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조작을 거부한 혜준. 그런 혜준을 압박하는 유진과 이를 막아 선 이헌. 중요한 인물들이 한꺼번에 등장한 중요한 장면이었다. 바하마 코리아의 유진과 기재부 이헌과 혜준이 함께 한 이 자리는 결과적으로 대립과 갈등을 벌일 수밖에 없는 인물들이 만났다는 점에서 중요했다.
김호중 경제부총리와 허재 금융위원장의 대립은 격화될 수밖에 없었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은 환율 조작과 관련해 충돌하게 되었다. 나 국장이 개인적으로 유진과 거래해 뒷돈을 받기 위함이었다. 이 과정에서 김 총리를 이헌과 함께 허 위원장을 퇴출 시킬 증거를 잡으려 했다.
문제는 나 국장이 혜준을 선택했다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혜준이 나 국장이 시키는 대로 일을 할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은 결국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이유가 되었으니 말이다. 모두가 자기처럼 승진에 목을 매고 있다는 착각은 그가 국장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하는 이유가 되었으니 말이다.
허재 라인이었던 나 국장의 이런 돌발 행동은 오히려 큰 득으로 다가왔다. 문제가 있는 이들을 쳐내고 제대로 일 할 수 있는 존재들을 만들어냈으니 말이다. 허재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IMF 이후 준비를 해왔던 허재를 쉽게 무너트리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신을 압박하고 공격한 김 총리를 허 위원장은 역공했다. 야당 국회의원에게 정보를 줘 공격하도록 해서 낙마시켰으니 말이다. 업무추진비로 자신의 부동산 컨설팅을 했다는 사실을 트집 잡아 흔들었다. 경제부총리가 사익을 위해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 그것도 부동산 투기를 위해서 그랬다면 용납이 되지 않는다.
경제부총리 정도되면 바하마가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현 상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 다만 이를 모른척 할 뿐이었다. 이를 분개한 허재의 공격은 강력하게 이어졌다. 그가 하고자 하는 한국 경제 바로 세우기는 명분과 목적은 명확하다.
이번 기회에 완전히 바꾸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붕괴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도 있다. 재벌과 정치꾼들, 그리고 자식 승계까지 하는 귀족 노조 등 경제를 좀먹는 세력들을 모두 제거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미래는 없다는 확신을 가진 허 위원장의 도박과 같은 모험은 그래서 위험하다.
대한민국 최대 재벌인 대륙그룹은 허 위원장에게 금융업과 관련한 부탁을 한다. 하지만 허 위원장은 그 자리에서 재벌 개혁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공포했다. 이는 바로 조 과장에게 알려졌다. 대륙그룹에 있는 친구가 연락한 것이다. 이는 조 과장과 술을 마시던 이헌에게 전달되었고, 허 위원장을 찾아가는 이유가 되었다.
이헌이 허 위원장 집을 찾아 술을 연거푸 마시고 속내를 털어놓은 이유는 대륙그룹의 제안을 거절한 이야기 때문이었다. 대한민국 경제를 획기적으로 뿌리 뽑으려는 계획을 가졌다는 허재에게 일종의 가능성을 봤을 듯하다. 과연 허 위원장이 자신이 생각하는 개혁에 맞는 존재인지 확인하기 위해 말이다.
"뭘 한다는 건 뭘 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뭘 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서 아니겠나요"
조 과장에게 이헌이 했던 발언이다. 이를 듣자마자 조 과장은 허 위원장 마인드라며 위험하다고 했다. 가차없기 때문이기 때문이었다. 명확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의지가 중요한 것은 이를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싸울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최소한 이헌과 허 위원장은 이 부분에서 닮았다. 비록 허 위원장은 자신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 부당한 방법을 동원했지만 말이다. 허 위원장은 분명하게 개혁을 원하고 있다. 부당한 방법이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 쓰레기들을 치워버리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악랄한 바하마를 끄집어들여 문제를 해결하려한 허 위원장은 다 계획이 있었다. 허 위원장과 격한 시간을 가진 뒤 이헌은 아버지의 선배였던 곽동연을 찾아간다. 지금은 시골에서 배추장사를 하는 그는 한때 월가를 휘어잡던 엄청난 존재였다. 병이 들어 모든 것을 던지고 고국으로 돌아와 시골에 묻혀 살던 그를 만났다.
위로를 받는 시간이었지만 곽 노인은 이후 이헌에게 중요한 길잡이가 되어줄 수밖에 없다. 월가와 싸워야 하는 이헌에게 곽동연은 싸울 수 있는 무기를 쥐어주는 존재이니 말이다. 허 위원장은 대통령까지 압박했다. 경제와 관련해서는 누구보다 강력한 허 위원장을 대통령이라고 제압할 수는 없었다.
미국의 국채 발행과 관련해 자신이 아니면 힘들 것이라는 읍소. 대륙그룹이 우진조선해양이 사라진 자리에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는 제안도 허 위원장은 이미 알고 있었다. 대륙그룹이 자기 사람인 국회의원을 앞세워 제안을 하고 이를 근거로 은행을 가지겠다는 의도였다.
허 위원장은 차기 경제부총리가 되었다. 국회 의결이 남았지만,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지명했다는 점에서 허재는 금융위원장이 아닌 이제 경제부총리다. 대한민국 경제의 밑그림을 다시 그리고 모든 것을 뜯어 고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는 의미다.
기재부를 찾은 허 위원장은 국제금융국을 키우겠다는 말과 함께 이헌을 국제금융국 국장으로 임명했다. 나 국장을 밀어내고, 이헌을 새로운 국장으로 삼았다는 것은 두 사람이 하나가 되었다는 의미다. 극의 흐름상 두 사람이 어떤 말들을 주고 받았는지 나오지는 않았다.
허 위원장을 만나고 나온 이헌이 "아버지"를 언급한 것은 현재와 같은 상황을 만든 것이 바로 최고 경제학자였던 아버지 탓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버지가 사망 직전 작성하던 편지의 주인공인 곽동연을 찾아간 이유이기도 했다. 이후 이헌은 허 위원장을 만났을 가능성이 높다. 확신을 가진 허 위원장은 그렇게 대통령을 만나 읍소해 경제부총리가 되었다.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헌은 한국 경제 자체를 뜯어고치겠다는 허 위원장을 손을 잡았다. 이헌이 하고자 하는 길을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혜준이었다. 그는 지엽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허 위원장이 벌인 과격한 행동들에 대한 정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믿고 있다.
고인이 된 서양우 본부장에게 BIS 비율을 조작하라고 지시한 이가 바로 허 위원장이었다. 녹취 파일까지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헌은 자신을 배신했다. 허 위원장을 쳐내야 하는 이헌이 오히려 그의 최측근이 되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 증거를 가지고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착각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정반대 성향의 둘이 적과의 동침을 하듯 하나가 되었다. 바하마 유진은 혜준에게서 어머니를 봤다. 그의 이 감정이 이후 어떤 변수를 만들어낼지 알 수가 없다. 대한민국 입장에서 악마와 같은 바하마의 유진과 혜준은 손을 잡을까? 같은 목표를 가진 허재와 이헌은 손을 잡았다.
바하마 유진을 컨트롤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허재는 그래서 그를 불렀다. 하지만 핸들링이 쉬울 수는 없다. 경제부총리가 된 후 정면 승부를 가질 수밖에 없는 이들의 대립은 더욱 심화되고 확장되기 시작했다. 한 배를 탔던 혜준은 이헌을 공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으니 말이다.
올곧은 혜준을 흔들게 될 고모부의 사기 행각은 결정적 순간 발목을 잡는 이유가 될 수밖에 없다. 고모 집안이 등장하는 것이 사족처럼 다가온 상황에서 고모부의 사기는 어떤 식으로 극의 흐름을 바꿀지도 궁금해진다. 진짜 머니 게임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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