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과 은상은 행복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물론 <상속자들>은 영특하게도 행복한 현실과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열린 형식으로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완벽한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탄이와 은상의 행복한 모습은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그들이 느끼는 행복이었지만, 영도가 흘린 눈물과 원의 소리를 내지 못하고 서럽게 우는 모습은 어쩌면 진정한 결말일 듯합니다.
탄과 은상의 행복한 10년 후;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가기 위해 사랑을 포기한 원의 서글픈 눈물
원과 탄의 아버지인 김 회장의 뇌졸증은 많은 것을 변하게 만들었습니다. 그의 부재는 결과적으로 적과 동지가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구분해주게 한 결정이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김 회장 해임 안을 막기 위한 노력은 큰 출혈을 만들어내고 말았습니다.
동정표까지 얻어야 할 정도로 위급한 상황에서 탄이는 윤 부사장과 함께 해외에 있는 주주들을 찾아다니는 여정을 시작합니다. 결코 쉽지는 않은 그 시간들을 통해 탄은 성인이 되기 위한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런 수많은 사건들 속에서 그룹을 지켜온 아버지를 다시 생각하는 탄은 단순히 재벌의 자식이 아닌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싫어했던 아버지이지만 갑자기 쓰러진 아버지로 인해 원과 탄은 다시 한 번 자신들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김 회장이 원과 탄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자신의 행동에 대한 아쉬움을 곱씹으며 쓰러지던 장면처럼 아들들에게도 아버지의 현재 모습은 큰 울림으로 다가 올 수밖에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탄이가 아버지의 회사를 방어하기 위해 노력하듯, 영도 역시 아버지의 부재에 대처하며 아버지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검찰에 자진 출두하게 된 아버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아들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당당하고 강하기만 하던 아버지가 검찰에 출두하게 되는 상황을 영도는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아들 앞에서는 당당해지려는 아버지의 마음과 그런 아버지를 그래서 좀 더 이해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영도에게는 특별한 삶의 전환점이었습니다.
탄이의 사과를 받고 자신 역시 탄이의 엄마에게 나쁜 말들을 했었다는 사실에 대해 사과를 합니다. 그렇게 그들은 거칠지만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영도로서는 여전히 풀지 못한 그리고 쉽게 다가가지 못한 일들을 하나씩 해결하기 시작합니다. 아버지가 검찰에 자진 출두하면서 아들에게 남긴 "룰은 있어야 한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를 알고 있던 영도는 자신의 잘못들을 정리해갑니다.
제국고에서 자신이 괴롭혔던 친구를 찾아가 사과를 하고, 어머니를 찾아 뜨거운 눈물을 흘리던 영도는 그렇게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지독한 아픔과 고통 속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던 18살 영도는 그렇게 뜨거운 눈물과 함께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었습니다. 호텔에서 접시를 닦다 다친 상처에 은상이 건넸던 밴드를 붙이는 영도의 모습에는 수만가지 의미가 담겨져 있었습니다.
탄이 해외로 돌며 고군분투할 때 원은 국내에서 중요한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자신이 제국그룹의 오너가 되려고 했던 이유는 오직 하나였습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현주와 결혼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힘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원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원이 아버지가 쓰러진 후 결심을 하게 됩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제국그룹의 주인이 달라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의 선택은 정략결혼이었습니다.
주주의 표를 얻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결혼을 선택한 원은 그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왕관의 무게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탄이에게 주어진 왕관의 무게는 아직 체험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원이가 느끼는 무게감은 앞으로 탄이도 경험해야만 하는 무게라는 점에서 <상속자들>은 사실 완벽한 결말을 내리지 못한 드라마였습니다.
효신이 재수보다는 입대를 선택하며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려는 노력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효신과 라헬의 미묘한 감정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남겨두었다는 사실도 재미있었습니다. 보나와 찬영이의 관계 역시 큰 문제없이 흘러가고, 명수와 예솔이 역시 달라질 것 없는 과거의 모습이 현재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18이라는 나이가 주는 무게감은 그렇게 조금씩 달라지기는 했지만, 큰 울림으로 변화를 모색할 수는 없는 나이였습니다.
항상 아침 일찍 학교에 오던 은상은 학교에 그려져 있는 시체 보존선을 누가 그리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는 누구 하나가 아니라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그려 놓은 자신들의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상속자들이 가득한 특별한 학교에서 스스로가 죽음을 생각하고 죽음을 대비하는 모습들을 그렇게 시체 보존선으로 각인시키는 아이들에게는 삶은 무게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탄이도 시체 보존선을 그려본 적이 있느냐는 은상의 질문은 그래서 의미심장했습니다. 누군가 죽을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아니라, 거대한 재산과 명예를 상속받는 그들이 매일 느끼는 죽음과도 같은 지독한 고통을 그 라인들로 표현해왔다는 사실은 중요했습니다.
은상이 자신의 세상 전부였던 탄이는 은상을 얻는 것으로 행복했습니다. 수술까지 마치고 정상을 회복하고 있는 아버지 역시 조금씩 은상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행복했습니다. 둘이 함께 10년 후를 상상하며 한없이 웃는 모습도 탄이와 은상에게는 즐거움이었습니다. 눈이 오는 거리를 걸으며 마냥 행복하기만 하던 탄과 은상에게 18살의 기억은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 그 이상이었습니다.
탄이와 달리 원에게는 세상 최고가 되려는 욕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서려는 원은 그래서 가장 외롭고 슬플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버지가 쓰러진 후 그룹을 방어하기 위해 정략결혼을 선택한 원은 더욱 성장한 모습으로 제국그룹을 이끌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자리를 물려받아 거대한 서재의 상석에 앉은 원은 그가 원했던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얻은 원이 서럽게 소리 내지도 못한 채 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세상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지만, 가장 원했던 사랑을 가질 수 없는 원에게 그 자리는 지독할 정도로 두려운 자리일 뿐이었기 때문입니다. 제국그룹을 위해 정략결혼을 선택한 원과 그런 사실을 뉴스 기사로 읽고 서럽게 울던 현주는 만납니다.
현주를 지켜주겠다고 말했던 원은 차마 말을 하지 못하고, 언제든 손을 흔들어주겠다는 현주는 행운목을 통해 자신의 소원이 바로 원과 헤어지는 것이라는 말과 함께 이별을 선언합니다.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그 남자의 성공을 바라는 여자의 모습은 아름다웠지만, 그래서 슬플 수밖에 없었습니다. 거대한 재산을 지키기 위해 더욱 큰 무언가를 계속 찾아가야만 하는 이 지독한 굴레 속에 갇혀 버린 원은 결국 사랑을 포기한 채 그 비대한 탐욕의 덩어리 속에 갇힐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낮에는 당당한 CEO의 모습이지만, 집에 돌아와 자신 만의 공간인 서재에 앉아 현주가 남긴 부러진 행운목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원의 모습은 어쩌면 <상속자들>이 던지고 싶었던 주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탄이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주제의식은 원이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 속에서 홀로 서럽게 울던 원의 모습은 <상속자들>이 결코 행복하기만 한 결말은 아니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미성년자의 완성되지 않은 사랑의 열린 결말과 성인이 된 원의 현실적인 사랑 앞에서 흘리는 눈물의 차이는 결과적으로 이 드라마가 해피엔딩이 아닌 새드 엔딩이라는 의미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재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인간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던 <상속자들>은 그렇게 20개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끝이 났습니다. 열린 결말로 마무리된 것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나올 수밖에는 없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민호와 김우빈을 비롯해 출연한 많은 배우들이 드라마를 통해 많이 성장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행복해한 시청자들에게 <상속자들>은 결코 잊기 어려운 특별한 기억으로 남겨질 것이라는 것은 분명한 결말일 듯합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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