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두려움을 이겨내고 첫 발걸음을 시작한 노조는 하지만 거대하고 사악한 사측에 의해 모진 고난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정당한 권리를 지키겠다는 노동자들의 외침을 잔인한 방법으로 탄압하는 이 한심한 현실이 그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 더 참혹하게 다가온다.
노조가 절실한 이유;
성공하면 모두가 성공하고 실패하면 우리만 실패한다, 그게 노조의 운명이다
푸르미 마트 일동점에서 본격적인 노조 활동이 시작되었다. 빨간 노조 조끼를 입은 노동자들이 모두 함께 일을 하며 일동점의 노조 활동은 강력한 저항과 맞서야 했다. 당연하게도 사측은 철저하게 노조를 막기 위해 나섰고 가장 옹졸하고 악랄한 방식으로 말이다.
인사를 담당하는 성 상무는 이제는 노골적으로 정 부장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욕도 서슴지 않고 하는 성 상무는 악랄하게 푸르미 마트의 노조를 봉쇄하고 무너트린 존재이기도 하다. 그런 그의 압박은 당연하게도 정 부장이 현장에서 최악의 존재로 전락하는 이유가 된다. 을로서 을을 제압하는 정 부장의 이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의 시작은 모두에게 힘겨운 시간으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다.
노조 조끼를 입었다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 현실은 참혹하다. 노조 조끼를 입은 상태에서는 마트 안으로 들어설 수도 없고, 식사를 하러 나간 사이 그들을 막아서는 사측의 경비원들로 인해 그들은 철저하게 경계를 당해야만 했다. 그 어떤 문도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정문으로 향한 그들은 그곳에서도 길을 잃고 허무하게 멈춰져 있을 뿐이었다.
그 꽉 막힌 현실에서 다시 문을 열어준 것은 구고신 소장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밖에서 고객들에게 이유를 밝히면 그만이라는 말에 이수인은 앞장서서 사과하기 시작했다. 이수인의 행동에 다른 노조원들도 함께 했고, 그렇게 푸르미 마트 일동점의 노조는 본격적인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노조의 이런 모습은 사측의 더욱 강한 압박으로 이어진다. 겁을 주기 위한 고소장을 남발하고 사측의 압박은 다양한 방식으로 노조원들을 옥죄기 시작했다. 모여서 함께 목소리를 내야만 큰 울림을 줄 수 있는 노조원들을 겁주고 흔들어 붕괴시키려는 사측의 악랄함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지며 압박한다.
고소당한 노조원들이 함께 경찰서에 출두하는 날에도 입구를 막는 사측의 행동에 여성 노동자들이 남성들의 둘러싸고 앞으로 전진 하는 모습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사측의 부당한 행동에 맞서는 그들의 방식이 그렇게 조금씩 실전에서 적용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현장의 압박이 먹히지 않자 사측이 내세운 것은 역시 돈이었다. 100만원도 안 되는 임금을 벌기 위해 하루 종일 일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된 임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고통이다. 마트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월급에 매달려 살아야 하는 절박한 처지라는 점을 악용한 사측의 행동은 그래서 악랄하다.
사측의 이런 부당행위는 결국 갈등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회유와 협박이 먹히지 않은 상황에서 내놓은 돈을 앞세운 압박에 흔들리는 것은 당연하니 말이다. 이 문제를 가지고 노조원들 사이에서도 언쟁이 일고 이 일로 인해 많은 노조원들이 탈퇴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나가실 분은 나가셔도 됩니다"
"탈퇴한 분들은 배신자가 아닙니다. 모두가 같은 무게를 견딜 수는 없습니다. 그분들은 우리와 함께 싸우다 우리보다 먼저 쓰러진 것뿐입니다. 저는 부상당한 동료를 비난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도 아직 노조에 대해 잘은 못하지만 저 보다는 여러분들에게. 여러분들보다는 한 달 치 월급 때문에 탈퇴한 사람들에게. 탈퇴자보다는 가입할 용기조차 내지 못한 사람들에게. 가입 자격도 불확실한 계약직들에게 노조는 더 많이 필요할 것입니다"
"더 절실한 사람들에게 열려있지 않는 노조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남으시면 더 고생할 겁니다. 고생한 사람에 대한 보상은 없습니다. 우리가 성공하면 모두가 성공할 것이고, 실패하면 아마도 우리만 실패할 겁니다. 그러니까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짐만 지세요"
노노 갈등을 야기해서 알아서 무너지게 만드는 것이 대한민국 사측의 잔인한 방식이다. 이간질을 시켜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알아서 무릎 꿇게 만드는 방식으로 모두를 믿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힘을 가진 자들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그저 사업을 하는 자들의 노동자 탄압만이 아니라 정치를 하는 정치꾼들의 행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동서남북을 갈라놓고 이념 갈등을 부추긴다. 여기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런 현재 존재하지도 않는 공포를 극대화해서 불안을 야기하고 이를 통해 서로가 알아서 싸우도록 유도하는 것이 정치꾼들의 야비한 방식이다. 자신들의 안위 외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한심한 정치꾼들의 행태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악랄하게 이어지고 있는 갑질의 행태이기도 하다.
노조가 제대로 일을 해보기도 전부터 벌어진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도 싸움은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노조를 배신한 자들은 그에 합당한 처벌을 해야 하고 그들에게 불이익을 줘야만 한다는 극단적인 반응까지 나올 정도로 뜨거웠다. 이런 상황에서 이수인의 이 발언은 <송곳>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으로 다가왔다.
육사 생도로 시작해 장교로 군 생활을 했던 이수인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경험들을 통해 보여주는 이수인의 이런 이야기들은 강렬함으로 다가온다. 현실은 더욱 참혹하고 잔인한 전쟁터일 수밖에 없음을 그는 누구보다 제대로 느끼고 있는 중이니 말이다.
구 소장과 주강민이 노조원들을 설득하기에 여념이 없는 상황에 이수인은 단호하지만 확고하게 노조원으로서 운명을 이야기한다. 누구든 나갈 분들은 나가라 한다. 잡아도 시원찮은 상황에서 이수인은 버틸 수 없다면 노조에서 나가라는 말을 한다.
모두가 같은 무게를 견딜 수 없고, 자신이 견딜 수 있는 무게의 짐만 짊어져야 한다는 이수인의 말은 가장 현실적이었다. 탈퇴한 이들은 배신자가 아닌 그저 부상당한 동료들일 뿐이다. 한 달 치 월급만으로도 힘겨운 그들에게 배신자라는 낙인을 찍는 것보다 가혹한 것은 없다. 노조에 가입하는 것 자체가 큰 두려움인 사람들이나 가입 자격조차 불확실한 계약직 노동자들에게 노조는 더 열려 있어야만 한다.
"더 절실한 사람들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는 이수인의 말처럼 노조가 닫혀 있으면 이는 고립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그런 노조는 더는 존재할 가치조차 없다는 점에서 당연하다. 그렇다고 노조원이라고 특별한 보상을 받을 수도 없다. 우리가 성공하면 모두가 성공하는 것이고, 실패한다면 노조에 가입한 사람들만 실패한다는 말도 사실이다.
노조를 한다고 특별한 대우를 받을 수도 없고, 받아서도 안 된다. 그건 벼슬이 아니라 책임이기 때문이다. 간혹 노조 활동을 빌미 삼아 개인의 부를 쌓는 어용 노조원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인간이 사는 곳에서는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 몇몇의 잘못을 노조 전체로 몰아 노조는 무조건 나쁘다고 몰아붙이는 현실이 문제일 뿐이다.
이수인은 구고신에게 "저는 사람에게 실망하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한다. 이 말이 주는 감동은 상상이상의 가치로 다가온다. 언제나 우리가 실망하는 것은 사람이다. 사람에게서 희망을 보고 그 사람들에게서 실망하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이치이기도 하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사람에게 실망하지 않는다고 하는 이수인이라는 존재가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 역시 당연할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같은 무게를 견딜 수는 없다. 누군가는 보다 무거운 짐을 져야 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앞장서야 하며 누군가는 뒤에서 그들을 밀어줘야만 한다. 그렇게 부당함에 맞서 싸워야만 겨우 공정한 룰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견딜 수 있는 무게만 짊어지고 그렇게 함께 나아가는 것이 삶이고 곧 노조의 역할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본격적인 노조 파괴를 전문적으로 하는 인물이 등장하는 9회부터는 더욱 악랄한 일들이 예고된다. 잔인한 방식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무너트리고 노동자들의 자존감을 파괴하는 것으로 노조를 붕괴시키려는 그들의 행태들이 과연 어떤 식으로 표현되어질지 궁금하기도 하다. 함께 가 아닌 오직 자신들의 탐욕에만 집착하는 현실 속에서 우리의 다짐과 행동이 어떻게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송곳>은 그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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