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드라마가 사라진 시대, 배드민턴을 앞세운 청소년 드라마가 등장했다.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로 큰 사랑을 받았던 정보훈 작가의 신작이다. 첫회부터 <슬기로운 감빵생활> 분위기를 품고 있다는 것도 하나의 장점으로 작동했다.
윤현종(김상경)은 국가대표를 지내기도 했지만, 현재는 생활체육 강사로 근근히 버티며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현종의 아들 해강(탕준상)은 중학교 야구선수다. 뛰어난 운동 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학원 스포츠는 돈이 없으면 할 수 없다.
야구 선수로서 재능은 충분히 증명되었지만, 돈이 없으면 주전으로 활동할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해외 전지훈련 비용을 내지 못하면 경기에 나설 수도 없는 현실 속에서 돈 없는 현종이 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빚보증을 잘못해 돈에 쪼들린 현종은 어쩔 수 없이 이사를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코치직이 나온 상황에서 현종의 선택은 단순해질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아들 해강과 딸 해인을 데리고 땅끝 마을인 해남까지 가게 된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채 아버지와 함께 해남의 한 마을로 이사 오게 된 해강은 당황스럽기만 했다. 여기에 처음 만난 이장 아저씨의 섬뜩한 이야기까지 더해졌다. 시골도 돈이 없으면 살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야기 속에 한 달 60만 원의 난방비가 필요하단 말에 현종은 선택을 후회하기도 했다.
그것도 모자라 집앞에 짐승 발자국을 보고 뭔가 추리를 하던 가족들에게 이장은 곰 발자국이라고 한다. "사람은 물지 않겠죠"라고 묻는 서울에서 온 가족에게 물지는 않고 "쫙쫙 찢는다"고 이야기하는 이장의 말에 기겁하는 것은 작은 강아지만 봐도 두려워하는 해강이 때문이다.
돈이 궁해 해남까지 오기는 했지만, 왔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최소한 4명은 있어야 시합이 나갈 수 있는 배드민턴인데, 학교에 선수가 3명 밖에 없다. 시합에 나가지 못하면 말 그대로 돈이 나오지 않는다. 현종이 해남까지 내려온 이유가 사라진다는 의미다.
그렇게 아이들이 섭외했다는 선수를 만나본 현종은 당황했다. 외국인 아이이지만 어찌되었든 사람 숫자만 채워 넣는 것으로 시합 출전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 큰 난제는 아이들이 제각각 다른 곳에 살아 제대로 된 훈련도 불가능한 상태라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새로 이사 온 집이 합숙소 역할을 하게 되었다. 갑작스러운 아이들의 등장에 해강은 싫은 티를 내지만 이내 친숙해지기 시작한다. 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합숙이 낯설지 않은 탓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아이가 시합 3일을 앞두고 서울로 가버렸다.
다시 선수가 부족한 현종에게 딸 해인은 오빠 해강을 추전한다. 하지만 하지 않을 것을 아는 현종은 난감하고, 이런 상황에서 내기 시합이 결정되었다. 윤담(손상현)과 시합을 해서 단 1점이라도 따면 해강이 야구를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 해강은 배드민턴 시합에 나서야 한다.
왼손잡이 해강은 좀처럼 윤담에게 점수를 내지 못했다. 마지막 1점을 남긴 상황에서 오른손으로 라켓을 바꾼 해강은 윤담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우찬(최현욱)과 용태(김강훈)가 놀랄 정도로 뛰어난 실력으로 팀 에이스와 대결을 하는 모습이었다.
해강은 인정하지 못하는 라인 터치에 대해 아이들은 아웃을 판정했고,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지역 대회에 참석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갑작스럽게 실력을 좋아진 것이 이상한 아이들은 해강이 어떤 존재였는지 알게 되고는 놀랐다.
초등학생 시절 모든 대회를 휩쓸었던 최고의 배드민턴 천재 선수가 바로 해강이었다. 갑작스럽게 배드민턴을 그만두고 야구를 시작했지만, 그 실력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대회에 참석했지만, "나 윤해강이야"를 외치며 담담하게 경기에 나섰지만,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더욱 충격이었던 것은 해강을 압도했던 선수가 현재는 초등학교 6학년, 예비 중학생이라는 사실이다. 자신이 초딩에게 졌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한 해강은 다음 대회에서 반드시 이겨주겠다고 선언했다. 다음 대회를 걱정했던 아이들로서는 다행이었다. 해강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그만두겠다고 했었기 때문이다.
대회에 나서며 해강은 우연인지 필연인지, 청소년 국가대표 에이스인 한세윤(이재인)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하고 말았다. 남자라고 착각하기, 줄넘기로 몸 푸는데 방해하기. 세윤이 가장 싫어하는 두 가지를 모두 해버린 해강은 두렵기까지 했다.
대한민국 여중 최고인 해남제일여중의 코치인 라영자(오나라)는 '라노스'라는 별명이 붙은 무서운 존재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라영자가 사실은 해강의 엄마라는 사실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여자 단식 금메달까지 땄던 인물이기도 하다.
기숙사 문제로 어쩔 수 없이 해강의 집에서 합숙하게 된 여섯 명의 배드민턴 선수들의 성장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시골 마을에 이사와 처음에는 무서웠던 오매 할머니(차미경)와 친해지며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관계로 이어지는 과정도 보기 좋았다.
청정한 드라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감각이 그대로 묻어 나왔다는 점도 반가웠다. 적당한 유머와 함께 아이들의 성장을 통해 어른들도 함께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는단 점에서 근래 보기 드문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소년 드라마가 거의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에서 이들의 도전과 실패, 그리고 성공과 성장을 다루고 있는 드라마는 반갑게 다가온다. 서울 아이가 시골로 전학가 진정한 의미의 우정을 배우고, 그렇게 성장하는 과정을 담아낸다는 점에서도 <라켓소년단>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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