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남궁민과 민아의 환상 조합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미녀 공심이>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 코믹한 부분들은 잘 다루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갈등 구조를 조금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작가의 한계는 결국 산으로 올라가는 <미녀 공심이>로 흘러가게 만들고 있다.
남궁민 작품 복 없다;
한없이 지루해지는 갈등 구조, 답은 나와 있는데 해결을 못하는 한심한 전개
단태와 공심이의 사랑은 점점 깊어지기 시작한다. 모든 것을 끝내고 공심이에게 고백하려 했던 단태는 점점 멀어지는 현실 속에서 일단, 공심이부터 붙잡기로 결정한 것처럼 보인다. 판이 모두 짜여 진 상황에서 갈등이 깊어지는 것까지는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한없이 늘어지는 이야기는 분명한 한계로 다가온다.
20부작으로 준비된 <미녀 공심이>는 분명한 잘못이다. 최대치가 16부작일 수밖에 없는 이야기의 구조는 억지로 4회 분량을 더 채워야 한다는 점에서 작가가 힘겨워하고 있음이 이야기 속에 그대로 들어가 있다. 늘어질 대로 늘어진 이야기 속에 한없이 정신 못 차리는 준수의 한심한 행동은 결과적으로 캐릭터마저 무너트리고 있다.
단태가 어린 시절 납치당했던 준표라는 사실은 초반부터 이미 알 수 있는 설정이었다. 다만 극의 흐름상 뒤늦게 알게 되기는 하지만 그렇게 알고 난 후에도 이미 몇 주 동안 그 자리에서 맴돌기만 하는 이야기는 당연하게도 지루해질 수밖에는 없다.
알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준표의 정체를 다만 알아야 할 범인들만 모르고 있다는 설정은 답답해질 수밖에 없다. 정교한 상황 전개를 통해 긴장감이 부여되어야만 하는 상황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을 정도다. 흥미로운 상황을 만들지 못하고 뒷북치듯 어설픈 이야기의 흐름은 지루함을 배가시킬 수밖에 없다.
전반적으로 힘이 떨어지다 보니 캐릭터들의 매력 역시 사라져가는 것은 당연하다. 매력적이었던 공심이는 그저 단태의 사랑만 갈구하는 한심한 존재로 전락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어느 시점에는 그런 모양새를 취하기도 하지만 극중 드러난 공심이의 모습은 매력적일 수는 없다.
둘만의 데이트를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함께 한 여행에서 맹장이 터진 상황에서도 버티다 병원에 실려 간다는 설정은 참 고루하다. 이 과정을 통해 단태가 보다 공심이에 대한 사랑이 깊어진다는 작가의 설정은 참 지루할 뿐이다. 상상력의 한계는 결국 가져다 쓸 수 있는 설정을 모두 챙기는 모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준수라는 캐릭터 역시 한없이 망가져가는 과정이 답답하다. 준표를 납치한 것은 자신의 외삼촌이고 동조한 것이 엄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식으로서 그런 사실을 알고 난 후 할 수 있는 대처라는 것이 많지 않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엄마를 도울 수는 있지만 스스로 범죄자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이고, 흐름상 당연한 것인지는 의아하다.
외삼촌이 모든 죄를 저질렀다고 고백까지 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고루한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준수는 실패한 캐릭터다. 그저 외삼촌의 범죄를 뒤에서 확인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더는 능동적으로 상황을 이끌지 못하는 그는 그저 작가의 한심한 늘어지는 이야기의 희생양으로 전락한 느낌이다.
오해 아닌 오해를 만들어내는 단태 아버지 살인미수 상황에서 드러난 어설픈 상황극은 참 답이 없어 보인다. 작가는 어느새 편한 뭔가를 찾기에 열심이다. 스스로 상황을 만들고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주어진 20회를 채우기 위해 어설픈 설정을 만들고 풀어내려 하는 과정이 시청자들에게 분노를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작가가 편해질수록 시청자들은 불편해진다는 사실을 <미녀 공심이> 작가는 알아야 할 것이다.
오해는 깊어지고 준수가 회사를 나와 자신의 회사를 차린 곳에 공심이가 면접을 보고 합격한다는 설정도 한심하다. 여기에 공미까지 가세하게 만들어 마지막 반전을 위한 동력을 만들려는 작가의 민망할 정도로 부끄러운 설정은 초반 흥미마저 반감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들을 보면 남궁민은 참 작품 복이 없다. 최악의 사이코패스 악당으로 분전한 <리멤버-아들의 전쟁>에서도 막장 중의 막장 이야기 속에서도 남규만이라는 사이코패스 연기로 홀로 살아남았다는 점에서 남궁민의 존재감은 탁월했다. 전작과는 전혀 다른 안단태 역할로 그동안 보여준 적 없었던 색다른 모습으로 등장한 남궁민은 분명 빛났다.
민아와 남궁민의 조합이 최고였던 초반과 달리, 작가의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나기 시작한 중반 이후부터 남궁민 홀로 분전하는 상황은 전작과 유사해진다. 더는 기댈 곳이 없는 드라마에서 그나마 남궁민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한다는 사실이 <미녀 공심이>의 한계다. 아직도 4회 분량이 남았다는 점에서 결국 작가는 오직 남궁민에게 기생하는 방식 외에는 답을 찾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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