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중년들의 여행기를 담은 예능 프로그램인 <불타는 청춘>이 이렇게 장수할 것이라 본 이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벌써 5년째 방송이 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프로그램은 성공했다. 중년 스타들이 나오는 여행이 과연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이유도 그래서 흥미롭다.
벌써 5년째 장수 중인 '불청'은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가수들이 유독 많은 그들에게 콘서트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준비한 '불청 콘서트'는 공연 날 2천 석이 넘는 자리를 가득 채웠다. 스타들과 함께 열광했던 관객들이 이 콘서트는 일상의 공연이 아니다.
관객들에게 무대에 서는 스타들은 자신의 청춘과 같다. 이제는 불태울 청춘은 없을지 모르지만 여전히 불타는 청춘이고자 하는 중년들의 삶은 그렇게 동일시된다. 여전히 대한민국을 이끄는 중심은 40~50대다. 그들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대를 연 청년들이었고, 이제는 현재의 대한민국을 이끄는 중추 역할을 한다.
8, 90년대 대한민국은 급격한 변화의 시기였다. 정치적인 변화만이 아니라 문화적인 변화 역시 급격하게 이어진 시대다.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이 '불청'의 멤버들이고, 시청자다. 그런 점에서 이 프로그램이 장수할 수 있는 이유를 엿볼 수 있기도 하다.
가장 급격하게 변한 시점을 살아왔던 그들은 여전히 사회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과거 세대가 누리지 못한 부와 문화를 누린 첫 세대이기도 하다. 이런 그들과 달리, 현재의 청년 세대는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꿈과 욕망도 제어된 세대들에게 문화는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기도 하다.
신효범, 양수경, 김혜림, 김완선, 강수지, 김도균, 김부용, 구본승, 임재욱, 이재영, 최재훈, 장호일, 이하늘 등 그동안 불청에 자주 출연했던 이들이 무대에 오른 '불타는 청춘 콘서트'는 그 자체로 대단한 라인업이 아닐 수 없다. 평균 20년이 넘는 가수들이 무대에 한꺼번에 오르는 일도 쉬운 것은 아니니 말이다.
소박하게 시작해 거대한 프로젝트가 되었던 이들의 공연은 어쩌면 그들에게나 그들을 보고 싶은 팬들에게는 간절했을지도 모른다. 여전히 무대에 서는 가수들도 있지만, 이제는 설 무대가 없어서 설 수 없는 이들도 많다. 자의반 타의 반 무대를 떠나야만 했던 그들과 그들의 노래를 여전히 잊지 못하는 팬들에게 이 공연은 최고일 수밖에 없었다.
양수경을 시작으로 '불청 콘서트'는 화려하게 시작되었다. 여전히 매력적이 음색을 가진 가수들이 제대로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다가올 정도다. 여전히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그들에게 공감하고 흥분하는 것 역시 당연한 일처럼 다가왔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다 어느 날 사라진 가수 김혜림은 어머니 병간호를 위해 무대를 버렸다. 그렇게 속절없이 지나가버린 시간 속에서 가수로서 무대에 서는 것은 꿈과 같은 일이었다. 어쩌면 김혜림에게 이 무대는 그래서 더욱 간절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그녀의 대표곡을 작곡가인 김형석의 반주로 관객들과 함께 부르는 모습은 감동이었다.
합창하며 우는 관객들의 모습 속에서 여전히 그들은 스타일 뿐이었다.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무대를 버려야 했던 김부용에게 이번 콘서트는 자신이 공식적으로 은퇴하는 자리가 되기도 했다. 무대에 서는 것조차 두려웠던 그의 무대는 친구 권민중으로 인해 더욱 화려해졌다.
27년 만에 무대에 함께 오른 015B 장호일과 김현중의 무대 역시 압도적이었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세련된 음악임을 깨닫게 하는 015B는 레전드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이 노래들이 20~30년 전 노래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니 말이다.
오늘 방송의 하이라이트는 김광규가 프레디 머큐리로 변신한 과정이었다. 배우 생활을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가수로 무대에 서보는 것이 꿈이었던 김광규. 그는 '불청'을 하면서 가수의 꿈은 이뤘다. 트로트 가수로 데뷔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런 그에게 '불청 콘서트'는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게 하는 최고의 자리였다.
처음에는 모두가 웃었지만 도전을 통해 멋진 무대를 만든 광큐리의 열정은 <불타는 청춘>의 5년과 동급이었다. 누구도 <불타는 청춘>이 이렇게 오랜 시간 방송이 될 것이라 예측하지 못했다. 1주년을 맞이하며 감격할 정도로 그들에게 한 회 한 회는 특별한 의미였기 때문이다.
기성 가수에 비해 부족함은 있지만 노력으로 이를 상쇄하고 무대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인 광큐리. 그리고 015B와 백두산이 한 무대에 서서 공연을 하는 진귀한 장면을 보는 것도 '불청 콘서트'만의 매력이었다. '내시경 밴드'가 지속되기는 어렵겠지만 최소한 '불청'에서는 영원할 것이다.
대단할 것 없어 보이지만 그들이 살아온 역사를 증명하듯 콘서트는 깊이를 부여했다. 누군가에게는 잊힌 가수일지 모르지만 그들은 여전히 뛰어난 가수였다. 그 무대에 오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베테랑임에도 직전 떨리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진한 감동이 전해지는 것 역시 당연했다. 그게 바로 <불타는 청춘>이 장수할 수 있는 힘이자 원동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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