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의 복귀작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뱀파이어 탐정>은 시간이 흘러도 흥미로운 전개를 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는 존재하지 않는 탐정이라는 소재를 차용하기는 했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준과 오정세, 이세영이라는 매력적인 배우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드라마의 한계는 명확하다.
매력없던 이청아의 등장;
강렬한 존재감 부족했던 요나의 등장, 긴장감마저 떨어진 뱀파이어들의 대결
매 회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은 여느 장르 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 진짜 적을 향해 나아가는 형식 역시 동일하다. 그런 점에서 핵심은 각각의 사건이 주는 재미가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모델의 연이은 죽음. 그리고 주범으로 잡힌 사진기사, 그 사진기사의 집에 남겨진 눈이 먼 여동생. 그리고 모델들이 죽기 전 남긴 다잉 메시지까지 모든 것이 흥미로운 요소가 될 수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재미가 없다. 뱀파이어를 다루는 드라마치고 이야기의 구성이나 밀도에서 떨어지는 <뱀파이어 탐정>이 가지는 한계는 매 회 분명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문제다.
한겨울의 오빠가 죽기 전 죽어가던 윤산에게 주사를 했다. 그 주사기 안에는 변종된 뱀파이어 피가 존재한다. 햇살을 볼 수 없는 뱀파이어의 한계를 벗어나 영원한 삶을 이어갈 수 있는 피를 만든 겨울의 오빠는 여자 친구의 죽음과 함께 스스로 모든 것을 포기했다. 동생을 살려준 윤산을 살려 여동생을 안전하게 하겠다는 의지가 만든 결과였다.
윤산은 그렇게 뱀파이어가 되었다. 아직 자신이 명확한 뱀파이어라는 인식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조금씩 자신을 알아가기 시작한다. 윤산의 선배이자 그를 돕는 용규형은 그가 달라졌음을 안다. 죽어야만 하는 상처 속에서도 그는 언제나 살아난다. 상처도 없다. 그리고 닥터황을 통해 산이의 피가 기존에 볼 수 없는 피라는 말도 들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경험한 구형은 산이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존재가 되었다고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다. 겨울이 오빠의 이상행동을 추적하다 찍은 사진 속에 등장한 여인. 태양 펜던트를 한 여자는 산이가 여전히 잊지 못하는 연인 유진이다. 자신을 총으로 쏘고 가다 차량 폭발로 친구인 태우와 사라진 그녀가 혹시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 사진 하나로 시작된 산이의 행동은 그가 뱀파이어가 되는 이유가 되었다. 그가 뱀파이어가 되어 찾아다니던 연인은 뱀파이어인 요나를 추적하고 있다. 그렇게 복잡하게 얽힌 상황들은 결국 '뱀파이어vs뱀파이어'의 대결 구도를 만들어가고 있다. <뱀파이어 검사>가 그랬듯 탐정 역시 그 기존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형국이다.
모델들의 죽음을 추적하다 만난 눈이 먼 여인. 그 묘한 분위기 속으로 빠져든 탐정 사무소 사람들은 그 빈집에서 누구에게도 공개되지 않은 비밀의 방과 마주한다. 사진을 찍는 문경호가 가지고 있는 이 비밀의 장소에는 여성의 다리에만 집착한 사진이 가득하다. 그곳에서 가지고 나온 카메라는 중요한 다서가 된다.
메모리 카드에 담긴 사진은 요나의 본 모습이 담긴 것이었다. 문경호가 찍은 사진이 아니라 죽었다고 알려진 유진이 찍어 은밀하게 숨긴 증거였다. 그 사진을 통해 요나가 어떤 인물인지를 명확하게 알게 된다. 하지만 산이는 이미 시체에 있는 구멍을 확인한 후 범인이 뱀파이어 일 것이라는 확신을 한다.
요나는 의도적으로 산이에게 전화해 사건을 의뢰했다. 그 이유가 명확하지가 않다. 자신의 증거가 남겨진 메모리 카드를 찾기 위함인지 아니면 그저 장난인지 알 수가 없는 그 행동은 그저 한심함으로 다가온다. 여기에 눈 먼 요나를 피한다며 몰래 비밀의 방에서 나와 도망치는 과정에서는 완전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눈이 먼 이들이라면 다른 감각이 뛰어나다. 그런 그녀가 눈 앞에 있는 사람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 자체가 당혹스럽다. 물론 요나는 눈이 먼 것도 아니고 의도적으로 그들의 행동을 두고 봤다는 점에서 특별하지 않지만, 그 풀어가는 과정이 문제라는 것이다.
시청자들을 속이고, 드라마에 몰입하게 하기 위해서는 그럴 듯한 이야기 구조를 갖춰야 한다. 하지만 <뱀파이어 탐정>에는 새로움도 없지만, 그럴 듯한 흥미로운 과정도 삭제되어 있다. 어떻게 이 정도의 시나리오가 통과되고 드라마로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의아할 정도로 한심하다.
<피리 부는 사나이>와 <뱀파이어 탐정>을 통해 장르 드라마의 가능성을 더욱 확장시켜줄 것이라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시그널>을 통해 한껏 올려놓은 눈높이는 이미 무너진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능력이 왜 중요한지는 이들 드라마를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새롭지 않고 어디선가 본 듯한 내용들의 짜깁기를 가지고 현재의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기는 힘들다. 가장 중요한 인물일 수밖에 없는 요나가 등장했음에도 긴장감이란 존재하지 않는 <뱀파이어 탐정>으로서는 아쉽기만 하다. 요나의 등장은 극적인 상황이 되어야 하고 본격적인 이야기를 풀어가는 열쇠로 작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준은 역시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번 드라마는 잘못 고른 자신의 탓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오정세나 이세영 역시 그들을 아쉽게 만드는 작가와 감독의 한계로 인해 아쉬움만 남기고 있다. 여전히 국내에서 장르 드라마가 자리를 잡기가 힘들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이 두 장르 드라마가 증명하고 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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