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과하긴 했지만 국회의원 아들 권기도의 행동은 강태의 상황을 바라보게 만드는 반면교사 역할을 해주었다. 최고학부를 나온 다른 가족들과 달리, 모자란 기도는 그렇게 가족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만 달랐다는 이유로 그는 그렇게 낙오자가 되어갔다.
문영은 오직 강태를 보기 위해 강진시로 향했다. 그렇게 외면했던 아버지가 장기 입원해 있는 '괜찮은 정신병원'을 찾은 것은 강태 때문이었다. 원장은 그런 문영에게 문예수업을 부탁했고, 강태를 위해서는 좋은 명분이었다.
떠난 후 더욱 황폐하게 바뀐 문영의 집인 성에 입성한 그를 맞이하는 것은 엄마 유령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엄마는 그렇게 사망 처리가 되었다. 아버지는 자신을 죽이려 목을 조르기까지 했다. 이제는 정신병원에 입원한 아버지는 왜 문영을 죽이려 했을까?
오래간만에 찾은 성같은 집에서 문영을 맞이하는 것은 엄마 유령뿐이었다. 악몽 속에서 그가 찾은 것은 강태였다. 강태가 알려진 나비 모양의 심호흡으로 안정을 찾아가는 문영에게 강태는 유일한 안전판이다. 정신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동화는 잔인한 판타지라고 역설하는 문영.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동화들은 대부분 잔혹 동화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잔혹한 동화를 각색해 아이들을 위한 동화로 포장되었으니 말이다. 백설공주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화 원작은 모두 잔혹 동화일 뿐이다.
3회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위선자'였다. 이는 가족에게 버림받은 기도가 아버지를 향해 퍼붓는 분노이기도 하다. 그리고 문영이 강태의 억압된 본능에 대한 지적이기도 했다. 자신을 숨기고 살아야만 했던 강태에게 문영은 해방구와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노출을 통해 억압된 감정을 풀어내는 기도는 그렇게 정신병원을 탈출했다. 그런 기도와 마주한 문영은 그를 태우고 시내로 향했다. 기도의 아버지인 국회의원의 선거 유세를 하는 현장으로 향하는 문영과 출근 중 연락을 받고 막아선 강태. 하지만 문영은 그렇게 떠나고 강태는 그를 뒤쫓기 시작했다.
선거 유세를 하는 현장에 난입한 기도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아버지가 얼마나 위선적인지를 기자들과 지지자들 앞에서 모두 까발리고 만다. 이 일로 인해 권민수 의원 측의 분노는 극에 달하게 되고, 화풀이 대상은 강태가 된다.
어머니에게 뺨을 맞고도 환하게 웃는 기도. 자신을 때린 어머니를 보며 강도가 세다며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이야기하는 기도는 사랑이 고픈 아이였다. 그런 기도를 보며 강태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항상 아픈 형만 챙기던 엄마. 무슨 일이 벌어져도 항상 혼나는 것은 자신이었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형을 돌보지 못한 죄다. 극단적으로 아픈 형을 도우라고 자신을 낳았다는 말까지 하는 엄마는 죽는 그날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을 따뜻하게 품어준 적이 없다.
잠잘 때마저 형만 바라보는 엄마. 그런 엄마를 뒤에서 옷자락을 잡는 강태는 그렇게 엄마의 사랑이 고팠다. 그 강박은 강태를 평생 힘겹게 만들고 있다. 형은 자신이 책임져야만 하는 대상이다. 그래서 과보호를 하게 되고, 그것이 오히려 서로를 힘겹게 만드는 것임을 아주 조금씩 깨닫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 강태는 문영에게 "나 그냥 너랑 놀까?"라는 말까지 건넨 이유였다. 억압된 자아에서 벗어나 문강태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을 권기도의 행동에서 깨달았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쉽지 않다. 문영을 이용하는 출판사 사장에게 그는 돈벌이 수단이다.
강태가 있는 그대로 문영에게 다가가지 못하도록 만드는 출판사 사장은 문영을 고립시켜야만 한다. 그렇게 착취하듯 글을 뽑아내는 것이 그의 목적이니 말이다. 그런 사장의 셈법을 충분히 알고 이용하는 문영에게 이 관계는 철저한 비즈니스일 뿐이다.
위선자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문영이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스스로 사이코가 되는 것 외에는 없었다. 그런 그 앞에 자신을 지켜줄 유일한 존재가 등장했다. 문영이 강태에게 집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강태에게도 문영은 최적의 존재다.
강태를 짝사랑하는 주리를 그가 거리를 두는 것은 자신과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을 곁에 두지 못하는 강태에게 주리는 너무 인간적이다. 그래서 함부로 마음을 열기가 힘들다. 하지만 문영은 다르다. 자신과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그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느꼈기 때문이다.
사람과 관계가 서툰 그들은 그래서 닮았다. 경계하고 그래서 외면해버리는 그들은 서로가 너무 닮았다. 서로 다른 상처인듯 하지만 그들의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것은 엄마다. 둘 다 그들은 존재하지 않지만 여전히 그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은 함께 하려 한다.
'예뻐서 탐이 나고 가지고 싶다'는 문영의 솔직한 표현을 출판사 사장은 악의적으로 표현했다. 문영에게 당한다는 표현으로 마녀를 만들어버리는 출판사 사장은 그를 그저 돈 버는 기계 정도로 인식할 뿐이었다. 강태 역시 자신이 이용당하고 있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형을 보며 달라졌다.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공룡 인형을 보며 예쁘다 표현하고 탐이 나 바로 사는 형의 모습을 보며 문영의 속마음을 조금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강태는 형 짐을 정리하다 문영의 '좀비 아이'를 잃고 서럽게 울었다.
아직도 아이라며 자신의 동화책을 읽으라던 문영의 제안을 무시했던 강태는 자신이 품고 살았던 고민이 적나라하게 녹아들어 가 있는 '좀비 아이'를 잃고 서럽게 울었다. 좀비라는 이유로 지하에 방치한 채 먹이만 주고 키웠던 아이. 역병이 돌고 먹을 것이 없자 자신의 손발을 잘라 아이를 키운 엄마.
더는 줄게 없자 자신의 몸은 내준 엄마와 그런 엄마를 꼭 껴안으며 따뜻하다고 말하는 좀비 아이. 그 아이에게 필요했던 것은 먹이였을까? 아니면 엄마의 따뜻한 품이었을까? 고민하게 하는 이 동화를 보며 강태가 서럽게 우는 것은 당연했다.
아버지에게 병원에게 목이 졸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강태는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도 재수의 오토바이를 타고 문영을 찾아 나섰다. 집에 오는 길. 버스 안에서 넋이 나간 듯 걷던 문영을 보고 외면했던 강태는 그렇게 빗길에 그를 찾아 나섰다.
비를 맞으며 터벅터벅 한없이 걷는 문영 앞에 나타나 껴안는 강태와 그렇게 그에게 자신을 의지하는 문영. 그들은 그렇게 조금씩 서로에게 다가가고 있는 중이었다. 감정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다. 그렇게 관계가 힘들었던 그들이 만나 조금씩 성장을 하고 있다.
작은 벌레 하나 죽이지 못하는 문영이 과연 마녀일까? 어머니를 죽이고 아버지에게 괴물로 낙인찍혀 목졸림을 당할 정도일까? 아닐 것이다. 아버지 역시 어머니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사랑이 만든 병이었다. 그에게는 딸보다 아내가 더 좋았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서로의 마음을 치유하는 그들의 사랑은 이뤄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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