 유치원생이 아닌 교사가 범인임을 알고는 당황해 합니다.

그렇게 기남과 춘빈은 만나게 되었죠. 춘빈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꾸준하게 기남을 좋아했지만 정작 기남은 춘빈이 누구인지도 알지 못합니다. 그렇게 그들의 말도 안 되는 사랑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단막극의 재미를 흥미롭게 만들어준 작품이었죠. 기본적으로 코믹을 전면에 깔고 사랑이라는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등장인물들의 상황과 사물을 통해 보여주는 방식은 단막이기에 가능한 즐거움이었습니다. 낙서를 좋아하는 춘빈은 잠시라도 짬이 나면 모든 글씨를 변형시키는 습관이 있습니다.

'가가 거가 되고 나가 너가 되는 상황'들을 유희하듯 즐기는 춘빈의 모습을 가장 효과적이고 재미있게 다룬 장면은 아무 이 부분인 듯하지요. 기남이 춘빈이 자신을 좋아하고 있음을 알게 되어 그녀를 카페에서 만나는 장면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자신만 빼고 온 동네 사람들이 다 아는 상황이 당황스럽기도 하고 좋기도 한 그가 그녀를 만나 왜 자신을 좋아하냐는 질문을 합니다.

그렇게 이어지는 관계는 당연히 춘빈이 기남을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사랑을 갈구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 그에게 춘빈은 너무 이상한 여자였습니다. 사랑은 하지만 궁금한 것이 없는 춘빈은 너무나 쿨 하기만 합니다. 자신이 짝사랑하고 있음이 사실이고 기남에게 여자가 있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오히려 춘빈은 너무 평온한데 자신만 들떠있는 기남의 모습과 여전히 낙서 삼매경에 빠져 있는 그녀의 모습과 함께 카페에서 흘러나오던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 되는..."이라는 노래는 피디가 의도적으로 설치한 설정이자 주제였지요.

사랑이라는 본질은 그 어떤 행위를 통해 혼란스럽게 만든다고 한들 변할 수 없는 것임을 이야기하고자 했습니다. 기남의 오랜 연인은 기남이 어둠 공포증을 앓고 있는 것을 알고 의도적으로 그를 혼란 속에 던져 놓은 채 구원하는 역할로 사랑을 속박하는 존재일 뿐이었습니다.

기남이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었던 이유는 바로 그런 왜곡된 사랑을 진정한 사랑으로 착각했기 때문이지요. 그런 그들과는 달리 너무 순수해 바보 같기만 한 춘빈의 모습을 기남은 퇴행에 망상, 감정이상까지 가진 정신분열증 환자라고 생각합니다.

춘빈은 퇴행이 아닌 순수함을 잃지 않았을 뿐이고 망상이 아닌 창조를 사랑했습니다. 감정이상이 아닌 감정을 잘 다스리는 차분한 성격이었을 뿐이지요. 순수함을 잃어버린 채 사랑이라는 허울 속에 갇혀 있었던 다른 모든 이들에게 춘빈은 이상한 여자일 뿐이었습니다.

병아리를 파는 장사꾼을 식초 탄 물총으로 쏘는 아이로 인해 경찰서까지 다닌 춘빈은 미술치료를 받으러 갑니다. 아이의 병아리 그림을 설명하는 기남에게 춘빈은 이야기합니다. 그림이 "너무 정상 아니에요?" 어떤 시각을 가지고 사물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세상이 달라질 수 있음을 잘 표현해준 장면이었죠.

그림 치료를 받는 아이보다는 도화지 전체에 빨간색을 칠하는 춘빈이 더욱 염려스러운 기남은 그녀가 공공기물에 낙서를 하는 범인으로 지목되자 오히려 그녀를 두둔하고 나섭니다. 그녀를 알면 알수록 순수함을 지닌 존재임을 알기에 그녀가 타인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할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정말 정신분열에 걸린 환자의 그림이라고만 생각했던 그 그림들을 퍼즐 조각 맞추듯이 맞추니 하트 모양임을 알고 기남은 진정한 사랑이라는 게 무엇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사랑이라는 허울 속에 안주하고 스스로를 그 안에 가두기만 했던 그는 춘빈을 통해 진정한 사랑을 배우게 되었죠.

자신에게 사랑 고백을 하는 남자에게 물총을 쏘며 "좋아해가 얼마나 무서운 단어인지 알겠지"라고 되 뇌이던 아이는 병아리를 사러 갑니다. "이 병아리가 죽으면 어떻게 하지요?", "그럼 다시 사서 기르면 되지"라는 장사꾼의 말에 웃는 아이는 병아를 받아들임으로서 사랑도 받아들이게 됩니다.

너무 바쁜 부모 때문에 애정 없이 살아야만 했던 아이가 조금씩 관계를 해복해 가는 과정은 기남과 춘빈의 성장 과정도 동일한 형식으로 배치함으로서 마지막 장면을 통해 드라마의 주제를 완결하는 형식은 즐겁게 다가왔습니다.


병아리 장수로 등장한 김병만의 코믹함도 정겨웠고 아역배우인 안서현의 연기는 최근 아역배우들의 농익은 연기의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연기였습니다. 비록 하트 그림이 과거 일본에서 유행했던 광고를 그대로 차용했던 것은 아쉬움으로 남네요.

자폐증 어린이가 도화지에 검은 색칠만 하는 모습이 끊임없이 보여 지자 부모와 주변 사람들은 걱정합니다. 하지만 그 조각들을 맞춰보자 고래였다는 설정은 당시 많은 이들을 감동으로 몰아넣었던 대단한 반전을 가진 광고였었지요. 그런 모티브를 그대로 차용해 <위대한 계춘빈>의 극적인 장면을 만들어 냈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다가오네요.

진실이 왜곡된 세상에서 진실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을 웃음과 감동으로 버물린 이 작품은 단편이 가지는 힘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정경호와 정유미의 엉뚱하지만 매력적인 연기 또한 단막극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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