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 후 첫 작품으로 선택한 김수현의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첫방부터 대작의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 소시오패스 동화 작가와 정신병원 보호사의 기괴한 사랑 이야기는 처음부터 흥미롭게 이어졌다. 두 사람의 공통점이라면 정신과 관련이 있다는 점일 것이다.
첫 회부터 등장했지만 강태(김수현)와 문영(서예지)은 초등학교 시절 알던 사이다.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끌림으로 인해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유명한 동화 작가인 문영에게 강태는 자신의 작품을 쓰게 만드는 동력이기도 하다.
정신과 병원 간호사인 주리(박규영)는 문영과는 동창이었고, 강태와는 동향이었다. 서울에 있는 정신병원에서 1년간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주리는 강태를 짝사랑하고 있다. 주리가 문영을 만나기 위해 1박 2일 동안 서울을 찾은 것은 아니다. 주리의 목적은 강태였다.
강태는 자폐를 앓고 있는 형 상태(오정세)가 있다. 7살 터울인 형은 동생이 아니면 홀로 살아갈 수 없다. 강태에게 형 상태는 어쩌면 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나 형 앞에서는 웃는 강태는 그렇게 형을 위해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봄만 되면 나비가 나오는 악몽을 꾸는 형으로 인해 강태는 1년 이상 근무를 하지도 못한다. 그렇게 떠돌이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강태에게 친구가 존재하기는 어렵다. 깊이 사귈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하는 강태에게는 친구 하나가 있다.
음식점을 하는 재수(강기둥)는 강태의 유일한 친구다. 형과 함께 전국을 떠돌던 청소년 시절부터 친구였던 재수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내줘도 좋을 정도로 강태를 좋아한다. 누구 하나 의지할 수 없는 강태에게 재수는 유일한 친구이자 가족이기도 하다.
유명한 동화 작가인 문영은 감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순간 그런 것이 아니라, 감정이 없이 태어났다. 엄마인 추리작가는 사라졌고, 아버지는 치매를 앓고 있다. 유명한 건축가였던 아버지를 죽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문영에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괜찮은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후 한번도 찾아가지 않았던 것은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이다. 외동딸이 두렵기만 했던 아버지는 문영을 죽이려 했다. 괴물이라 생각한 딸을 죽이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이라는 생각에 아버지 대환은 가장 사랑했던 딸의 목을 졸랐다.
문영에게 세상은 이상하기만 하다. 감정에 휩쓸려 망가지는 이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 차가운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문영에게 사랑이라는 감정 역시 존재할 수는 없다. 그런 문영이 처음 경험하는 감정의 세계에 빠져들게 되었다.
강태가 근무하던 병원의 아동 병실의 아이들을 위해 동화 작가가 초대되었다. 그렇게 낭독회를 하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소란이 벌어졌다. 자신의 딸과 함께 자살하려다 실려온 남성이 병실에서 탈출했기 때문이다. 위험한 존재가 사라지자 병원은 낭독회를 중단시켰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탈출한 환자는 딸을 데리고 창고로 숨어들어갔고, 이를 목격한 문영이 뒤쫓았다. 자신이 정신병원에 갇히게 되면 헤어져야 한다며 가족은 헤어지면 안 되니 함께 죽자는 아버지를 보는 문영은 한심하기만 했다.
살 용기도 없어 어린 딸까지 앞세워 죽으려는 자에 대한 조롱이었다. 하지만 문영이 힘으로 성인 남성을 제압할 수는 없다. 자신의 목을 조르는 환자에게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오히려 조롱을 퍼붓는 문영은 정말 사이코패스 인지도 모르겠다.
그 순간 문영은 어린 시절 아버지를 떠올렸다. 어린 자신의 목을 조르며 죽으라고 하던 아버지의 얼굴. 문영은 왜 그런지 알고 있을까? 문영은 그 기억이 트라우마가 되었던 것은 명확하다. 그렇기에 아픈 아버지를 죽은 사람 취급하고, 딸을 죽이려는 아버지를 조롱하는 것이다.
강태가 이 상황에 끼어들며 급변하게 된다. 레스토랑에서 마음에 든다며 가져온 칼을 휘두르는 문영과 이를 손으로 막은 강태. 환자는 강태가 제압한 후 다른 보호사들에게 끌려가고, 남겨진 두 사람. 피를 흘리는 강태와 손수건으로 상처를 묶어주는 문영이다.
이 사건으로 시끄러워진 병원은 희생양으로 강태를 지목했다.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옮겨다니는 강태를 손쉽게 해고할 수 있는 존재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강태 역시 어차피 형의 악몽으로 인해 더는 다닐 수 없기 때문에 퇴직금을 받고 병원을 나섰다.
문영이 병원 사람에게 상처를 입혔다는 소식에 출판사 대표인 상인(김주헌)은 안절부절할 수밖에 없다. 회사를 먹여 살리는 문영이 송사에 휘말리게 되면 큰일이니 말이다. 강태와 만나기로 한 그날 회사에 먼저 도착한 것은 문영이었다.
다른 일로 회사에 온 문영은 합의를 보기 위해 찾아왔다고 생각한 강태를 보며 조롱했다. 이 남자 역시 돈 받고 합의를 하려는 모양으로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태는 전혀 달랐다. 괴물이라 불리는 문영의 눈을 바라보며 이상한 이야기를 한다.
어린 시절 문영과 같은 눈을 가진 아이를 좋아했다는 강태. 그렇게 그들의 운명적 사랑은 시작되었다. 첫 회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흥미롭게 이어졌다. 동화로 이어져, 동화로 마무리되는 방식 역시 나쁘지 않다. 애니메이션으로 처리된 이야기들은 전체를 아우른다.
환자가 토하는 장면은 매치시키는 과정에서 피디의 재능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교과서적인 편집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탄탄함이 보이는 장면 전환 등은 안정감을 준다. 마음의 상처를 담고 사는 이들의 사랑을 효과적으로 담아내는 제작진들의 노력이 돋보이는 첫 회였다.
김수현은 복귀작을 잘 선택했다. 그리고 우려가 되기도 했던 서예지는 의외로 고문영과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고 있다. 자폐 환자 연기를 완벽하게 해내고 있는 오정세의 연기는 역시 믿고 볼 수 있다. 좋은 시나리오와 감각적인 연출, 그리고 완벽한 연기까지 더해진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분명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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