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추석을 맞아 특별한 특집을 마련했다. 이제는 사라져버린 <주말의 명화>를 위한 더빙을 하는 과정이 담겨져 있다고 한다. 이제는 유물처럼 취급되는 <주말의 명화>와 더빙이라는 단어들은 추억을 새록새록 돋게 만드는 것들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가장 추석다운 특집으로 자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도판 비긴 어게인;
명화에 소리를 입혀라, 사라져가는 더빙과 함께 하는 무도의 새로운 도전
<주말의 명화>와 더빙. 과거의 추억.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보던 과거에 대한 추억 되살리기에는 가장 적합한 재료들이다. 인터넷도 없고 지금처럼 풍성함이 덜했던 시절 작은 TV 앞에 가족들이 모여 매주 방송되는 영화를 보는 것은 큰 낙이었다. 볼거리는 충분하지 않았던 과거의 추억은 그렇게 함께 하는데 큰 의미가 있었다.
지금처럼 개인화되지 않고 가족단위로 모든 것들이 채워져 있던 과거 TV 외화들은 모두 더빙으로 진행되었다. <X-파일>이나 <브이>, <A 특공대>등 지금은 기억에서도 가물가물 할 수 있는 미드들은 뛰어난 더빙으로 인해 더욱 흥미롭게 극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왔다.
더빙의 장점은 분명 존재한다. 원어민 수준으로 모든 것을 이해하는 이들에게 더빙은 무의미하지만 여전히 외국어가 낯선 이들에게 더빙은 내용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미국이나 이탈리아 등 많은 국가에서는 여전히 외국어는 더빙으로 소화하는 게 일상이다. 자막을 통해 영화를 보는 방식이 아닌 더빙은 그만큼 관람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에 몰입하는 것도 좋지만 배우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듣고 싶어 하는 이들도 있다. 그들에게는 자막은 불편하기는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들의 목소리까지 온전하게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다. 이런 논란은 최근에도 벌어지기도 했었다. 영국 드라마인 <셜록>이 방송되던 시점 더빙 판을 비난하며 주인공인 베네딕 컴버배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 논란은 성우들의 분노를 불러왔다. 그들의 생업인 더빙이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상황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꾸준하게 더빙하는 횟수는 줄어들고 성우들의 일들 자체도 적어지는 상황에서 컴버배치 논란은 그렇게 대한민국에 더빙이 점점 저물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되었다.
스마트 폰이 다양함을 갖추기 시작하면서 문화는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과학이 사람을 바꾸는 것인지 사람의 변화에 과학이 충실하게 따르는 것인지 모호하기는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1인 가족들이 늘어나면서 매체의 변화는 새로운 문화의 흐름과 같이 할 수밖에 없었다.
전통적인 매체인 TV 역시 급격한 변화의 시기다. 지상파가 대세였던 시절은 이제 과거의 이야기가 되었다. 케이블이 일상이 되면서 많은 수의 시청자들은 지상파의 전파를 받는 방식이 아닌 수백 개의 채널을 가진 케이블로 TV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게 다양해진 채널은 풍족함을 넘어 과함을 선사했다.
하루 24시간 언제나 자신이 원한다면 필요한 것들을 볼 수 있는 IPTV까지 자리를 잡으며 이제는 과거의 결핍이 주는 간절함은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뭔가 부족해 더욱 간절했던 그 시절이 지나고 너무 풍족해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수많은 것들이 산재한 현실은 풍부함의 역설을 만끽하게 해주고 있다.
더빙과 <주말의 명화>는 그 부족했던 시절을 상징하는 하나의 기호다. 그 기호가 만들어내는 것은 추억이고 기억이다. 그런 점에서 <무한도전>의 선택은 현명함을 넘어 영특해 보일 정도다. TV와 케이블을 넘어 이제는 모바일로 집중되고 모두가 그곳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서 <무한도전>은 역발상을 통해 과거의 결핍했던 시절의 풍부했던 감성을 이야기하려 한다.
요즘 세대에서는 '더빙'은 낯선 문화로 다가올 뿐이다.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 혹은 그 이상의 시대 영화와 변사는 빼놓을 수 없는 궁합이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세대가 흐르며 '변사'라는 직업은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변사가 시대의 흐름에 사라지듯 성우들 역시 그런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위기의식과 달리, 다양한 곳에서 성우들은 필요하고 열심히 활동 중인 것도 사실이다. 우리에게 변사와 같은 유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은 '더빙'이라는 분야일 것이다.
명절이나 되어야 영화들이 집중 편성되어 방송이 될 뿐 평소에는 영화가 방송을 통해 보여 지는 것은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과거 지상파 방송에서 경쟁적으로 방송하던 <주말의 명화>는 이제는 사라진지 오래다. 영화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되었고, 시청률 경쟁이 치열한 방송사들 역시 더는 영화가 필요 없는 시대가 되었다.
많은 부족했던 시절 더욱 간절하고 행복했던 우리의 모습은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곳이 되었다. 풍성하지만 그래서 더 가난하고 힘겨워진 우리의 현실을 생각해보면 결핍이 일상이었던 그 시절이 더욱 행복했음을 떠 올리게 된다는 점에서 서럽기까지 하다. 풍요 속 빈곤이 극대화된 우리 시대의 아픔을 명확하게 집어낸 <무한도전>의 선택은 그래서 흥미롭기만 하다.
지상파에서 당연하게 편성되었던 영화가 사라지며 성우들이 만들어가는 '더빙' 역시 설 자리를 잃고 말았다. 이제는 아이들을 위한 만화 더빙이 유일한 자리가 되었지만 그 마저도 유명 스타들을 위한 자리로 변한 게 사실이다. 라디오 극장을 하는 성우들의 이야기를 담았던 일본 영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가 연상되기도 하는 <무한도전 추석특집>은 추석을 맞은 우리에게 그 아련한 기억을 되살리며 추억을 추억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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