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는 한 시즌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존재다. 야구선수 층이 얇은 대한민국 현실에서 능력을 갖춘 외국인 선수의 가치는 점점 늘어가는 중이다. 그리고 활용도에 대한 가치 판단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외국인 보유 한도가 늘어나는 것에서 그 이유를 알 수 있게 한다.
백승수 단장도 외국인 선수를 구하기 위해 미국으로 날아갔지만 쉽지 않다. 금전적인 측면에서 제약이 많은 상황에서 경쟁은 처음부터 어려웠기 때문이다. 더욱 드림즈를 해체하기 위해 노력 중인 권경민 이사와 고강선 사장은 백 단장과 대립각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
꼭두각시처럼 사용하려 다른 야구 선수 출신 단장들보다 승수를 단장으로 뽑은 권 이사는 불만이 크다. 구단을 해체하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봤던 백 단장이 우승이 먼저라는 말로 반발을 했다. 현재 상황에서 백 단장을 자를 수도 없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티 나지 않도록 방해하는 것 외에는 없다.
트리플 A 선수이지만 부상으로 잊혀졌던 외국인 투수는 의외로 뛰어난 존재였다. 좋은 공을 가진 선수를 구하기 위한 선택은 승수만은 아니었다. 펠리컨즈의 오사훈 단장도 이 선수를 눈여겨봤다. 좋은 공을 가진 투수를 얻는 것은 한 해 농사 중 가장 중요하니 말이다.
50만 불이었던 선수는 경쟁이 붙으며 외국인 상한선인 100만 불로 뛰었다. 이런 상황에서 구단 측에서는 100만 불이 아닌 90만 불까지만 지원하겠다고 한다. 권 이사는 승수의 요구를 완전히 무시하지 않으며 성사될 수 없는 수준으로 막고 있다. 이런 권 이사의 행태를 승수도 잘 알고 있다.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승수에게 10만 불 차이는 컸다. 외국인 선수로서는 한국을 택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돈일 수밖에 없다. 영원한 외국인일 수밖에 없는 그들에게 믿을 수 있는 것은 돈이 전부다. 가능성과 가치를 언급해도 외국인 선수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다.
좌완이 필요한 펠리컨즈는 다른 팀이 좋은 선수를 데려가는 것이 싫어 선택했다. 그만큼 여유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양한 형태의 트레이드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상한선인 100만 불만이 아니라 광고를 포함한 이면계약이 가능했다.
구단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팀과 경쟁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원픽을 놓친 승수는 다음 순번을 찾지만 이 마저도 바이킹스 김종무 단장의 원픽이었다. 기본적으로 경쟁이 어렵다는 의미다. 펠리컨즈 오사훈 단장처럼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않아도 영입하는 일을 승수는 할 수없다.
단계가 내려갈수록 선택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외국인 선수 영입을 못하면 올 한해도 다시 꼴찌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승수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통역 길창주였다. 로버트라고 알고 있는 승수에게 그는 그저 통역이었다. 오 단장이 통역 잘 선택했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도 승수는 몰랐다.
야구를 전혀 모르고 책으로 야구를 배운 승수에게는 낯선 존재였다. 하지만 로버트 길은 유명한 야구선수였다. 한국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선수였지만, 이제는 손가락질을 받는 존재로 전락했다. 청소년 대표였고, 국가대표 선수로 엘리트 코스를 다 밟은 최고의 선수였던 길창주는 메이저리그 진출하면 큰 각광을 받았다.
성공을 거둔 길창주는 미국인이 되었다. 국내에서는 여론이 들끓을 수밖에 없었다. 가장 중요한 시점 군대를 가야하는 현실 속에서 선택은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미국인이 되었고, 외면받았다. 그렇게 큰 성공을 거뒀다면 좋겠지만, 그는 이후 추락했다.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추락한 길창주는 다시 한 번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아내가 아이를 가지게 되었고, 책임감 역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매일 저녁 투구 연습을 하는 길창주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문제는 병역기피 논란으로 인해 그가 국내 복귀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고국을 등진 선수에 대해 무기한 자격 정지가 내려졌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현실 속에서 그는 팔꿈치 인대 수술까지 받았다. 제대로 회복이 된다고 해도 메이저 복귀와 성공이 기다리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국내로 복귀할 수도 없다. 국적을 빠르게 바꿀 수도 없다.
국민들의 시선이 더 두려웠던 길창준을 돌려 세운 것은 승수였다. 무기한 자격정지는 이미 풀린 지 오래다. 문제는 병역 기피한 선수에 대한 손가락질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이 바로 병역기피라는 점에서 길창준의 복귀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아내가 크게 아파 수술을 앞둔 창준은 자신의 삶보다 아내를 선택했다. 국적을 바꿀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지만, 이를 알고 있는 이들은 없다. 그렇게 스스로 죄인이 된 창준은 임신한 아내와 미래의 아이를 위해 용기를 냈다. 하지만 돌아와 가진 기자회견부터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쏟아지는 비판적인 질문들 속에서 "지금이라도 군대에 가는 것은 어떠냐?"는 가장 현실적인 질문까지 쏟아졌다. 선수 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입대는 다시 무로 돌아가게 되는 이유가 된다. 딜레마에 빠진 상태가 되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들의 시각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본사의 비난도 승수를 어렵게 만들 수밖에 없다.
길창준은 선수로서 생명을 이어갈 수 있을까? 아니면 그대로 좌절하게 되는 것일까? 인간적인 것보다 일을 우선시하는 승수는 창준의 히스토리에 더 집중했다. 물론 실력 역시 동반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말이다. 이 작은 변화를 보인 승수는 창준을 지켜낼 수 있을까?
로버트 길 영입은 결과적으로 백승수 단장과 권경민 이사의 본격적인 대립의 시작이다. 구단을 없애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싸움은 이제 시작되려 한다. 그리고 그 도화선은 바로 길창준이다. 이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는 이후 이야기와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그런 점에서 로버트 길은 중요한 의미로 다가온다.
길창준은 백차승과 유사하다. 백차승을 보고 인물을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극중 길창준은 보다 드라마틱하고 로맨틱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당위성이 더 높은 삶을 살았다는 의미다. 그리고 성적도 더 뛰어난 인물로 그려졌다는 점에서 백차승과는 다른 결과를 만들지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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