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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앵커브리핑-봉우리와 오르막길로 풀어낸 한반도 평화로 가는 길

by 자이미 2018.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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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가 변화를 맞이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우리가 한 번도 가지 않았던 길을 걷게 되었다. 조선왕조 말기 일본의 침략과 지배가 이어진 한반도. 두 개의 원자폭탄이 일본 땅에 떨어진 후 독립은 가능해졌다. 하지만 독립도 잠깐 남과 북으로 나뉜 이데올로기 대립은 결국 전쟁으로 이어지며 한반도는 둘로 나뉘었다.


한반도 봉우리와 오르막길;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미지의 길을 가기 시작한 한반도, 모두가 손을 잡아야 가능하다



역사적 순간이 지난 4월부터 급격하게 이어졌다. 너무 당연하게 다가온 그 순간들은 그 전에는 꿈도 꿀 수 없었던 세기적 만남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가장 긴 적대 국가로 남아 있던 북한과 미국의 정상들이 처음 만나던 날 세상은 그들을 주목했다. 세기의 만남에 모두가 주목하는 것은 당연했다.


전 세계 유일한 분단 국가인 대한민국이 급격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던 북미정상들의 만남은 그 기대치를 극대화했다. 은둔의 왕국이라 불렸던 북한의 정상이 싱가포르까지 나왔다는 것 만으로도 세계는 주목했다. 


중국과 과거 소련을 제외하면 외부로 나가지 않았던 북한 정상이 싱가포르까지 이동했다는 것으로도 큰 변화를 이야기할 수 있었다. 다시는 과거로 회귀할 수 없는 길로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세계와 적대적 관계만 유지해왔던 것과 달리, 그들은 이제 세계의 일원이 되고자 한다. 


그 첫 발걸음 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북미정상회담은 합의문을 작성하고 양 국가 정상이 사인을 하는 것까지 이어졌다. 예상하지 않았던 합의문 작성까지 했다는 점에서 첫 북미정상회담은 성공이다. 합의문 내용이 포괄적이었다고 공격하는 이들도 있지만, 세부 안은 정상들이 아닌 관계 부처 논의로 다듬어지는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역시 극적으로 이뤄졌다. 4.27 판문점 합의까지 이뤄냈지만 그 오랜 기다림이 한꺼번에 풀릴 수는 없었다. 긴장은 여전했고, 오해도 존재했다. 북미정상회담이 폐기 위기까지 간 순간 남북정상들은 다시 판문점에서 회동했다. 언제든 필요하다면 두 정상들이 직접 만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것은 엄청난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비핵화와 관련해 CVID란 문구에 집착하는 언론과 달리, 실질적인 실행에 집중하는 한미 정상들의 사고는 그래서 반갑다. 토씨 하나에 집착해 트집 잡으며 회담을 망치는 경우를 우린 너무 익숙하게 봐왔기 때문이다. 


대승적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남북미 정상들은 공유하고 있다. 대립과 갈등의 역사를 밀어내고 한반도 평화를 통해 경제 발전의 길로 가겠다는 북한. 그리고 그런 북한의 행보에 손을 맞잡은 한미 두 정상의 행보는 우리에게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을 열기 시작했다.


"지금 힘든 것은 아무것도 아니야 저 위 제일 높은 봉우리에서 늘어지게 한숨 잘 텐데 뭐 허나 내가 오른 곳은 그저 고갯마루였을 뿐 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


김민기의 노래 <봉우리>를 통해 우리가 가고 있는 이 길이 마지막이 아님을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이 아는 가장 높은 봉우리를 향해 죽을 힘을 다해 올라갔지만, 오르고 보니 그곳은 그저 고갯마루였을 뿐이라는 김민기 노래 가사가 주는 강렬함은 현재의 우리와 너무 닮았다. 


사력을 다해 올랐다고 생각한 산. 그렇게 오르고 나서 한 숨 늘어지게 자고 싶었지만, 오르고 보니 그곳은 그저 고갯마루였을 뿐 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 연결되어 있다는 이 가사는 참 심오하고 철학적이다. 뒤늦게 깨달은 세상의 이치를 김민기 특유의 담담함으로 담은 이 노래는 모두의 삶이기도 하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열리기 전까지는 이것이 마지막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이것만 하면 모든 것이 다 끝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하지만 그 높은 산은 그저 끝이 아닌 다른 봉우리로 이어지는 고갯마루였을 뿐이었다. 잠시 쉬어갈 수는 있지만 그게 정상은 아니었다.


"혹시 우리 손 놓쳐도 절대 당황하고 헤매지 마요 더 이상 오를 곳 없는 그곳은 넓지 않아서 우린 결국엔 만나 오른다면…"


윤종신이 작사 작곡을 하고 정인이 부른 <오르막길>은 남북평화의 상징과도 같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우리 예술단 평양 공연의 첫 곡이 이 노래여야만 하는 이유는 가사에 모든 것이 담겨져 있었다. 가파른 길을 앞에 두고 힘들 수도 있는 이 길을 손을 잡고 함께 가자는 메시지는 강렬할 수밖에 없다.


올라서니 봉우리였다는 깨달음의 노래와 오르막길은 오르고야 말 곳임을 이야기하는 노래는 하나로 연결되어 현재의 우리를 이야기하고 있다. 분단의 DNA를 가지고 있던 우리는 이제 평화의 DNA로 갈아줘야 한다. 그 과정이 결코 쉬울 수는 없다.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길을 이제 우리가 앞장서 가야 한다. 그 길 끝에 무엇이 있을지 명확하지 않다. 봉우리 뒤에 더 큰 봉우리들과 오르막길의 연속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넘어가야 할 봉우리는 수없이 연결된 봉우리 중 하나 일 수도 있다.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렇게 우린 이제 지금껏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을 갈 준비를 해야 한다. 평화 패러다임으로 완전히 바뀔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실어주었다. 


낯선 그래서 두려웠던 그 길을 이제는 올라서고 싶은 봉우리로 생각하며 국민들은 모두 손을 잡고 오르막길을 올라서기 시작했다. 그 길은 구부러지고 거칠 수도 있다. 그리고 올라선 봉우리가 끝이 아닌 새로운 봉우리 그 어느 오르막길에서 숨이 턱 막힐 수도 있다. 


평화는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원하는 이들이 힘겹게 차지해야만 하는 값진 성과다. 이제 우리는 그 길고 힘든 길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 어떤 오르막길에서 주저하고 돌아 내려오지 않고 봉우리를 향해 올라설 것이다. 그 길은 곧 우리 모두를 위한 길임을 누구보다 우리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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